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사람을 만든다

20180919

by 도대영

규원이가 우리 품에 온 지 60일이 넘었다. 둘째는 금방 큰다던 선배들의 말이 실감 난다.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첫째 때보다 금방 커 있는 규원이를 발견하고는 한다. 다행히 잘 먹고 잘 누고 잘 울어서 건강하게 크고 있다.

규원이를 보다 보면 지연이를 키우던 시절이 오버랩되고는 한다. 지금 생각하면 ‘참 서툴렀구나.’하는 생각과 ‘진짜 멋모르고 요령 없이 최선을 다했다.’라는 감회에 잠기게 된다. 작은 것 하나에 전전긍긍하고 불안한 마음에 서로를 채근했던 시간, 힘들고 어려웠던 것 같다. 신생아를 대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아기가 이유 없이 울 때다.(정확히는 계속 우는데 이유를 모르는 경우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기저귀 상태도 괜찮으며 아무리 달래도 계속 울어대면 부모는 패닉에 빠지게 된다. 며칠 전에도 정말 오랜만에(규원이가 태어나고는 처음으로) 안해가 패닉에 빠진 모습을 봤다. 다행히 나는 이런 급박함에는 무던한 편이다. 그래서 그럴 때는 역할 교대를 하고 안해는 잠시 타임아웃을 하기도 한다.

목욕을 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물 온도도 적당하고 자세도 괜찮고 울 이유가 없는데 아기는 계속 운다. 울음이 커지고 계속되면 덩달아 목욕을 시키는 사람의 마음도 조급해진다.

위의 상황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라는 불안에 빠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규원이를 키우면서도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전개되는 양상은 지연이 때와 다르다. 안해는 침착하다. 조급하거나 불안감을 좀처럼 비추지 않는다. 나도 쩌렁대는 규원이의 울음소리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목욕을 끝까지 시킨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건 우리다. 경험이 우리를 변하게 만든 것이다. 사실 아직도 신생아가 왜 우는지 다 알지 못한다. 울음 분석기라는 미신에 가까운 방법이 유행할 정도로 모든 신생아 부모의 관심사이지만 아쉽게도 신빙성은 떨어진다. 누구는 성장통 때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심리적 불안 때문이라고 한다. 솔직히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 울음은 언젠가 그치고 운다고 경기를 하거나 크게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부모가 당황하면 아이는 더 운다는 것이다. 물론 원인을 찾아 해결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도 괜찮다. 달래고 격려해서 정서적인 지지를 해주는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불안감이 적어지니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기니 상황은 더 좋은 방향으로 전개된다. 며칠 전에는 규원이를 목욕시키는데 엄청나게 울었다. 한참을 울자 안해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강 마무리하고 나와달라고 했다. 얼른 마무리를 하고 규원이와 나갔다. 나는 안해가 걱정할까 봐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목욕을 시키는 과정에서 무리한 건 없었고 규원이 컨디션이 좀 안 좋았던 것 같다고. 그런데 돌아온 안해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규원이가 울어서 당황했겠다. 여보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가 아직 아기가 크게 우는 걸 견디는 게 어려운가 봐. 그래서 부탁한 거야.”


마치 내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사실 지연이가 어릴 때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연이가 울면 안해는 어김없이 불안한 표정으로 욕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실수는 없었는지, 왜 울었는지 나에게 채근했다. 물론 안다. 안해는 나를 원망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불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듣는 나 역시 힘들었다. 그래서 목욕을 시킬 때면 안해가 언제 들이닥칠지 불안했다. 그러나 규원이 때는 안해도 나도 성장해 있었다. 오늘 목욕을 시킬 때는 규원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목욕을 했다. 콧노래를 부르면 옹알이로 따라 하기도 했다. 행복했다. 둘째는 좀 더 키우기 수월하다는 말의 뜻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에너지가 덜 들거나 성향이 순하다는 게 아니다. 부모가 경험이 쌓여 능숙해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안해와 나는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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