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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Nov 19. 2022

* 혼자만의 시간 (2022.11.19.토) *


혼자만의 시간 (2022.11.19.) *      


   최근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는데, A 대교에서 올해에만 17명이 투신자살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에는 3일 동안 연속해서 3명이 자살을 했다면서 조만간 갓길에 투신 방지용 드럼통을 1,500여개 설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 A 대교에 서기 전까지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차가운 강물에 몸을 던지기 전까지 그들의 삶을 채우고 있던 고민들을 누군가에게 말했을까..

 - 하나님을 알고 있었을까...

 - 하나님을 알고 있고 믿었던 사람들도 있었을텐데, 신앙이 그들에게 힘이 되지 못했을까...     


   제일 속상했던 것은 이것이었다.     


 - 다리 위에 혼.자. 서 있었을 때 얼마나 외롭고 슬펐을까...     

     

   생각지도 않았던 눈물을 왕창 흘리면서 보게 된 B 드라마.. 쌍둥이 자매로 태어났지만 C는 너무도 예쁘게, D는 아름답지 않은 외모에 장애까지 가지고 태어난다. 화가 부부였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두고 옷가게를 하던 부모님은 12살에 사고로 돌아가시고 두 자매만 남게 되는데, 예쁘고 영악했던 C는 차마 D를 버리지는 못하고 시설에 남겨놓은 채  오랜 시간 만나러 가지 않는다. 부모님의 그림 재능을 이어받은 D는 제주도에 있는 C를 찾아와서는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림들을 남겨놓고 상경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 C, 너를 그리워하면서 외로울 때마다 그림을 그렸어...     


   외로울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는 D의 수많은 그림을 보고 C는 절규한다.     


 - 얼마나 많이 외로웠던거야.....   

  

   이야기의 흐름을 알고서 보는데도 D의 외로움이 얼마나 속상하고 슬프던지 눈물이 계속 흘러서 혼났다.... C를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는 없고 C를 향한 그리움을 담아 그림을 그렸던 D 혼자만의 시간이 생각나서....

          

   MBTI에 대해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지고 계신 G 선생님이 간단하게 정리해 준 내용이다.    

 

 - 파티를 열었을 때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기운을 얻는다면 E

 - 파티가 끝나고 나서 ‘힘이 다 소진되었어’ 라고 생각이 된다면 I

 - 어떤 일의 세부적인 것들에 신경을 쓴다면 S

 - 세부적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틀에 신경을 쓴다면 N

 -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 진행하면 F

 - 사람이 좋더라도 논리적이어야 한다면 T

 - 되는대로 해야지 한다면 P

 - 꼼꼼하게 계획해야 한다면 J     


   한쪽에만 치우쳐져 있으면 걱정되는 성격이고 중간에 걸쳐 있어야 건강한 성격이라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가운데에 있는 ‘S와 N’, ‘F와 T’ 라고 하셨다. 많은 내용 중에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 혼.자.만의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면 I...      

    

   이번 예술의전당 아카데미의 미술사 강의를 들으면서 유독 강하게 드는 생각 2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강사의 강의 수준이다. 주로 20대부터 70대까지 있는 수강자들의 수준을 너무도 높게 보는 것이 아닌지 싶을 정도로 매차시마다 꼼꼼하고 수준 높은 강의를 준비해 오신다. ‘이 내용을 사람들이 알아듣고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휘리릭 훑어보는 것이 맨 뒤에 앉은 나의 습관이 되었다.      


   몇 년 동안 계속 보아오던 강사님인데 올해는 유독 그분의 정성과 또 어쩌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그 수고로움이 느껴져서 안쓰럽기도 하다. 내가 완.전. 좋아하는 세계사를 훑으면서 하는 강의내용이 너무도 좋지만, 마치 미술사 전공 대학원생들에게 하는 수준이어서 조금씩 걱정이 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 흠... 수준을 조금 낮추셔도 될 것 같은데....

 - 저렇게까지 강의 준비를 해 오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

     

   또 하나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예술가, 화가들의 지독한 외로움’이다.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그 음악을 만든 작곡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수업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나처럼,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에 대한 설명이 주된 것이 너무도 좋다. 예전이라면 ‘그런가 보다’라면서 들었을텐데, 이번 강의에서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화가들의 지독한 외로움’이 너무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 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얼마나 오래 혼.자. 앉아 있어야만 했을까...       


   

   타인과 함께 하면서 힘을 얻는 E 라고 하더라도 그 모임을 나와서는 결국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혼자만의 충전 시간을 가져야만 살아갈 수 있는 I 라면 더욱더 필요한 ‘나 혼자만의 시간’...     


   사랑해서 결혼하더라도 결국은 혼자라는 것을 확인할 뿐이고 오히려 더 외롭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함께 있는데도 서로가 외롭고 쓸쓸하다는 말처럼 슬픈 말이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지만 외로움,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진다면 그 누군가의 손을 그냥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랬어야 했던걸까... 그래도 혼자인 것보다는 나을까... 이런 생각들을 했던 적이 있다. 어떻게 했어야 했던걸까...     


   사람들 속에서 분주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아가지만 결국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건강하게 혼자 있기’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혼자 있기’...     


   무리 속에 있어야만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어쩌면 잘못된 생각이 아닐까... 혼자 있다고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어차피 혼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면, 혼자 있을 때,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넉넉히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한 자아를, 건강한 생각을, 건강한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배우고 가르치고 누군가는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디에서 이런 것을 배울 수 있을까... 가르쳐 주는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결국, 나 혼자서 부딪히고 깨우치면서 배워야 하는걸까... 아니, 교회에 가면 배울 수 있는 걸까... 교회에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걸까... 건강하게 혼자 있기를...??... 아니 학교에서 가르쳐 주어야 하는 걸까..?? 가르쳐 줄 수는 있는 걸까..???     


   누군가를 의지하게 된다면, 결국은 완벽하지 못한 그 누군가 때문에 실망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텐데...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그러니, 혼자 있더라도 괜찮다고 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사람들과 떠들면서 이야기했고 웃었고 왁자지껄 시끄러웠지만 허공에 날아가는 그 수많은 소리들의 흩어짐이 내 눈에는 보였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 결국 인간은 혼자인거야...     


   출퇴근하면서 보이는 사람들, 걸어가는 사람들, 차 안에 혼자 앉아서 운전하는 사람들, 학교에 앉아있는 아이들, 교무실에 있는 선생님들... 내 눈에는 모두 다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 결국에 인간은 혼자일테니, 건강하게 혼자 설 수 있도록 가르쳐야겠다.

 - 혼자 있는 시간이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

 - 혼자 있는 시간을 통과한 뒤엔, 무언가 남겨져 있지 않을까...     


   A 대교 위에 혼자 서 있었던 사람들, 혼자만의 외로움을 그림으로 채웠던 D, 혼자만의 시간을 반드시 보내야만 하는 수많은 I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까지, 혼자 있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기를, 그리고 그 혼자만의 시간을 생각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 비록 아름다운 음악, 멋진 그림, 감동적인 글이 남겨져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던 내 옆에 그 누군가가 있다면, 그 누군가가 내미는 따뜻한 손을 외면하지는 말아 보자고, 하지만 기대는,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고 생각해 본다. 결국 언젠가는, 혼.자.만의 삶을 마주해야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는 누군가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기를, 혼자 있는 그 누군가에게 내 손을 내밀어서 그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그래서 그가 건강하게 혼자 서 있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 결국 언젠가는, 누구나 혼.자.만의 삶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혼자서도 건강한 사람들이, 함께 했을 때 더 건강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혼자일 때 외롭고 쓸쓸한 너와 내가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참 괜찮은 삶이기를 소망해 본다.     


   무엇보다도 혼자만의 이 시간, 쓸쓸한 이 인생을 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큰 박수를 받을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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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될만한 수능 감독을 했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겉표지를 넘기지도 않고 답안을 작성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 시험장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거야...     


   예년보다 쉬웠다는 수능 시험을 끝낸 뒤 약간은 허탈함에 빠져 있을, ‘혼자만의 수많은 시간들’을 보낸 아이들이 모두 다 몇 번씩 작성했던 (2023) 필적 확인 문구...     


   만해 한용운 <나의 꿈>에서 나오는 문구라고 한다.     


   이것으로 혼자만의 외롭던 시간들이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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