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스스로 해내다.

20171118

by 도대영

“응가!”


안해는 설거지를 하고 나는 거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딸내미의 작지만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돌아보니 딸내미는 잰걸음으로 변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다다다다!’

우리는 하던 것을 멈추고 딸내미를 따라갔다. 변기에 앉은 딸내미는 속된 말로 ‘용을 쓰고’ 있었다. 시뻘게진 얼굴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지연이 아자!”

“딸내미 할 수 있어, 힘내!”


마치 2002 월드컵으로 돌아간 것처럼 우리는 진심을 담아 응원했다. 힘을 주는 딸내미와 그 손을 맞잡은 우리 부부, 이것은 가족 분투기였다. 얼마가 지났을까?


“어, 어? 나온다!”

“우와, 진짜네!”

그렇게 딸내미는 첫 배변에 성공했다. 끝나고 본인도 뿌듯한 지 변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똥.”

“맞아, 지연이가 성공했어!”

“힘들었을 텐데 대견하다. 고마워!”

안해는 뒤처리를 했고 나는 딸내미를 들어 화장실로 향했다. 엉덩이를 물로 씻어주며 말했다.

“지연아, 혼자 응가하는 거 힘들지 않았어?”

“앙.”

“진짜 자랑스럽다. 고마워.”

“아가, 야야야야(딸내미 변기의 별명), 응가, 어!”

“지연이가 야야야야에 혼자 응가했다고?”

“네!”

예전에 TV에서 신동엽이 아이가 처음으로 배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났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쁘고 뿌듯한 걸까?

긍정의 훈육에서는 연령별 양육 방법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특히 에릭슨의 발달 과업을 많이 인용한다. 그에 따르면 지연이는 자율성을 길러줘야 할 시기다. 정확히는 자율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에릭슨은 ‘~감'이라는 표현을 어떤 방향을 향한 경향성이라고 기술해 ‘~성'과 차이를 둔다.) 이때 잘 기르지 못하면 아이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세상을 향해 처음으로 탐험하고 도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부모에게는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효율적이고 바른 방법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익스피어가 말했다. ‘인생은 무대이며 누구나 하나의 배역을 맡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아이는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다져나가고 있다. 서두르지 말고, 방관하지 말고 옆에 있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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