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에 벌어보는 '돈'의 가치

by 클라우디아

얼마 전 95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한 워런 버핏이 전정으로 존경받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5위라는 대부호이고, 투자에서도 큰 성공을 이끈 인물이니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의 말 한마디에서 주가의 향방을 알아내려 하고, 그와의 점심식사가 옥션에 나올 만큼 세간의 관심이 그의 목소리, 제스처, 스케줄을 향하고 있습니다.


버핏 할아버지의 소소한 일상과 간결한 생각을 접하게 되면서 저는 부자를 보는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소위 금수저로 태어나서 고생도 하지 않고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에 투자하면서 편하게 살았겠지'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는 11살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부지런했고, 검소하고 단순한 일상을 보내는 것에 놀랐습니다. 버핏은 7살에 도서관에서 '1천 달러 모으는 1천 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은 후 동네에서 코카콜라, 껌, 잡지책 등을 판매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고, 할아버지의 가게에서 일을 하고 신문 배달도 했습니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그는 60년 투자기간 동안 550만 퍼센트의 수익을 창출하며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십여 년을 살다 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점은 '아이들이 돈을 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돈을 벌고, 방학 동안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번돈을 저축하고 조금씩 모아서 투자도 하면서 돈에 대한 생각을 정립해 가는 이들의 문화가 처음에는 충격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어린아이가 돈을 번다고 하면 '얼마나 집안형편이 어려우면 어린아이에게 돈을 벌게 하나', '부모가 아이를 생활전선으로 내몰다니' 하는 선입견부터 드는 게 사실입니다. 저 역시도 우리 아이에게 방학이나 방과 후에 돈을 버는 것보다는 공부나 자기 계발을 하라고 말했습니다.




앤 마틴의 '더 베이비 시터스 클럽' 시리즈를 보면 서구의 아이들의 생활과 그들이 베이비 시터라는 역할을 담당하고 돈을 벌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 친구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화해,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 등 청소년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묘사되어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만 10살 전후로 이웃의 아이들을 잠깐씩 맡아서 돌보는 베이비시터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인 책임과 함께 노동의 대가인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쉽게는 하우스 초어(집안일), 눈 치우기, 잔디 깎기 등 간단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작은 시작이 결코 무시할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틴에이저가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많아집니다. 베이비 시터 자격증을 획득해서 그 동네나 커뮤니티에서 베이비 시터로 등록하고 정식으로 돈을 벌 수도 있고, 특히 요즘은 애완견 시터나 애완견 산책을 해주고 돈을 벌기도 합니다.


축구, 배구, 수영, 아이스 스케이트, 하키 등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일하기도 하고, 공부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튜터링을 하거나 클럽을 매니지하기도 하면서 돈을 벌거나 재능 기부를 하기도 합니다.

방학 동안이라면 한두 달 동안 페인트를 하거나 이웃의 집을 고쳐주면서 돈을 벌기도 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센터에 취업해서 초등 전후의 아이들의 코치나 티처로 일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서양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무엇인가를 사주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나 컴퓨터, 테크놀로지 디바이스를 사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모으고, 어디에 돈을 쓸 것인가를 생각하고 계획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 아이 친구도 자신이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서 방학 동안 데어리 퀸에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청소년기는 사회구성원으로 역할과 책임을 시작하는 시기이며 이들은 자연스럽게 연습시키고 있네요.





이러한 청소년기의 경험이 그들의 인생에서 튼튼한 배양분이 된다는 것을 한참의 시간이 지나면서 터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틴에이저의 시기를 보통은 로우틴(13-15세), 하이틴(16-19세)으로 나누면서 자신이 해야 한 책임과 누려야 할 권리를 배워나갑니다. 부모들도 이 시기가 되면 자녀를 간섭하고 잔소리하기보다는 자유와 권리를 인정해 줍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자녀에게 행동에 대한 책임과 함께 집안에서의 역할을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이 아이들은 작고 여린 한 아이에서 벗어나 한 가정에서, 학교에서, 커뮤니티에서 더 나아가서는 사회에서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입니다. 두 달 여 넘는 방학 동안 그들이 속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지 않는 아이들을 오히려 '아이'취급합니다.


우리도 겪어보았지만 청소년기는 불안한 시기입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정 정한 신체성장 속에서 정신성장과의 불일치도 역시 넘어야 할 산입니다. 청소년기에 돈을 번다는 경험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과 책임을 생각하는 '첫걸음'인 까닭입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이기도 합니다. 처음 경험이 선순환으로 흘러갈 때 청소년기에서 맛보는 '돈'의 가치가 그들의 기나긴 인생 여정의 든든한 힘이 될 것입니다. 버핏 할아버지처럼 존경받는 부자가 될 수 있는 초석이라 여겨보겠습니다.


시험, 등수, 공부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소망도 드네요. 돈을 번다는 행위를 속물적인, 그리고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모든 청소년들은 공부만 해야 한다고 대학을 잘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곳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매김하는 다양한 관점으로 확대되었으면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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