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처럼 친구들과 만났다.
대학 동기인 우리는 어찌어찌하여 대학 입학부터 4명이 모여 다녔다.
일명 소장파!
다른 학년은 여학생들이 많았는데 특이하게도 우리 학년은 여학생들이 13명이었다.
13명 중에 6명은 요즘 말하는 인싸 그룹, 4명은 아싸 그룹, 나머지 3명은 독자 노선을 걷는 아이들이었다.
인싸그룹은 대장파! 아싸 그룹은 소장파!
우리 스스로 붙인 이름은 아니고 남학생들이 붙인 이름이었다.
기준은 키가 160cm 이상이냐, 미만이냐였다.
이런 해괴한 기준으로 우리는 소장파가 되었다.
소장파는 작고,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했지만 각자의 개성이 있었다.
소장파에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친구는 미국인과 결혼하여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 친구가 몇 년에 한 번 한국에 오면 우리는 4명이 되고
보통은 3명이 모인다.
우리 셋은 수지, 향남, 서울 강동구에 흩어져 살아서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늘 그렇듯이 우리는 만날 때 장소를 정학하게 정하지 않고,
어디 어디 역 앞, 어디 어디 몇 번 출구 앞 이런 식이라
어제도 양재역 엘타워 안에서였다.
다들 도착은 했지만 엘타워 안은 넓어서 정작 만나기까지 5분 넘게 걸렸다.
우리를 아는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면 답답해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답답하기는커녕 만나면 반갑기만 하다.
향남에 사는 친구가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가 본 곳이 있다고 해서
바람을 맞으며 종종걸음으로 이름도 모르는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 문 앞에 커다랗게 굴국밥이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이 굴국밥! 나도! 나도! 했다.
겨울에는 뭐니 뭐니 해도 굴국밥이지.
겨울의 시그니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역시 정처 없이 몇 개의 골목을 돌고 돌아
그 동네의 작은 커피집으로 들어갔다.
커피값은 쌌지만, 싼 만큼 맛도 희미했다.
그런데도 그 동네 핫플인지 작은 공간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았다.
나가면 또 들어오고 나가면 또 들어오고 우리가 있는 동안 테이블마다 몇 회전을 했다.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했다.
친구들과의 이야기에서 옆 테이블의 이야기에 귀가 열릴 때 슬쩍 들어보면
그들의 이야기나 우리의 이야기나 오십 보 백보였다.
사람 사는 게 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과일, 산지직송 플랫폼,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내년 5월에 제주도에 가자고 했고
후년 여름에는 미국에 사는 친구집에 가자고 했다.
이미 돈을 모으고 있으니 새롭게 약속을 한 것은 아니고 재결의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