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팥떡

by 윤인선

수수팥떡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열 살까지 생일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맡에 수수팥떡이 놓여있었다.

수수팥떡은 하얗고 동그란 접시에 수북했다.

지금은 수수팥떡을 좋아하고 맛있게 먹지만, 어릴 때의 수수팥떡은 모양과 색깔부터 거부 반응이 일었고 팥이 텁텁하고 맛이 없어서 먹지 않았다.

엄마가 생일 떡이니까 한 개만 먹으라고 재촉을 해서 실랑이 끝에 한 개를 입에 넣었지만 반은 삼키고 반은 뱉었다.

수수팥떡 말고 색깔도 예쁘고 맛있는 떡을 달라고 했더니 생일에 수수팥떡을 먹어야 나쁜 귀신들이 우리 예쁜 딸한테 접근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니 너도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아이 생일에 꼭 수수팥떡을 해주라고 했다.

너의 외할머니인 나의 엄마도 나한테 그렇게 해주셨다고 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수수팥떡이 있을 때가 있었다.

그런 날은 십중팔구 이웃에 누군가 이사를 온 날이었다.

요즘은 이웃에 이사 오고 가는 것을 이른 아침에 굉음을 내며 올라가는 사다리차를 보고 알지만 그 시절에는 수수팥떡을 보고 알았다.

이사를 오면서 동네 떡집을 수소문해서 미리 맞추어놓았는지 이사 온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면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은 아주머니가 떡 접시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어제 요 옆에 이사 왔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안에서 들리는 아주머니의 인사말을 듣고 뭘 부탁한다는 건지 알쏭달쏭하다가 잘 지내보자는 말인가 보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유, 뭐 이렇게 떡까지 해오고요. 잘 먹을게요. 앞으로 잘 지내요.

엄마는 현관문을 닫고 들어오면서 벌써 떡 한 개를 집어먹고는 떡이 쫄깃하고 맛있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었다.

요즘은 이사 떡은커녕 누가 주는 음식을 덥석 받기도 겁나는 세상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에게 목례정도만 하는 정도이다.

당신이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인 걸 내가 알고 있다는 신호이다.

그러다 사다리차가 보이고 목례만이라도 하던 사람이 한동안 안 보이면 이사를 갔구나 생각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말 몇 마디라도 붙여볼 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이제 수수팥떡은 먹고 싶을 때 시장에 가서 사 먹는 떡이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의 자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