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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an 08. 2023

* 얼.죽.코. (2023.01.07.토) *

 ... (2023.01.07.) *      


 - 선생님~ 오늘 그렇게 입고 왔어요??

 - .....아....네....

 - 얼.죽.코.네요..???

 - 네..???

 - 얼어죽어도 코트 라고요...*^_^*..

 - 아????? 네~~*^_^*..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하여서 내게 있는 코트 중에 가장 두껍다고 생각되는 옷을 챙겨입고 갔건만 A가 나에게 말했던 단어, ‘얼.죽.코’...         

 

   새로운 단어를 배운 며칠 뒤 B에게 말했다.     


 - 얼.죽.쟈.....

 - 응??? 

 - 얼어죽어도 쟈켓...

 - 아..???            



   아이들이 나에게 질문했다.     


 - 선생님은 왜 패딩 안입으세요??

 - 없어요...

 - (모두들 놀라며) 패딩이 없다고요??

 - 네...

 - 그럼 코트만 입으시는 건가요??

 - 네...

 - 춥지 않으세요??

 - 얼어죽더라도 패딩을 입지는 않겠어요....*^_^*..

 - (모두 폭소)          



   오래전 C에게 머플러를 선물하며 말했었다.     


 - 주고 싶었던 선물이야..

 - 안하고 다닐건데..

 - 왜!!!! 작년부터 고민해 온건데!!!       


   하나만 하고 다니던 C에게 어울릴만한 선물을 고르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던지... 안하고 다니겠다는 C를 이해하지 못했었지만, 선물해 준 머플러를 모른 척하며 겨울 내내 하고 다니는 C를 보며 너무도 흐뭇했었던 기억이 있다. 진짜 잘 어울렸으니까...     


 - 바보같으니라구... 말이라도 예쁘게 하지...        


  

   새해가 밝았고 어느새 1월의 첫 주가 지나간다. 아직도 방학을 하지 않은 나로서는 하루하루를 세면서 방학을 기다리고 있고, 또 이 추운 겨울이 언제나 끝날까 하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어느새 두달만 지나면 봄이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는 중이다.      


   11월부터 시작된 바쁨이 12월 말에 정점을 찍더니 오늘 신입생 연수로서 최고점을 찍었다. 신입생 연수가 끝나면 조금이라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며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11월부터 오늘까지 그야말로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드디어 그 수많은 것들을 하나씩 거치면서 오늘 막바지 행사를 한 것이다.      


   학부모 연수, 체육대회, 음악회, 멘토링 그리고 신입생 연수까지, 마치 ‘이런 것 경험해 봤나요??’라는 타이틀에 맞추어 행사를 계획한 것처럼, 일반적으로 이맘 때에 접하던 일들이 아닌 것들로 올해의 겨울이 채워졌다. 익숙한 것을 반복하는 편안함보다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시도해 보는 즐거움과 짜릿한 변화를 경험했다고나 할까..     


   지금 자기의 계절이라며 온갖 티를 내고 있는 겨울을 제대로 바라보거나 느낄 겨를도 없이 숨가쁘게 달려왔던 내가 이제 겨울을 제대로 마주보려 한다. 물론, 자꾸 본인의 패딩을 입으라고 걱정하시는 엄마의 패딩을 입을리도 없고, 보는 사람들이 추워보인다며 걱정할 때마다 매번 ‘저는 몸에 열이 많아서 괜찮아요’라는 멘트를 날리지만 사실은 얼.죽.코.를 지향하는, 나름 나만의 멋을 내는 생활을 하면서 겨울을 쪼금 인정해 주는 척 하겠지만 말이다.     


   코트와 패딩과 머플러로 겨울이 더욱 겨울다워지듯이, 온갖 학년말 행사와 생기부 작업으로 작년 아이들을 세워주고, 신입생 연수로 새로운 학생들을 빛내주면서 나만의 겨울 생활이 조금씩 영글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D가 질문했다.     


 - 오늘 아침 출근할 때 무엇을 보았나요..    

 

   대답했다.     


 - 평일이나 주말이나 제 머릿속은 학교일로 가득해서요...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이제 머릿속을 비워도 될 방학이 일주일 남았다.     


 - 얏호!!! 씐난다!!!     


****************     


***개교 이래로 항상 2월 말에 진행되던 신입생 연수를 1월 초에 진행했다. 쉽지 않았던 계획이었고 정말 많이 바빴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서 비대면으로 진행하던 연수를 3년만에 대면으로 진행했다.     


   부족한 점들이 너무도 많아서 그걸 챙기던 E는 연수가 진행되던 비전홀과 시험이 진행되던 교실 사이를 몇 번이나 뛰어다녔더니 거의 8,000보가 체크되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성황리에, 원활하게 잘 진행되었고 만족스러웠다.     


   - 이렇게 체계적인 내용으로 연수가 진행될 줄 몰랐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직접 찾아와서 이렇게 말해주는 학부모들이 많았고, 특히 1기 졸업생들이 학부모들로 찾아와서 인사를 하며 무척 좋았다고 해 주었다.     


   그 말들이 아니더라도 수만가지 일들 중에 하나를 크나큰 오점 없이 무사히 진행하게 되어서 고마울 뿐이다.     


   끝.났.다.         


#얼죽코  #얼죽쟈  #패딩  #코트  #머플러  #신입생_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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