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요

20180630

by 도대영

“매워요. 매워! 매워!”

토요일 이른 아침, 우리는 안방에 모여 있었다. 어제 열 때문에 처방받은 약을 정해진 시간에 먹여야 했다. 잠이 덜 깬 딸내미에게 약을 먹이고 달콤한 초콜릿을 하나 주었다. 지연이가 좋아하는 마카미디아 초콜릿이었다. 그런데 졸려서 눈도 뜨지 못하고 초콜릿을 오물거리던 딸내미가 느닷없이 맵다고 뒹굴었다.


“여보, 초콜릿에 혹시 뭐 들어간 거 아냐? 통 가져와봐.”


우리는 초콜릿을 이리저리 살폈지만 그건 그냥 초콜릿일 뿐이었다. 이 달콤한 초콜릿이 맵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지연아, 잠깐만 아~ 해봐. 어머, 여보. 이거 구내염 아냐?”

“어디?”


딸내미 혀에는 하얀 수포가 커다랗게 나 있었다. 누가 봐도 구내염이었다. 맵다고 한 건 혀가 아프다는 뜻이었다.


“아이고, 어떡하냐…… 엄청 아프겠다.”

“그러게, 아무것도 못 먹겠는데.”


예상대로 딸내미는 죽도, 좋아하는 과자나 초콜릿도 못 먹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고, 아무것도 못 먹을만했네. 음……”


의사 선생님은 지연이의 입 상태를 본 뒤 손발을 살피기 시작했다.


“선생님, 수족구는 아닌 거죠?”

“네, 현재로써는 구내염인데. 애매하네요. 나중에 손발에 올라오기도 하거든요 잠복기가 있어서.”

“어떡하죠?”

“일단 뭘 먹기 힘들 테니 수액을 맞고 가세요. 약도 정해진 시간에 꼭 먹이셔야 하고요.”


두둥, 수액이라니. 예전에 감기가 심하게 왔을 때 수액을 맞히려다 완강한 저항에 밀려 실패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런데 다시 맞혀야 한다니. 딸내미의 고집과 힘을 알기에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뽀로로를 보던 딸내미와 함께 수액을 맞는 방으로 향했다. 안해는 딸내미를 세워 놓고 차분히 말했다.


“지연아, 지연이 입에 구멍 한 게 너무 아파서 선생님께서 오늘 주사 한 번 맞아야 한대. 엄마 예전에 토리 만나러 갔다가 맞은 거 있지? 똑같은 거야.”

“엉?”


당황한 딸내미는 방을 나가버렸다. 나는 가서 다시 딸내미를 데려 왔다.


“싫어, 싫어. 안 맞을 거야!”

“잠깐만 따끔하면 돼.”

결국 딸내미는 울음을 터뜨렸다. 우는 딸내미를 눕히고 나와 간호사 둘이 동원된 힘겨운 작업이 시작되었다. 안해는 옆으로 나와 앉아 있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겨우 바늘을 꽂은 뒤 갖가지 개인기와 스토리텔링으로 딸내미를 달랬다. 겨우 진정이 된 딸내미는 다시 뽀로로 시청에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가 끝난 게 아니었다. 이후 약을 먹이는 게 너무 힘들었다. 평소에 약을 잘 먹는 아이는 입 속이 아파 완강히 버티며 먹지 않으려 했다. 결국 갖가지 설득과 회유, 협박 끝에 안해가 잡고 내가 먹일 수밖에 없었다. 울다 지친 딸내미는 곧 잠들었다.


자고 일어난 뒤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계란 과자가 먹고 싶다는 딸내미를 위해 나는 마트에 가서 먹을 법한 것을 가득 사 왔다. 과자, 초콜릿, 요플레, 각종 우유, 보리차, 비요뜨, 팥빙수 등. 그러나 딸내미는 삼키지 못했다.


“입이 아파서 못 먹겠어!”


계속 대성통곡을 하며 입을 가리켰다. 울면서도 정확한 의사 표현을 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너무나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그렇게 어르고 달래다 시간이 되었다. 나는 다시 약을 탔다.


“지연아, 엄마도 예전에 지연이가 태어날 때 엄청 아팠다? 그런데 소리도 안 지르고 버텼어. 너무 아팠는데 지연이를 만나는 게 더 중요했거든. 지연이도 너무 아픈 거 알아. 그래도 입에 있는 구멍들 없애려면 약을 먹어야 돼.”


그렇게 십 여 분의 실랑이 끝에 우리는 아까와 같은 작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딸내미는 약을 거의 다 뱉어냈다. 약과 함께 울음도 뱉어 냈다. 너무 서럽고 힘들었던 것이리라. 안타깝고 속상했던 안해는 건강을 위해서는 먹었어야 한다며 딸내미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나까지 보태면 너무 푸시하는 것 같아 나는 기다렸다. 딸내미는 그저 울 뿐이었다. 그러다 겨우 물로 입만 헹구고 잠자리에 들었다. 우느라 지쳤던 딸내미는 이내 잠에 빠져 들었다. 안해도, 나도, 아이도 너무 힘겨운 하루였다.


긍정의 훈육에서는 일관되게 친절하며 단호할 것을 주문한다. 강의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전하면 이런 질문들이 나온다.


“너무 참기 힘들면 어떡하죠?”

충분히 공감 가는 질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가이드라인처럼 긍정의 훈육 역시 효과적인 길을 제시합니다. 그 길은 효과적이며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모든 상황에서 그래야만 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그럴 수 없는 거겠죠. 그래서 저는 ‘선택'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관계에서 힘을 사용할 수도 있고 친절함과 단호함으로 대할 수도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보상을 하기도 하겠죠. 그건 오롯이 자신의 선택입니다. 교사 역할훈련에서도 ‘힘'이 하나의 옵션인데 부정적인 이야기만 잔뜩 합니다. 그럼에도 옵션으로 있는 이유는 꼭 필요한 상황이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교사의, 부모의 역량이란 건 배운 걸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아닐까 해요.”


아이가 아플 때가 그러하다. 아이의 건강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픔은 한시적이고 안전을 위협하기에 빨리 끝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이 때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때로는 어르고 달래며 때로는 매몰차게 힘을 사용해야 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대화하고 존중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결단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매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우리는 많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내일은 다시 힘들겠지만 그래도 하루가 지났음에 고마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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