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5
어제 새벽이었다.
“오빠, 잠깐 일어나 봐.”
“으... 응?”
저녁 늦게 잠들었던 피곤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무슨 일이지?’
안해는 대뜸 내 눈 앞에 무언가를 내밀었다. 볼펜 같이 생긴 플라스틱 물체.
‘이게 뭐더라?’
고개를 몇 번 턴 뒤 보니 임신 테스트기였다.
“어떡해?”
정신이 번쩍 들어 자세히 보았다. 빨간 줄이 두 개 그어져 있었다.
“어, 어? 어?”
“어떡하냐고……”
안해는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했다. 하지만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놀라움이란 불꽃이 퍽 하고 터진 느낌이었다. 화려한 새끼 불들이 수놓고 있었다.
“예쁘게 키우자. 고맙다.”
“아니, 그게 아니고……우리 지연이만 예쁘게 키우기로 했잖아.”
안해는 걱정과 혼란에 빠져 있었다. 나도 놀랐다. 하지만 나의 놀라움은 두근거림의 색이 더 진했다.
아침이 밝았지만 안해의 표정은 어두웠다. 가뜩이나 일정이 많은 날이었다. 딸내미 병원도 가야 하고 안해도 병원을 가야 했다. 다음날에는 안해의 중요한 강의도 있었다. 빡빡한 스케줄은 예상치 못한 지진에 뒤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출근길을 나섰다.
퇴근을 하고도, 그다음 날에도 안해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말을 했고 지연이를 보며 계속 눈물을 지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생각을 전하고 마음을 읽고 이야기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잊고 있었나 보다. 아이가 생긴다는 건 이렇게 큰 일이었다. 특히 여자에게는 더 말이다.
밤늦게 운동을 다녀온 나는 안해를 깨웠다. 하지만 안해는 피곤했는지 일어나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설거지를 한 뒤 잠자리에 누웠다. 그때 안해가 일어났다.
“나 씻고 올게.”
나는 자는 딸내미 옆에 누웠다. 뽀뽀를 한 뒤 생각에 잠겼다.
“여보, 지연이는 두고 위에서 같이 잘까?”
“그래.”
우리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꼭 껴안았다. 안해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리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받아들이자. 예쁘게 잘 키우자.”
그리고는 내 손을 배로 가져갔다. 몇 년 전 지연이가 있던 그곳이었다.
“그동안 오빠 인사도 제대로 못했잖아. 꼬꼬마한테 인사해줘.”
“너 진짜 잘 온 거야.”
“맞아, 행운인 줄 알아~ 우리 집에 온 거. 우리 집 PDC 하는 집이다.”
안해의 말에 우리는 같이 웃었다. 그렇게 온전히 새 식구를 맞이하게 되었다.
기분이 참 묘하다. 정말 행복하고 두근거린다. 하지만 걱정도 된다. 지연이 때는 몰라서 걱정이었다면 이번에는 알기에 걱정이다. 그러다 딱 그 정도다. 우리는 지금까지 잘 해왔고 이제는 지연이도 있다. 지연이가 언니가 될지 누나가 될지는 몰라도 야무지게 제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나눌 사람이 하나 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태명은 뭘로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