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우리 아파트로 오는 길에 작은 가게들이 죽 늘어서 있다. 주로 식당이나 빵집이다. 동네가 거의 아파트 단지들이고 학교와 학원이 있어서 장사가 안 되는 가게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늪은 벗어날 수 없는지 가게 두 곳이 문을 닫았다. 한 곳은 오래된 밥집이고, 한 곳은 문을 연지 몇 달 안 된 반찬가게였다.
오래된 밥집 앞에 나눔으로 나온 주방 물건들이 있었다. 앞에는 필요하시면 가져가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동네에서 꽤 오래된 밥집이었고 가게를 정리하는 주인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컸다.
문을 닫은 두 곳에 무슨 가게가 들어올까 궁금했다. 리모델링을 시작한 가게들 앞을 오고 가면서 이 자리에서 잘 팔릴 만한 게 뭘까? 무슨 가게를 하면 잘 될까?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기도 했다. 카페? 카페는 이미 넘쳐났다. 빵집? 빵집도 이미 십여 미터 간격으로 네 군데나 있었다. 내 상상력은 너무 빈약해서 궁금증만 커질 뿐이었다.
며칠 후 오래된 밥집이 있던 곳을 지나는데 <대왕 노가리> 간판이 턱 달려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노가리였다.
오래된 밥집에 대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기도 전에 노가리를 먹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찼다.
사람 마음이 참 가볍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텅 비었던 공간에 드럼통 엎어놓은 것 같은 탁자와 의자가 불규칙하게 있었다. 인테리어는 따로 하지 않기로 했는지 탁자와 의자 말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노가리집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우리들은 다들 주머니가 가벼워서 노가리집에 즐겨 갔고 노가리 집에서 노가리를 깠다. 술을 못 마시는 아이들은 노가리를 열심히 먹었는데 나중에는 입안이 노가리처럼 거칠거칠해져서 얼얼했다. 거칠거칠해진 혀로 노가리를 열심히 깠던 그 시절이 다시 오진 않겠지만 마음이 얼얼하게 힘들 때 그 시절을 소환하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노가리집에서 누구와 노가리를 까볼까?
동네 친구를 불러내서 노가리를 까먹으며 노가리를 까볼까 하는 마음만 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