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6
저녁을 먹느라 식탁에 앉았다. 먼저 다 먹은 딸내미는 거실을 뛰어다니고 있었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연아, 과일 먹을래?”
“네!”
과일을 좋아하는 우리 딸내미는 냉큼 대답했다.
“뭐 먹고 싶어?”
“음…… 수박.”
“수박? 아, 수박 냉장고에 있으니까 꺼내 줄게.”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내 딸내미에게 주었다. 딸내미는 맛있는 수박을 입이 터질 듯하게 집어넣어 먹고 있었다. 요즘 오물대는 입이 정말 귀여운 아이였다. 그때 안해가 말했다.
“지연아, 엄마 자두 먹고 싶어. 우리 자두 먹으러 갈래?”
아마 산책도 할 겸 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두 이야기를 꺼냈다. 수박을 우적우적 먹던 딸내미는 시크하게 대답했다.
“싫~~ 어.”
예상 밖의 거절에 안해는 당황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말을 걸었다.
“자두 먹으러 가자.”
“싫어.”
“자두~”
“싫어~”
그렇게 자두와 싫어가 라임을 이루며 계속 오갔다. 그러자 딸내미가 작전을 바꾸었다.
“자두 먹자~”
“수박 먹을래?”
세상 달콤한 표정과 목소리로 안해에게 수박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안해와 나는 빵 터졌다. 하지만 안해도 포기하지 않았다.
“싫어, 엄마는 자두 먹고 싶단 말이야.”
“싫어, 수박 먹어.”
“왜 자두 사러 안 가는데?”
“음… 음…”
딸내미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무작정 떼쓰는 것보다는 논리적인 대답을 선호하는 녀석이기 때문이리라.
“자두 가게 문 닫았어.”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에 또 빵 터졌다.
“아니야, 문 열었어.”
“아니야, 깜깜이 선생님 오시잖아.”
어두워졌으니 문을 닫았다는 논리였다. 고집이 대단했다. 하지만 안해가 누구인가. 고집하면 지지 않는 여인이 아닌가.
“토리도 자두 먹고 싶대.”
지연이가 제일 좋아하는 동생을 통한 공격이었다. 지연이는 대답했다.
“아니야.”
“진짜야, 토리한테 물어봐라.”
“토리야, 자두 먹고 싶어?”
“(토리 목소리로) 응.”
안해는 복화술로 뱃속의 둘째 목소리를 낸다. 딸내미는 그렇게 동생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나의 의사와 다른 대답이 나왔다. 딸내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쿨하게 말했다.
“아니야, 수박 먹어.”
단호하고 엄격한 누나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둘은 더 아웅다웅했다. 결국 딸내미는 수박을 접고 밝게 집을 나서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 진짜 웃겨.”
“뭐가 그렇게 웃겨?”
“둘이 아웅다웅하는 게 웃겨서. 그런데 지연이 사춘기 때 진짜 볼만하겠다. 둘이 엄청 싸우겠는데?”
안해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벌써 말싸움 안 지는 거 봐. 어휴……”
누구를 탓하랴. 부모아 만든 자식인데. 나중에도 딸내미가 힘에 눌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아, 물론 따뜻한 가슴과 열린 머리를 가지고 말이다. 그러나 저러나…… 둘이 말싸움하면 나를 중간에 끼우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