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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Nov 27. 2022

* 유행을 거스르다 (2022.11.26.토) *

유행을 거스르다 (2022.11.26.) *     

 

 - A~ 핸드폰 바꾸셨네요...??

 - 네~ 선생님도 이 기종으로 바꿔봐~



   A가 새로 바꾼 핸드폰에 대해 설명하면서 요금제도 알려 준다. 핸드폰을 바꿔야 하는데....아니, 요금제도 바꿔야 할 것 같은데.....언제 하지...       


   

   전체 교사 연수 중, 강사가 말한다.     


 - 청렴에 대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세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나는 검색할 수가 없었다. 내 핸드폰에서 모든 포털 사이트를 지웠기에...



   보통 매년 6월과 10월 정도에 수업공개의 날이 있었다. 교원능력평가가 생긴 이후에는 10월 정도에 수업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학부모들의 교내 방문이 어렵기에 올해도 수업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탑재하게 되었다.     


   예년에는 10분 정도의 동영상이면 되었는데 올해는 50분 수업 전체를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0분을 촬영한다고? 왜 이렇게 길어..’ 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갑자기 내 핸드폰이 떠올랐다. 2012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 온 나로서는 2017년에 바꾼 지금의 핸드폰이 두 번째 것인데, 무언가 가득 차 있다는 메시지가 뜰 때마다 자료들을 외장하드에 옮겨놓고 있는 상태였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핸드폰 동영상 촬영시간을 체크해 보니, 7분 정도 촬영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 이런!!!     


   수업 동영상 촬영을 위해서 핸드폰에 있는 파일들을 옮기고 필요 없는 것들을 삭제했다. 온갖 것을 지웠는데도 10여 분만 촬영 가능했다.     


 - 아!!!     


   결국, 잘 사용하지 않는 앱들을 지우면 좀 낫지 않을까 해서 앱들을 하나씩 지우면서 촬영 시간을 체크했는데 전혀 변화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설치된 앱들의 용량을 살펴보았더니 자주 사용하는 카O의 용량이 제일 컸다. 그리고 학교 시간표 앱도... 이것들을 지우면 촬영 시간이 확 늘어날 것 같았지만, 차마 지울 수가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이 2개를 포함한 몇 개의 앱만 남겨놓은 채 모든 것을 지웠다. 심지어 성경 앱과 포털 사이트 N까지도...      


   거의 모든 앱을 삭제하고 작동을 중지시키고 해서 얻은 동영상 촬영 시간은, 57분... 앞뒤로 차지할 시간들을 감안해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차마 내 핸드폰으로 촬영하지는 못하고, 수행평가 촬영 도우미들의 핸드폰으로 4개 학급에서 총 4번을 촬영, 그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영상을 홈페이지에 탑재했다.     


   어느 점심시간에 내 핸드폰 촬영 시간이 7분밖에 안되어서 모든 앱을 지웠다는 말을 들은, B, C, D 선생님이 식사를 하시다 말고 완전 크게 폭소하신 순간을 잊지 못한다..ㅠㅠㅠㅠ     

 

 - 7분이라고요??????

 - 나한테 빌려달라고 하지!

 - 새것으로 바꿔요!



   수업시간에 아이패드를 사용한지는 11년이 되었고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배워서 프로그램 응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등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는데에 열심이지만, 물건을 사용하는 데에는 무언가 좀 진득한 면이 있다. Early Adapter는 당연히 아닐뿐더러 한번 내 수중에 들어온 것을 오래오래 사용하고 오히려 옛날 물건 사용하는 것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기에, 가지고 있는 것 중 오래된 것들이 많고, 또 한 번 선택한 것들은 어지간해서는 잘 바꾸지 않는다. 어떤 브랜드도 한번 선택하면 그것으로 쭈욱, 한번 거래하는 기관도 쭈욱 가는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사람은....조금 다르지만...     


   1년에 핸드폰을 10번도 넘게 바꾸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는데 아마도 부지런함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한다. 나같은 게으름뱅이는 도저히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능력이다.     



   최신 기종 E 핸드폰을 사서 저렴한 요금제로 갈아타라는 설교를 해 주던 F선생님이 말했다.     


 - 선생님! E 핸드폰만 사오시면 모든 것을 다 해 드릴게요!

 -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업무로 인해 기관 전화번호를 알려주던 G 선생님이 말했다.   

  

 - 선생님 핸드폰, 카O이 되나요?

 - 그건 되거든요!

 - 아...저번에 보니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것 같긴 하더군요..*^_^*..

 - 선.생.님!!!

 - 하하하~~

 - 그런데 선생님 사실, 제가 핸드폰에서 사용하는 앱이 정말 몇 개 되지 않는데, 최신 폰이 필요할까요???



   ‘유행을 좇아가기’보다 ‘유행을 거스르다’는 말이 나에게 좀더 어울리는 단어다. 사실 모든 면에서 그렇다. 모든 사람이 바라보고 걸어가는 방향으로 가기 전에, 나만의 생각과 판단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가더라도 내가 받아들이기 불편하면 멈추고 뒤돌아선다. 그런데 지금은 가끔 생각해 본다.      


 - 그냥 사람들이 가던 그 방향으로 갔어야 했던 걸까...          


   모든 사람이 ‘010’으로 번호를 바꿀 때 ‘019’ 번호를 여전히 오래오래 가지고 있던 H가 생각나는 밤... 그런데 그때 나는 그게 왜 싫었지????     


************************       


*** 중세시대, 흑백영화, 한 가문의 이야기, 한 사람의 성장 스토리, 1900년대~1950년대의 이야기, 복고 스타일, 엔틱, 아날로그 등 이런 류를 진짜진짜 좋아한다.     

 

   193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영화로도 멋진 작품인데, 지난 주말에 뮤지컬로 접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인 멋진 작품이었다. 의상, 무대 세팅, 색감, 춤, 노래,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와 내가 좋아하는 이종혁까지, 가족들이 모두 ‘엄지척’을 했다.     


   S 커피숍보다 동네 작은 커피숍을 좋아하는, 유행을 거스르는 것이 취향이었던 I가 이 뮤지컬을 보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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