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의 현실과 비현실 사이
그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은데
이렇게 햇살 좋은 날
읽기를 기다리는 책, 우연히 만나는 음악, 아직 만나지 못한 글
이 모든 것들을 어딘가에 두고
수십 개의 빽빽한 책상 속 내 자리 하나
모니터 속 와글와글한 영어
어떤 화학약품들
철저히 이성적인 업무
익숙한 일, 그리고 그 너머 부담
한 번에 끝나지 않은 실험
재미없는 보고서
나는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
솔직히 그런 생각도 꽤 여러 번 들었습니다.
하지만 놓을 수 없고
뜻밖에도 놓고 싶지 않은 일이기에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가끔 작은 탈출을 갖는 일
매일을 뒤로하고
햇살 속으로 사라지는 일
그래서 또 다른 나의 시간과 만나는 일
비현실의 내가 현실의 나를 돕는 일
혹은 그 반대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