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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an 14. 2023

* 자취생활을 끝내며 (2023.01.14.토) *

자취생활을 끝내며 (2023.01.14.) *      


 - 자취생 오셨습니까??     


   매일매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나를 보며 A여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10년 전 1학년 우리반 학생으로, 또 콘서트콰이어 학생으로 예쁨을 받던 졸업생 B가 이번 1월에 의사고시를 본 직후 찾아왔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잠깐 비었던 1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시험은 잘 봤어??

 - 네...제가 시험은 항상 잘 보더라고요..

 - 잘했어.. 앞으로 어떤 과로 가고 싶은데..??

 - 정형외과로 가고 싶고 그다음 개원하고 싶어요..

 - 정형외과는 큰 병원이 많은데.. 될까..??

 - 큰 병원은 100억이 있어야 해요..

 - 와우...

 - 페이 닥터도 있는데, 월급이 1,800만원 정도 되요..

 - 아....1,800만원을 받아서 언제 써..??..*^_^*..

 - 가족들이 쓰는거죠..*^_^*..

 - 대학병원에서 교수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 교수도 1년마다 계약하는 계약직인데요...대부분 환자를 보지 않는 과로 몰리고 있어요... 요즘..    

 

   생각지도 않았던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어서 재미있었다.     


 - 돈은 일정 액수 정도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 

 -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번다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쉬지 않고 계속 일한다는 것을 잘 모르더라고요...정말 중노동자거든요....

 - 맞아....쉬지 않고 일해야 하고 위험 수당도 있고 너무 힘든 일이기도 하고 치루어야 하는 댓가가 엄청 큰 직업인 것 같아.... 그래도 굉장히 의미있는 직업이잖아..     


   페이 닥터의 경우, 1년에 고작 2일 정도 연차(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당직을 서면서 돈을 모아서 개원할 준비를 한다고 한다. 얼마나 고된 일인지...   

  

 - 그래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걸까..??

 - 동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작은 병원의 의사...     


   재수하면서도, 재수하고 정시로 합격한 이후에도, 중간중간, 오늘처럼 국시를 끝내고서도, 자주 찾아오는 B와의 시간을 보낸 후, 내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가득했다.     


   한 달에 채 50만원도 못버는 사람들과 보통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일반 사람들과 20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사람들, 또 몰려오는 돈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람들...     


   시간은 있지만 돈은 없는 사람들과, 돈은 있지만 그 돈을 사용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   

  

   의사와 돈을 연결한다는 것이 적당하지 않고 하고 싶지 않지만,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돈을 벌기 위해 몰리는 몇 가지 직업군 중 대표적인 직업이기에, 예년의 다른 의대생들과는 좀 다른 류의 이야기를 B와 나누게 된 것도 요즘의 세태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 헛꿈이 아니었나 봅니다..

 -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꿈을 꾸잖아요...     


   철부지 같았던 졸업생 C의 편지를 받은 D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내 안에 ‘꿈’이라는 단어가 일깨워졌다.      


 -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꿈을 꾸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 예전에는 꾸었었지만......

 - 오름직한 동산이 되고 싶었는데...지금은..      


    

   2022년 3월7일(월)부터 시작되었던 2022학년도를 2023년 1월13일(금) 마감하면서 1년을 돌아본다. 예년에 비하여서 새로운 일들을 많이 시도했었던 기대에 찼던 2022년도였다.    

  

   개교이래로 학교에서 처음으로 실시했던 세족식, 1학년으로는 처음 나갔던 체험학습, 9월 자체 모의고사, 학년 체육대회, 음악회, 멘토링, 1월에 처음 실시된 29기를 위한 신입생 연수와 DART까지... 그래서 그만큼 힘든 일도 많았다.     


   E가 말했다.     


 - 학생들을 위해 무언가 하려면 선생님들은 당연히 힘든거야...

 - 선생님이 편하면, 아이들은 얻는 게 별로 없지...     


   돈 몇 푼을 벌고자 일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언가 대단한 것을 성취하기 위해 달려온 것도 아니었건만, 나는 매일매일 일찍 출근하고 아주 늦게 퇴근하는 ‘자취생’이었다. 왕복 3시간의 시간을 쏟으며, 하루에 적어도 14시간 이상을 학교에 있으면서,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1년을 살았던 것일까...     

     

 - 선생님, 오늘 보라색 옷 입었었어요???

 - 네! 선생님! 저 오늘, 보라색 옷 입었어요... 

   선생님...매일 일만 하시다가 출근하고 퇴근하시고....힘드시죠...     


   화장실에서 F를 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자리에 앉아있는 F선생님과 그 날 이야기했었는데 앞모습을 처음 봤다. 집중하면 이것저것을 못보는 내 모습...그리고 나에게 던져주는 F의 말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 자취생 오셨습니까??

 - 네~~~자취생 들어왔습니다....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아니 신경쓰지 못하고, 오직 집과 학교만을 왔다갔다 하며 보냈던 나의 ‘자취생활’을 어제로 끝내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오늘도 내 머릿속에는 ‘학교’ ‘선생님들’ ‘아이들’로 가득차 있다......그리고, 2023년도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꿈... 꿈을 찾아야겠죠...G..???     


   꿈...을 찾는다면, 이 자취생과 같은 생활이 힘들지는 않을 듯... 

    

   ***********************     

***홈커밍데이에 교무실로 찾아온 아이들..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찍어주셨다..  

   

내가 담임했던 아이들이었는데, 아마도 이 때는 나도 꿈이 한가득이었고 그 꿈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했었지...     


물론 그때도 고단한 자취생 같은 생활이었지만.....     


#자취생활  #의사  #의사생활  #꿈  #오름직한_동산  #2022학년도  #홈커밍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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