열심히 산다는 것

그것은 오늘의 매듭을 매만지는 일

by 클로드

나,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는가? 열심히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특별한 스케줄은 없었지만 종종걸음으로 집 안팎을 다니며 깨알같이 바쁜 오늘을 보냈다. 학교, 놀이터, 태권도, 인라인. 아이 스케줄에 맞춰 나도 집 밖을 들락날락. 아이와 아침식사, 우걱우걱 내 점심 식사, 아이 오후 간식, 아이와 저녁식사, 아이 저녁 후식. 주방에서도 꽉 채운 하루의 일정이었다. 나만큼이나 세탁기, 건조기도 바쁘게 돌아갔다. 주말에 할 이불 빨래를 괜히 오늘 하고 싶어서 부지런을 떨었다.


또 뭐가 있었지. 책이 너무 읽고 싶어서 오전 여유 타임에 녹차 우려 놓고 독서를 했다. 그러면서 이프랜드 여러 밋업에 들어가느라고 나는 또다시 순식간에 로그인 앤 로그아웃. 주말에 아이와 도예체험을 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예약하기까지 또 한참. 그러다 문득 SNS 생각이 나서 들어가 짤막한 소통을 나누었다.


아, 또 중요한 일이 있었지. 오늘은 회사일도 여러 건 있었다. 육아휴직자도 피해 갈 수 없는 교육, 과제 리뷰, 특허 업무 등등. 과제 리뷰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아 지난 보고서들을 열어보고 내가 무슨 일을 했더라 헤매기도 했다. 고작 몇 달 전 일인데도 말이다. 흐름이 제대로 끊겼나 보다.


하아... 쓰기도 숨 가쁠 만큼 열심히 살아낸 오늘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많은 일들을 했는데, 남는 게 없는 것 같은 느낌. 난 오늘 대체 뭘 한 거지?


조금도 게으름 부리지 않고 움직였는데 허무한 느낌마저 든다. 오늘 난 열심히 살아낸 듯하지만, 무엇에도 푹 빠져들지 못했다. 그저 바쁘게 하나씩 해치우고 멀티로 이것저것 핸들링했을 뿐, 어느 것에도 충분히 마음을 주지 못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바쁘게 사는 게 열심히 사는 것일까? 그렇다면 열심히 살아낸 댓가가 이런 감정이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집중이 필요했다. 하루에 많은 다양한 일들을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하나하나에 충분히 마음을 쏟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쁜 머릿속을 마음이 따라가지 못한 날이었다. 아니, 마음을 챙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 조용한 음악을 옆에 두고 글을 써본다. 이렇게나마 나만의 의식을 가져본다. 오늘 하루 어딘가에 두고 다닌 내 마음을 이제라도 알아주고 안아주려고.


열심히 살았다면 보람이 있어야겠지. 그 보람이 행복감을 안겨줘야겠지. 내가 무얼 했다는 굵직한 한 가지가 떠올라야겠지.


이제는 조금 다르게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하루에 많은 일을 처리하고 쉼 없이 바삐 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모든 일에 나의 감상이 있고 감정이 있어야겠다.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빠져들어 집중하고 생각하며 느껴야겠다. 그렇게 하나씩 매듭을 지어야겠다. 그래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에 오늘의 매듭들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다.


열심히 살아낸 오늘, 나 참 수고가 많았다. 내일부터는 무식하게 열심히 말고, 슬기롭게 열심히 살아보자. 얼렁뚱땅 손이 뒤엉키듯 묶어내지 말고 하나하나 정성껏 매듭을 짓자. 그리고 바라보자. 매만져도 보자.


나다운 열심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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