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자자

20170604

by 도대영

“아아아~”

딸내미가 졸리다는 신호를 보냈다. 눈을 비비며 칭얼대기 시작한 것이다.

“지연아, 들어가서 잘까?”

“앙!”

“그럼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딸내미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했다. 그리고는 안해와 함께 총총총 걸어 들어갔다. 나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간 뒤 딸내미 옆에 누웠다.

“아아아아!”

갑자기 딸내미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방문 쪽으로 가리켰다.

“딸내미, 왜 그래?”

“아! 아아아!”

딸내미는 손가락을 편 채 연신 소리를 내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빠 나가라고?”

“앙.”

“진짜 아빠 나가?”

딸내미는 칭얼대며 안해 품으로 파고들었다.


충격적이었다. 딸내미가 나에게 나가라고 하다니. 물론 낮에 아무리 잘 놀아도 밤잠을 잘 때는 엄마의 시간이었다. 내가 그 어떤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는 그런 시간. 하지만 매번 같이 자며 도란도란 놀았는데 그런 딸내미에게서 나가라는 말을 들으니 무척 속상했다. 최근 며칠 일이 바빠서 잠자리에 같이 들지 못했다. 거실에서 인사한 뒤 나는 일을 해야 했고 꿈나라로 가는 기차는 엄마와만 탄 것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싫다기보다는 ‘잔다 = 엄마와 나만 있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너무 속상하고 슬펐다.

이내 딸내미는 더 칭얼대기 시작했고 나는 딸내미 볼에 굿나잇 뽀뽀를 해주고는 방문으로 향했다. 그때 안해가 말했다.

“여보, 가지 말고 여기 누워봐.”

나는 그 말을 듣고 무슨 일인가 싶었다.

“지연아, 여기는 원래 아빠랑 엄마가 자는 곳이야. 그런데 사랑해서 지연이가 생긴 거고 우리는 가족이 된 거지. 가족이니까 같이 자는 거야. 아빠는 가족이야. 그러면 같이 자야 되지. 지연이 아빠 싫어?”

딸내미는 끙끙대는 강아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며칠 아빠랑 안 자서 어색했던 거지? 우리 세 식구 같이 자자.”

“앙.”

나는 슬며시 옆에 누웠다. 딸내미는 그런 나를 보며 초롱초롱 빛을 내며 웃었다. 참 이게 뭐라고. 순간 속상했던 나도 웃기고, 함께 자는 우리 세 식구도 재미있었다.


흔히들 대한민국 아빠들이 가정에서 자리를 잃는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가족은 생물학적 관계가 아니라 함께 보내는 시간과 마음이 만든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 마음먹었고 키우면서 든 확신은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와, 가족과 보내는 시간만큼 고스란히 가정에서 나의 자리가 생긴다. 가족들이 더 한 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시간의 양과 질이 행복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사실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아이가 어릴 때 아빠들은 대부분 사회생활에서 왕성한 도약을 시작하는 시기이고 그 경쟁과 치열함 속에서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에 도취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인생의 행복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이 이후 나는 딸내미가 잠들기 전까지는 일이나 다른 것을 하지 않는다. 나의, 그리고 우리의 행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책을 읽으며 함께 잠드는 잠자리가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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