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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Dec 31. 2022

* 할렐루야 전교생 합창 (2022.12.31.토) *

할렐루야 전교생 합창 (2022.12.31.) *  

    

 - 합창이 좋은 것 같아..     


   바쁜 중에도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는 A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을 때 내 가슴이 뛰었었다. 한참 잊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꿈, 소망들이 꿈틀거렸다.          


 - 선생님, 지금 음악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있나요??     


   피아노를 전공하려는 B가 나에게 이렇게 질문했을 때 나는 많이 속상했다. 예전과 달리 없기 때문이다. 전공은커녕 이전처럼 음악적인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 선생님은,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어떤 것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C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을 때, 나는 즉각 이렇게 대답했다.     


 - 음악을 전공한 것! 음악을 전공한 것이 가장 감사하고 가장 귀하고 마음에 들어요!     


   나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라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고 소중하다는 것을 요즘 더 느끼고 있다.          


 - 음악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나의 귀에 울려퍼지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알아들을 수 있는 그 어떤 메시지도 없지만, 따뜻하게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고 새로운 힘을 주는 그 어떤 강력한 힘을 느낀다. 그리고 어제까지의 스트레스와 힘듦이 눈 녹듯이 없어지고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바뀌는, 엄청난 치유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늘 풍성한 음악 소리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 놀라운 음악의 힘을 알았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악기를 다룰 줄 알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의 언어를 이해할 줄 아는 이들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음성을 전달하는 영적인 존재로 인정받았고 그만한 지위를 누렸었다. 종교와 음악이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이유다.     


   음악을 다루는 이들 중에 종교가 없는 이들을 본 적이 없다. 같은 과 동기 15명의 친구들 모두 교회에서 활동하다가 음악을 알게 되고 본인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중에 불교였던 D도 지금은 하나님께 기도하는 친구로 변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특히 나름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모인 우리 학교에서 비주류 과목인 음악을 가르치는 내가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해왔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 학교가 음악이 중요하게 쓰임받는 기독교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힘들어서 다른 생각을 가졌던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떠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음악에 대한 중요성을 인정해 주었다는 것이 가장 크다.      

    

   예전에 관리자였던 E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 선생님이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세요!     


   또다른 관리자였던 F는 이렇게 말했었다.     


 - 부족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다 도와드릴게요!     


   토요일 오후마다 남아서 콘서트콰이어 아이들을 연습시키는 나에게 G는 이렇게 말했었다.   

  

 - 선생님! 월급을 더 주어야 할 것 같아요!

 - 아이들 간식은 부족하지 않나요?



   예산을 다루는 행정실의 H는 이렇게까지 말했었다.     


 - 선생님! 저희가 놓친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있는 힘껏 도와줄게요!     


   이런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음악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메인 과목이 아니지만 음악이라는 과목의 가치를 알았었고 그 활동에 열정적인 내가 힘 빠지지 않도록 격려해 줄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해 왔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물론 음악 수행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I도 있었다.     


 - 대강 해. 다른 과목 공부해야지.    

 

   그래서 나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 태양왕 루이 14세는 5살에 왕 위에 올랐지만 너무 어린 나이이기에 엄마가 섭정을 했었죠.. 그는 발레리노로 아폴로 역할을 맡아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했었던 발레 매니아였는데 이 아폴로 역할로 인해 ‘태양왕’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본인이 발레를 직접 공연했었고 또 그 가치를 알았기에 본격적인 권력을 잡았을 때 세계 최초의 발레학교를 세웠던 사람입니다.      


   보이지 않는 음악의 힘을 아는 리더가 되기를 바랍니다. 본인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만큼 힘을 펼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술의 가치, 음악과 미술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영향력을 아는 리더가 되었으면 합니다... 음악이나 예술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불쌍하게 생각해야 해요..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거니까...          



   2019년까지 활발하게 지속되었던 나의 모든 음악활동이, 2020년 코로나가 오면서 멈추었었다. 매년 12월 정기연주회를 하던 콘서트콰이어가 그 사이 없어졌고 그와 함께 매년 12월 성탄절 즈음에 하던 할렐루야 전교생 합창도 없어졌다. 모든 것이 멈추었던 3년... 그렇게 주춤하는 사이 나는 좀 다른 직책을 갖게 되었고..

     

   올해 초부터, 올해 12월에는 할렐루야 전교생 합창을 한다고 미리 공지를 했었다. 코로나 원년이었던 2020년 입학생부터 올해 28기 아이들까지, 소문으로만 듣던 할렐루야 전교생 합창을 한다는 것에 기대감을 갖기 원했는데,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었을까...     


   ‘다시 전교생이 같이 노래하게 되었다’는 그 감격스러운 사실에 집중한 나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반주 체크하는 것을 놓쳐서 그 전날 새벽까지 아이들과 연락을 하기도 했다. 최선을 다해 준 오케스트라와 반주자에게 깊은 고마움은 전하며..          



 - 합창이 좋은 것 같아..     


   이렇게 말하는 A에게 이렇게 답변했다.     


 - 네! 맞아요! 합창이 좋아요! 그래서 제가 콘서트콰이어 다시 만들어 놓고 나가려고요!       


   

***2019년 12월 24일(화)에 했었던 할렐루야 전교생 합창을, 3년만인 2022년 12월30일(금)에 다시 하게 되었다.      


   마치 예배에 처음 참여하는 것과 같은 경건한 마음이었던 나는 최대한 복장을 갖춰 입었고 오랜만에 하는 지휘도 열정적으로 했다. 전교생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떨리는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졌지만 다시금 음악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를 바라며...     


https://han.gl/ZOJ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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