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차난

by 윤인선


학생들과의 정기적인 만남은 10개월이다. 10개월 동안 매주 두 번씩 만나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한다.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다. 학생이 중도입국자녀라고 불리는 미성년자라면 공감과 소통의 밀도를 촘촘하게 높여야 하는 시간이다. 본국을 떠나 엄마를 따라 한국에 입국한 아이들은 마음의 문이 닫힌 상태라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무턱대고 하는 배려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차난도 그중 한 명이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쓰는 동안 한국에 있는 엄마를 영상통화로만 만나다가 코로나가 가라앉을 즈음 입국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삼 개월이 지나갈 동안 눈을 맞추지 않던 아이였다. 만남의 횟수가 늘어가면서 더듬더듬 말을 하고 눈을 맞추던 아이 니차난. 이제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다섬학교 아시아반에 다니고 있다. 동남아 아이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다문화 학교와 한국 정규 고등학교 사이에서 고민하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피시방에 갔다가 수업에 늦어서 혼도 나고 사과도 할 줄 아는, 예의가 무엇인지 알고, 옳고 그름을 아는 아이 니차난. 헤어짐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헤어짐이 반가운 학생도 있었는데, 니차난과의 헤어짐은 해 질 녘의 긴 그림자처럼 긴 여운이 남을 것 같다. 다행히 내년 봄에는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집을 마련하여 엄마와 살 거라고 한다. 올 겨울이 지나고 꽃 피는 봄이 오면 고시원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선생님, 엄마랑 사는 건 좋은데 같은 방은 싫어요. 그리고 엄마가 내 방문을 팍팍 열어서 싫어요.

-그래도 엄마랑 사는 게 좋지.

-맞아요.

니차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202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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