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배가 점점 커져?
엄마 배 안에 아기하고 달이 있는데 점점 커져서 그렇지.
영주의 말에 슬비의 눈이 동그래졌다.
달은 하늘에 있는데? 엄마가 달을 가져왔어?
아니,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생기면 달도 따라와.
슬비는 영주의 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영주는 입덧을 하고 배가 불러오면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자꾸 났다. 엄마는 영주가 네 살 때 첫째 동생을 가졌었다. 엄마가 임신 중이었을 때 영주는 투정을 많이 부렸다고 했다. 부풀어 오른 엄마의 배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영주는 엄마 배가 왜 자꾸 커지냐고 물었다.
엄마 배에는 달이 들어있어. 아기도 있고.
영주의 엄마가 대답했다.
영주는 엄마가 첫째 동생을 가졌을 때의 기억은 잘 나지 않았다. 어렸기도 했지만 엄마 뱃속에 있던 동생이 세상으로 나오지 못해서였다. 영주가 일곱 살이었을 때 엄마는 둘째 동생을 가졌다. 엄마가 둘째 동생을 가졌을 때의 기억은 또렷했다. 둘째 동생은 달과 함께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우렁차게 울었기 때문이었다.
엄마 배 속에서 세상으로 나오려면 좁은 길을 지나야 하거든. 컴컴한 길을 아기 혼자 나오려면 무섭잖아. 그래서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생기면 달도 같이 생겨서 엄마 배가 둥실둥실 커지는 거지. 아기가 길을 잃지 않고 세상으로 잘 나가도록 달이 비춰주는 거란다. 엄마 배 속에 있던 아기하고 달이 함께 나왔으니 엄마 배 속에는 아무것도 없어.
동생이 태어난 후 영주가 엄마의 푹 꺼진 배를 보며 엄마 배가 없어졌다고, 어디 갔느냐고 했을 때 엄마가 해 준 말이었다. 영주가 고개를 갸우뚱하다 끄덕였을 때 엄마가 영주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우리 영주도 달이 밝게 비춰줘서 세상으로 길을 잘 찾아 나왔어.
엄마의 말이 학교에서 배운 성교육과 거리가 멀고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을 몇 년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지만 영주는 엄마의 이야기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두운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첫째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여 애잔했다.
엄마, 왜 달이 엄마 배 속에 있어? 응?
슬비가 영주의 손을 잡아당기며 대답을 재촉했다.
영주는 엄마가 해주었던 말을 슬비에게 해 주었다. 아기가 컴컴한 엄마 배 속에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 봐 달이 친구가 되어준 거라고. 엄마 뱃속에서 둥실둥실 같이 놀다가 아기가 안전하게 세상으로 나오도록 빛을 비춰주는 거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슬비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물었다.
달은 하늘로 올라간 거야? 내 달도 하늘에 있어? 아기들 달은 다 하늘에 있어?
그럼 그러니까 매일매일 달이 뜨잖아.
영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슬비에게 해 주었다. 슬비도 엄마의 이야기에 과학적 논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영주는 슬비의 마음에 달 하나를 심어 주고 싶었다. 엄마가 영주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딸의 마음속에 이야기를 담아주고 싶었다.
엄마, 슬비 동생아, 달하고 잘 놀다가 나하고 만나자.
슬비가 영주의 배에 귀를 바짝 대고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