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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우디아 Sep 08. 2020

코로나 - Terror Reigns



아침에 일어나보니 목상태는 나은 듯 한데 컨디션이 더 나빠졌다. 줄줄이 태풍과 장마가 한반도를 이리 매치고 저리 패대기친 것이 두달 째이니 밤새도록 장난이 아닌 저 바람과 비 탓은 아닐테고 내 컨디션 난조에는 코로나관리부서의 연이은 문자와 통화가 한 몫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아들이 집에 와서 알려준 자가격리 지침중에는, 하루에 두번 체온을 재서 스마트폰에 설치한 '추적앱'에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득달같이 약국으로 달려갔다. 가격이 120,000원과 50,000원, 두개의 체온계가 있었다. 기능에는 별 차이는 없는데 제조사와 제조국가차이라고, 가격은 왜 이리 비싸냐고 물어보니 모든 시설에서 비접촉식 체온계가 필요하니 수요가 늘고 따라서 가격이 두배이상으로 껑충 뛰었다고, 혹시 가격이 좀 합리적인 것은 없냐고 물어보니 혀밑에 넣어 체온을 재는 것이 있는데 자가격리자에게는 좀, 위생상 좀...





체온계를 사들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띵똥! 성북구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귀하는 해외입국자로 2주간 자가격리 대상자이며.... 앱 또는 전화로.... 격리장소 이탈 여부를 확인할 것이며.... 격리장소 이탈 의심 시.... 경찰에 위치 추적 요청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마침 몇가지 물어 볼 것도 있어서 문자가 온 번호로 전화를 했다.




 





나 ; 보내주신 문자 받았는데요, 아들이 해외귀국자구요, 아들은 외출을 못하니 전화를 개통할 수 없구요, 대신 집의 와이파이로 추적앱 깔았구요, 근데 저에게 문자를 와서요.

공무원 1 ;  네, 일단 신원확인해주신 귀국자보호자분에게도 연락을 하는겁니다.

나 ; 근데요, 저 지금 밖인것 어떻게 아셨어요? 보내주신 문자가 격리 장소 이탈하지 말라고 해서요, 저 잠깐 밖에 나와있는데 깜놀했어요 어떻게 아셨나 하구요, ㅋㅋㅋㅋ

공무원 1 ; ㅎㅎㅎㅎ 아니요, 그 문자는 절차 중 하나예요.

나 ; 농담삼아 그냥 여쭈어 봤어요, 혹시 안바쁘시면 몇가지 질문 좀 해도 될까요?

공무원 1 ; 네!!

나 ; 아니 하루에 두번 체온을 재서 추적앱에 보고하는 것이 필수라는데 이 비싼 체온계를 해외 귀국자 모두가 사야하나요? 체온을 재는 것이 이렇게도 필수라면 마스크파동때처럼 정부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체온계를 사서 자가격리자에게 나눠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해서요. 그냥 제 생각이예요. (꾸깃꾸깃, 갑자기 소심한 내 말투)

공무원 1 ; 아, 체온계가 워낙 비싸서요.

나 ; 그러면 궁금한 게 또 있는데요, 공항에서 집에 올때 주거지 주민센타까지 태워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우리 아들은 공항에서 보건서 들러서 코로나 검사 받고 집에 오는데 택시비가 9만원이나 나왔어요. 교통편으로 택시, 콜밴, 대중교통 세가지 중에 택하라고 하셨다는데 만약 우리 아들이 대중교통 이용했다면, 좀....

공무원 1 ; 아 그렇죠 대중교통 이용하면 안되지요. 예전에는 주민센타까지 태워드렸는데 지금은 여건이 좀...

나 ; 교통편은 자기 부담! 네 알겠어요, 그리고 집으로 죽과 간편식 보내준다고 하던데 그것도 없어졌겠군요.

공무원 1 ; 네 예전엔, 지금은 좀...

나 ; 그냥 궁금했어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럼.





나와 통화한 공무원에게 내가 밖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고 격리장소 이탈금지라는 문자를 보냈냐고 묻자 그녀가 시원하게 웃으며 대응해주었기에, '무표정'과 '할말 만 최소한도로'라는 일반적인 공무원에 대한 편견과 사심 가득한 내 선입견이 잠시 날아갔기에, 몇가지 질문을 했고 답을 얻었다.





우한 교포들을 태우고 온 비행기와 그들을 데려오기 위한 앞뒤의 저간 사정을 온 뉴스 채널이 화려하고 자세히 보도했다. 다각도로 코로나에 대응하는 정부의 노력 또한 많이 보았고 들었다. 등교하지 못해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정부가 무상으로 컴퓨터를 제공했다고, 아이가 둘이면 각각 한대 씩, 두대를 받았다고 지인에게 들었다. 국민 모두에게 일일히 나누어 주는 재정지원금을 물론 나도 받았다. 공항에서 집에 오는 길에 감염의 위험이 있어 해외입국자는 주민센타까지 데려다 준다니 정말 물샐틈없고 세심한 방역 시스템이야! 정부의 섬세한 보살핌을 이참에 나도 누릴수 있겠네, 암만, 평생 유리지갑인 직장인 월급 통장에서 단 한푼도 빠트리지 않고 각종 세금에 재산세에.. 암만 나도 이참에 좀....





해외귀국자이기에 갖추어야 할 '비싼' 비접촉 체온계, 공항에서 집까지 9만원 교통비 부담은 K방역에 관한 내 기대를 조금 허물었다. 그래도 뭐, 이번 광화문 사태로, 깜깜이 감염으로, 인력이나 재정이 한참 부족할거야,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다, 가자격리 전담반의 연이은 전화와 문자를 받기 전까지는.









저녁밥을 준비하기전 소파에서 잠깐 졸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소리를 작게 해놓아 서너번이 울려서야 받았더니 경직된 쇳소리였다.


공무원 2 ; 아드님이 지금 위치 파악이 안되는데 집에 있는 것 맞나요.

나 ; 네 자기 방에 있어요

공무원 2 ; 이탈한 것 아니지요.

나 ; 정말이예요, 방에 있어요.

공무원 2 ;  바로 바꿔 주세요.



공무원 2 ; 지금 집에 있는 것 맞나요?

아들 ; 네, 집, 방에 있는데요.

공무원 2 ; 근데 왜 위치 파악이 안되지요? 와이파이 켜져 있는 것 맞나요?

아들 ; 네 켜져 있어요

공무원 2 ; 아, 근데 왜 이러지.

아들 ;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그런가요? 제가 핸드폰 껏다가 켜볼께요.

공무원 2 ; 아, 이제 되네요. 이탈하시면 안됩니다.

아들 ; 이탈안했어요.

공무원 2 ; 이탈하시면 안됩니다. 와이파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수시로 확인하세요.

아들 ; 네.

  





아들의 방이 마루의 와이파이 기계로 부터 가장 멀어서인지 드믈게, 잠시 그방에서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와이파이가 쌩쌩하고 추적앱이 작동되어도 의심을 장착한 취조의 “쎈’ 어조로 문자와 전화가 왔다. 그 공무원의 '부캐'가 일본 강점기에 독립투사 취조하던 고등계형사 나까무라씨인줄.





나는 글에서 가족을 제외한 다른이들에 대해 '심하게' 말하지 않는다. 브런치 초기, 나는 약하다고 쓴다고 썼는데 글의 주인공은 조금 거시기하다고 느낀 경우가 있었다. 그 경험 이후 친구나 지인에 관한 글은 쓰지 않거나 스리슬적 터치하고 넘어간다. 물론 글의 소재가 어마무시하게 줄었지만, 그건 내가 감당할 부분이고. 두번째 이유는, 글은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지금은 '심하다'고 느끼지만, 나중에 저간 사정을 알고 나서 '아 그게 아니었구나'깨달으면 그땐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글의 소재가 '까도' 되는 가족이나 중립구간인 '여행'이나 '먹거리'로 줄었다, 그것도 내가 감당할 부분이고. K방역에 관한 글은 자가격리가 끝나고 마지막에 쓸 예정이었다. 다 겪고 나서, 순화되고 정리 되는 과정후에, 자가격리에 관한 글을 쓸 생각이었다. 9월 3일부터 6일간 내가 접한 K방역은 상당히 까칠하였고, '보호'보다는 '의심'과 '불신'이었고 나는 그래서 좀 거시기한 상태이다.





코로나 감염자, 그 가족, 관련 의료봉사자, 경제활동가 모두가 치르는 희생은 참으로 막대할테니,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이지만 단순히 해외귀국자이기에 2주, 336시간동안 자기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아들과, 그 엄마이기에 스스로 준자가격리를 하는 내가 받는 육체적, 정신적 압박은 기꺼이 견디겠다. 가차없는 의혹의 시선도 군말없이 받아들인다. 일부의 이탈과 거짓이 K방역에 구멍을 뚫고 수없이 많은 이들의 생계와 건강과 목숨을 위협하니, K방역은 더 조이고 더 압박해서 방어선을 사수하라. 나와 같은 개미군단의 '사소한' 희생을 딛고 넘어서라. 구멍을 찾고 빈틈을 메꾸고 미리 차단하라. 나라 안팎에서 명성이 자자한 K방역은 반드시 그 이름값을 하라.





[자가격리자인 우리 아들 밥 잘먹고 밖에 안나가고방에 꼼짝없이 자알 있어요!]





[인천공항에서 집까지 우리집 막내가 탔던 택시의 기사님! 성북구가 멀다고 아들에게 신경질을 부리시다니요, 택시비가 9만원 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는 기사님개인의 인성문제이니 제 맘에서 지워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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