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6
“신세계로 가자.”
우리는 어제 보지 못한 장을 보기로 했다. 비가 내렸지만 마트가 있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역시 습한 날씨에는 쾌적한 에어컨이 최고였다. 온 김에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딸내미, 뭐 먹고 싶어?”
“꼬기.”
“고기 먹고 싶어?”
“네, 동그란 고기 먹을래요.”
딸내미는 쪼로로 달려가더니 식당 앞의 입간판을 가리켰다.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이었다.
“아, 돈가스 먹고 싶어?”
“네에~”
“그러자.”
딸내미는 신나서 달려들어갔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장난을 치며 놀았다. 요즘 딸내미와 하는 장난이 무척 즐겁다.
음식이 나왔다. 딸내미는 어김없기 자기가 먹겠다고 했다. 나는 옆에서 고기를 잘라 주고 틈틈이 밥을 먹였다. 그러다 먹는 속도가 줄기 시작했다. 이럴 때면 즐겨 쓰는 방법이 있다.
“토리야, 이것 봐라~ 누나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요즘 뱃속에 있는 동생에게 의젓한 누나이고 싶어 한다. 아니나 다를까 냉큼 입을 벌려 밥을 한가득 넣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토리야, 봤어? 누나 멋지지?”
그럼 안해가 복화술을 하듯 토리가 되어 대답한다.
“응, 누나 멋져.”
그 모습이 귀여워 나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지연아, 맛있어?”
그때였다. 딸내미가 갑자기 내 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귀 줘봐요.”
“응?”
처음 듣는 말이라 의아했다. 나는 귀를 들이댔다. 그러자 딸내미가 그럴싸한 모습으로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한 손으로 입모양을 가리는 게 어른들과 다르지 않았다.
“(귓속말) 아빠, 진짜 맛있어요. 좋아요.”
“(귓속말) 그래? 그 말 들으니까 아버지도 좋다.”
그 모습을 보던 안해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둘이 무슨 이야기해?”
“응, 아~”
그때 딸내미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안돼요! 엄마한테 말하면 안 돼. 우리끼리만 말하자.”
단호했다. 좋아하는 엄마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사회적인 관계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일까? 성장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흐뭇해하고 있는데 딸내미가 다시 내 쪽으로 몸을 숙였다.
“(귓속말) 아빠, 내가 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지금 먹어서 신나요.”
“뭐라고?”
“(귓속말) 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지금 먹어서 신나요.”
아까보다 더 놀랐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심정이 아니라 아까부터 있었던 과정과 그 결과를 나에게 말한 것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안해가 또 물었다.
“둘이 무슨 이야기 하는 건데?”
“비밀이에요!”
“비밀이래요. 그런데 여보 상상도 못 할 걸?”
“너네 진짜, 너네끼리 그럴래? 나 이제 섭섭하다.”
그렇게 둘이 꽁냥꽁냥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친밀감, 그리고 유대감. 즐겁고 행복했다. 이래서 여자들이 그렇게 귓속말을 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차에 타며 안해가 물었다.
“그런데 아까 진짜 지연이가 뭐라고 한 거야?”
“아, 응. 지연이한테 물어봐.”
“지연아, 뭐라고 했어, 아까?”
“내가 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먹어서 신나요!”
“우와, 진짜?”
안해는 감동한 표정이었다. 저 말을 한 지연이의 성장이 눈에 보였으리라. 그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다. 가족이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