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원이 100일

20181028

by 도대영

“이 초는 놓는 게 나을까, 아니면 없는 게 나을까?”


안해는 연신 바쁘게 상을 꾸미고 있었다. 나는 정리를 하며 힐끗 쳐다보았다.


“없는 게 더 깔끔할 것 같은데?”

“그렇지?”


새벽부터 시작된 하루에 피곤했지만 분주함은 끝나지 않았다. 지연이는 규원이랑 놀아준다며 얼굴을 주무르고 있었다.


규원이가 드디어 백일을 맞았다. 인생에서 첫 백일은 큰 의미를 갖는다. 영아사망률이 높았던 옛날에는 살아남았음에 대한 축복과 장수 기원이 담겨 있었다. 더불어 삶의 패턴이 엄마 뱃속이 아닌 세상에 적응하기 시작하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그래서 이 무렵부터 아이가 통잠을 자기 시작한다고 해서 백일의 기적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또한 백일 동안 수고한 가족에 대한 자축과 격려도 함께 한다.


“여기 봐야지, 규원아~ 까꿍!”


목을 겨우 가누며 세상을 호기심으로 쳐다보는 아이의 시선을 끌었다. 조금이라도 연출된 아이의 사진을 찍는다는 건 고된 작업이다. 자연스러움을 담기보다는 부모의 의도를 담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았다.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하고 뿌듯하기 때문이었다. 우리 부부, 그리고 너무나 큰 역할을 해준 딸내미까지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백일상과 식사 자리가 다 끝난 뒤 곤한 낮잠을 잤다. 일어난 뒤 안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연이 때 비하면 백일이 진짜 수월하게 온 것 같아.”

“그러게, 규원이가 정말 잘해줬지. 아프지도 않고.”


백일 이전에 온갖 병치레를 하며 애간장을 태웠던 지연이 때가 떠올랐다. 대학병원을 뛰어다니며 밤을 지새웠던 날들. 그랬던 아이가 사랑이 충만하고 너무나 건강하게 자라 동생을 돌보고 있었다. 문득 뭉클해졌다.


“여보, 우리 이만하면 백일 잘 키웠다, 그렇지?”
“응, 우리 잘한 것 같아.”


이제 시작이지만 이 아이가 우리 집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을 멋지게 완성시켜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에 맞게 우리 부부도 커가고 있었다.


“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승진했을 땐가요? 집을 샀을 땐가요?”

“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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