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6
“아이, 깜짝이야! 쟤 요즘 아침에 저런다니까?”
우리는 작은 방에서 걸어 나오던 길이었다. 무척 예쁜 하늘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은 뒤였다. 문을 열고 보니 지연이가 아무 말 없이 안방 문 앞에 서 있었다. 기척도 없이 서 있어서 안해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요즘 지연이가 즐겨하는 장난이다. 일어나면 몰래 다가와서 서 있는 것. 덕분에 잘 놀래는 안해는 진심으로 당황하는 모양이다.
“딸내미, 일어났어?”
나는 한 걸음에 달려가 지연이를 안았다. 지연이도 웃으며 나에게 폭 안겼다. 지연이를 안고 뽀뽀를 하며 창 밖의 하늘 구경을 했다. 아침 출근길에 자는 지연이에게 뽀뽀를 하는데 요즘은 잘 못했다. 혹시 깰까 봐. 그런데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보고 출근하면 하루가 든든하고 행복하다. 비타민이 따로 없다.
그렇게 꽁냥꽁냥 하고 있을 때였다.
“지연아, 지연이가 아빠 선물로 사 온 빵 있잖아? 그거 드려야지.”
“아!”
지연이는 쪼로로 유모차로 달려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소시지 빵을 하나 건넸다.
“빵 맛있게 먹어요~”
“우와, 지연아, 이거 아버지가 엄청 좋아하는 빵인데! 고마워!”
“응, 맛있게 먹어~!”
나는 기분 좋게 출근길에 나섰다. 그때 지연이가 말했다.
“안 돼!”
“왜? 뭐가 안 돼?”
지연이의 다급한 외침에 놀라서 물었다.
“빵 먹고 가야지!”
“아, 지연아, 아버지 출근하면서 먹을게.”
“아니야. 여기서 먹어야지.”
안해가 거들었다.
“지연아, 아빠 공부하러 가는 시간이 있어서 지금 가셔야 한대.”
“대신 아버지가 출근하면서 구름 아저씨랑 바람 아저씨한테 자랑하면서 먹을게.”
“뭐?”
“지연이가 맛있는 거 사줬다고 자랑해야지. 그래도 돼?”
“응!”
겨우 허락을 얻었다. 발걸음을 떼려는데 딸내미가 말을 이었다.
“구름 아저씨랑 나눠 먹어~”
“나눠 먹으라고? 싫어. 아버지 혼자 먹으면 안 돼?”
나누라는 말을 자주 하는 우리는 웃었다.
“안돼. 친구끼리 나눠 먹어야지!”
“그래? 그런 거야?”
“응! 친구끼리는 나눠 먹어야 돼. 혼자 먹으면 안 돼.”
콧잔등을 찌푸리며 100000%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잔소리를 했다. 진지하게 말할 때 나오는 딸내미의 특징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는 웃음이 터졌다.
“알았어. 그럼 구름 아저씨랑 바람 아저씨랑 나눠 먹을게.”
“응, 혼자 먹으면 안 돼!”
“알았으~”
그렇게 다짐을 하고서야 나는 출근길에 나설 수 있었다.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날씨도 최고였다.
나는 잔소리를 거의 듣지 않고 자랐다.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부모님의 양육 방식이었다. 자유와 책임을 주시고는 지켜보셨다. 그래서 나는 원하는 걸 마음껏 시도할 수 있었고 대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습관도 기를 수 있었다. 내가 힘들다고 도와주시는 법이 없었고 기회를 주고 기다리실 뿐이었다. 평생 동안 들은 잔소리라고는 부모님의 뜻과 다르게 교대에 지원했을 때 들은 잔소리가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잔소리에 익숙하지 않다. 타인의 잔소리는 내 판단에 의해 걸러버리기 일수였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 안해로부터 애정 어린 잔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성가시기도 했지만 틀린 말이 잘 없기에 지금은 고맙기도 하고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제 잔소리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 우리가 아이를 낳기 전에 안해의 성격을 닮았을지 나의 성격을 닮았을지 궁금해했었는데 일정 부분은 안해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딸내미는 폭풍 잔소리꾼으로서의 자질을 뽐내고 있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기억력 때문에 상대적으로 덤벙대는 나는 벌써 딸내미로부터 잔소리를 듣고 있다.
“아빠가 저번에 ~~ 한댔잖아.”
“아니야. 이거는 ~~ 하고 한다고 그랬었어. 약속 지켜야지.”
아, 벌써 피곤하다. 그런데 행복하다. 내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생활 방식, 낯설지만 따뜻하고 즐겁다. 내가 웃음 지으며 잔소리를 듣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