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노를 젓는다

20180808

by 도대영

“딸내미……”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뜨거운 감정이 가슴을 뚫고 올라왔다. 흐르는 눈물을 훌쩍임 몇 번으로 애써 막아 보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잠든 딸내미의 얼굴은 주체할 수 없는 미안함을 만들었다.

규원이가 집에 온 지 4일째, 우리 가족은 대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다. 다행히 규원이는 큰 문제없이 집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안해는 안해대로, 나는 나대로, 딸내미는 딸내미대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그러다 오늘, 이번 방학 마지막 강의를 맞이했다. 이른 시간에 나가야 했기에 딸내미를 등원시키지 못했다. 안해는 오롯이 아이 둘을 떠안았다. 뒤통수의 접착제를 어쩔 수 없이 외면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총알 같이 날아왔다. 다른 강의보다 힘을 2~3배는 더 썼지만 퍼질 겨를이 없었다. 돌아와 만난 안해의 얼굴은 핼쑥해져 있었다. 나는 땀에 젖은 비루한 몸뚱이만 간단히 씻고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해는 지쳐 잠든 쪽잠이 휴식의 전부였고 나는 3분도 앉아 있지 못했다. 딸내미와 끊임없이 놀며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반찬 정리를 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며 딸내미를 케어했다. 안해는 당연히 나보다 더 정신없었다. 끊임없는 딸내미의 귀여운 조잘거림이 부담으로 다가 올 지경이었다. 우리는 각자 지쳤다. 미소는 점차 사라졌고 날카로운 눈빛과 한숨이 더해졌다. 딸내미는 낮잠을 걸렀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일찍 잠이 들었다. 엄마 다리를 잡고 잠이 든 딸내미, 안해는 한참을 안쓰럽게 안고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가 안아 안방에 눕혔다. 딸내미가 유일하게 조용해진 그 순간, 역설적이게도 나는 오늘 처음으로 딸내미를 찬찬히 보았다. 가슴이 뜨거워졌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가 보기에 딸내미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생을 너무나 사랑스러워하며 끊임없이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을 불어넣는다. 이유 없이 보채거나 동생을 시기하는 것도 거의 없다. 잠들 때 잠깐 보채는 게 전부다. 그러나 나는 정신없는 상황을 이유로 그걸 잊고는 한다. 당연한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도 깊게 고민하거나 딸내미의 감정을 살피지 못한다. 아직 애 둘 초보 아빠는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잠든 딸내미를 보니 잊었던 고마움이 떠올랐다. 동시에 더 큰 미안함이 나를 휘감았다.


“딸내미……. 미안해, 그리고 너무 고마워. 사랑해.”


딸내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훔쳤다. 쉽사리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잠든 두 아이의 모습이 유독 닮아 보였다.


셰익스피어는 이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사람은 배우라고 했다. 각자의 역을 맡아 최선의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가족은 각자도생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도, 어른이어도 제 몫을 해야 한다. 그래야 가족이라는 배는 나아갈 수 있다. 노를 젓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 배가 나아가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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