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드 May 30. 2023

고래

클로드 자작시

 고래

-클로드-


그대의 평온함이 나를 벅차오르게 한다

그대는 마땅히 그 자리에 있을 뿐, 나는 호들갑으로 요동친다


나의 심연은 그대의 심해 앞에 겸손해지고

그대의 거대한 고요는 모든 조바심을 덮는다


작디작은 나는 감히 그대만큼의 무게를 짊어지려 했던가

그대의 크기, 그대의 속도, 그대의 몸짓은

참으로 그대답다


오래도록 그곳을 지켜주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마땅히 있어주오


나의 크기, 나의 속도, 나의 몸짓이

나다움을 찾아가도록

그대는 언제나 마땅히 있어주오





비 내리는 주말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전시 중인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에 다녀왔어요.

메인 포스터 사진 한 장 만으로도 더 이상 이유가 필요 없는 발걸음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마주하는 거대한 자연 앞에 절로 경건해지는 시간이었어요.

이토록 고귀한 자연을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게 하고 있겠지요.

최대한 이 아름다운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시금 마음을 먹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눈앞의 사진을 다시 보며 시를 지어봅니다.

거대한 고요 앞에 자연스레 차분해지는 마음.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자연을 더 귀히 여겨야겠다고,

그리고 나는 더 겸손히 나로서 살아가야겠다고요.

작은 것 앞에 아등바등하며 살고, 주어진 행복을 감사히 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이제는 걷어내야겠다고요.


고래가 고래답게 살듯

나는 나답게 살아야겠습니다.

나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기억하면서요.



#시 #자작시 #창작시 #고래 #향유고래 #사진전 #나탈리카르푸셴코 #그라운드시소성수

매거진의 이전글 닮은 걸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