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보았다

by 윤인선

지난주 두 번이나 천사를 보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분명 천사였다.

주중 어느 날 오전에 시간이 나서 마트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한동안 장을 보지 않아서 카트에 식료품과 생필품이 가득했다.

무거운 카트를 슬슬 끌면서 집을 향해 가는데

저 앞에 카트 하나가 서 있었고

서너 명이 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다 어딘가를 바라보다 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뙤약볕 아래 정물처럼 서 있었다.

다다라서 보니 카트 뒤에 할아버지가 쓰러져 누워 있었다.

뒤로 넘어졌는지 뒤통수에서 피가 났고 머리에 신발이 받쳐져 있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그들과 같이 서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인 여자가 작은 소리로 간략하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카트를 끌고 가다 갑자기 뒤로 넘어졌고 피가 났고

119에 신고했고 기다리고 있다고.

곧 119가 왔고 응급처치를 했다.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또 다른 여자가 퍼뜩 생각이 났는지

가방에서 물휴지를 꺼내 간략하게 상황 설명을 한 여자에게 주었다.

여자의 손은 피가 많이 묻어있었다.

아마도 할아버지의 신발을 벗겨 머리에 받쳐줄 때 묻은 것 같았다.

119가 할아버지를 응급처치하고 간단한 대화를 시도하고

할아버지를 싣고 떠날 때까지 거기에 있는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살면서 다른 사람의 피가 손에 많이 묻을 일이 흔하지 않은데

그 여자의 얼굴은 할아버지가 무사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표정이었다.

주중 또 다른 날 오후에 잠깐 가랑비가 내렸다.

신호등 앞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양우산을 쓰고 있었다.

왼쪽에는 장을 봤는지 검은 봉지 두 개를 든 아주머니가 서 있었고,

오른쪽에는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때 바로 옆에 있던 아주머니 머리 위로 우산이 스윽 나타났다.

뭔 일인가 싶어 뒤를 보니 아주머니 뒤에 있던 여자가 자신이 쓰고 있던 우산을

앞으로 내밀어 아주머니에게 씌워준 것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 여자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같이 미소 지었다.

그런데 정작 아주머니는 알지 못했다.

비가 내리다 살짝 멈추었나 생각했는지 앞쪽만 둘러보더니

신호등이 바뀌자 뛰어서 길을 건넜다.

길을 건너며 아주머니가 뛰어가는 쪽을 바라보았다.

끝내 아주머니는 자신의 뒤에 천사가 왔었음을 모를 것이다.

가던 길을 가느라 우산을 스윽 씌워주던 여자가 어디로 갔는지 보지 못했다.

왜 그 여자를 다시 돌아볼 생각을 못했을까?

지난주에 본 천사들은 험악해지는 세상에 곳곳에 뿌려진 별 같은 사람들이었다.

어두워질수록 별처럼 환하게 빛나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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