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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Dec 10. 2022

* 역사를 이루다 (2022.12.10.토) *

 역사를 이루다 (2022.12.10.) *      


   오래전 열정이 넘쳤을 때 A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A ~ 저랑 역사를 이루어 보지 않겠어요..



   나와 뜻이 맞는 사람을 발견한다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런 류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서 함께 할 수 있는 관계가 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하고 있다. 마치, ‘진짜 서울대에 꼭 가고 싶어’ 라는 생각을 혼자서 속으로 할 수는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직접 이야기하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부끄러운 일인 것과 비슷할 듯 하다. 그런데 그때 나는 A를 발견했었고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 어떻게 역사를 이룰 수 있을까요...     


   물론 내 이야기를 들었던 A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또 왜 그 이야기를 A와 하게 되었을까... 이런 이야기를 쉽게 꺼내기 어려운 시절, A와는 이 이야기를 해도 될만하겠다는 어떤 확신이 있었다. 아마도 A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B가 말했다.     


 -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하는 거야..      

    

   A에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이 이야기를 해도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있었고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서로의 관심사가 다른 C에게 이야기했다면 이렇게 반응했을 듯..     


 - 뭔 소리야...역사라니...     


   ‘공감’이라는 단어가 ‘같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말에 나는 반대한다. 얼핏 듣기에는 멋진 말인 듯 하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공감이라니 찬성하기 어렵다. 슬프고 힘들고 기쁜 것을 같은 마음으로 느끼지도 못하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고 공감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처럼 쉬운 말이 어디 있을까...     


   내가 지금 고민하고 생각하는 어떤 문제에 대해 모든 이와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모든 이는커녕 나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바라보는 방향도 다르고 문제에 대한 인식도 다르니 같은 마음을 품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니까...     



   특강을 오신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대학교 4년 동안 같은 학과 친구들과 오랜 시간 부대끼면서 지내다 보니...     


   나는 그다음 말이 기대되었다. 아마도 오랜 시간 같이 지내다 보니 서로 더 힘들어졌다는 말을 기대했었던 것... 왠지 그 말이 나오면 같은 느낌을 겪었으니 어떤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 ... 가족 같은 끈끈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고개를 기울여 그다음 말에 귀 기울이던 나는 이 말에 실망했다.     


 - 뭐야... 가족 같은 관계라니.. 



   살아간다는 것은 ‘나와 같은 마음을 품은 사람이 있을까..’를 찾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또 ‘나와 다른 마음을 품은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나 자신을 바꿔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나 자신을 바꿀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겉핥기식 만남으로 그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 제안에 D는 이렇게 말했다.     


 - 이걸 꼭 해야 하는 건가요..     


   E는 이렇게 말했다.     


 - 아...네... 해볼게요!!!     


   어쩌면 D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반응을 보인 D에게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갖는 나에게 E의 적극적인 마음은 큰 위로가 되었다. 아마도 E에게는 앞으로 나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오래 알아갈수록 점점 가까워지고 관대해지면 좋을텐데 왜 그렇게 되지 못하는가를 생각하는 생활들이다. 일단은 나의 엄청난 부족함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책하며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필요한 내 주변에, 나와 같은 방향을 보려하고 내 마음을 이해해 주려 하며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는, ‘선물 같은 사람들’을 허락해 주신 것에 또한 감사함을 갖게 된다.    

  

   늘 내 말을 들어주고 신뢰해주고 믿음을 주고 조언해 주는 F, 늘 따뜻하게 받아주는 유머러스한 G, 멀리 있지만 빨리 만나기를 바라는 H, 냉소적이지만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I, 새롭게 알아가고 있는 J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K를 생각하며, 넘치는 일로 피곤하고 분주했던 일주일을 정리해 본다.    

 

   나의 이런 만남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어떤 역사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     


*** 

 -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가 사람의 성격을 나타낸다고 해요..

 - 그렇지..

 - 탁구는 개인적인 취향이고, 축구는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죠..

 - 아무런 장비가 없이 하는 축구가 좋은 것 같아..

 - 맞아요.. 옛날부터 공 하나면 되니까요... 타악기 응원도 사람을 들뜨게 하죠..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포루투갈 전의 주역 M과 N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 위에서 촬영한 M과 N의 모습을 봤는데 감동이었어요..

   M이 공을 쫓아서 전력질주를 하고 있고 그 뒤를 N이 쫓아가는데 M이 N에게 패스를 하고 N이 골인을 하더라고요...

   그 넓은 경기장에서 M과 N만 있는 모습이 완전 멋지던데요...

   M이 골인을 할 수도 있었던 건데 N에게 패스한 거죠??

 - 그 둘 사이에 신뢰와 믿음이 있었던 거지...     


   나는 그 영상을 보고 얼어붙었다. A가 생각났던 건 우연이었던걸까...   

  

 - 역사를.... 이루었구나....멋지다... 그 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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