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Dec 24. 2022

* 브이로그 (2022.12.24.토) *

 브이로그 (2022.12.24.) *      


 -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개인적인 내 생각이지만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다. 언젠가 A에게 말했다.    

 

 - 저는 성실한 사람이예요..     


   이 지점에서 A가 ‘어이없어 하며’ 웃었다. 아무 생각없이 말했다가 그 웃음에 나도 따라 웃으며 덧붙여 말했다.     


 - 아...그러니까.....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이 말에도 A가 웃었던 것 같다. 뭐 그런데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꾸준히 한다는 말은 생활 패턴이 일정하다는 말이고, 생활 패턴이 일정하니 무언가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는 말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즉, 그 말이 ‘성실하다’는 말이 아닐까??? 같이 웃어보자고 한번 해 본 말이다...*^_^*..

          

   작년 어느 음악시간에 B가 나에게 이런 내용의 질문을 했다.    

  

 - 선생님의 눈에 카메라를 달면 어떤 것들이 촬영될까요...     


   생각지도 않았던 이 질문은 한동안 나에게 ‘깊은 생각’을 하게 했고 멋진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 내 눈에 카메라를 단다면 어떤 것들이 촬영이 될까...과연...     


   그래서 지금도 가끔씩 생각한다. 운전을 하면서, 걸어가면서,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찍힌다고 생각하면서...          


   ‘브이로그’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았다.      


 -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 

 -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     



   코로나로 인해 매년 3월에 가던 1학년 수련회를 3년 동안 가지 못하게 되어서 작년부터 대체 프로그램으로 학급 브이로그 촬영과 학급 온라인 찬양 발표회 행사를 진행했다. 촬영한 동영상을 학생 카페, 학부모 카페를 비롯한 몇 군데 온라인 플랫폼에 탑재하도록 했었는데, 올해는 한곳에 모여서 다같이 감상하기로 했다. 영상이 탑재되어 있어서 이미 본 학생들도 있었겠지만 학년 전체가 함께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이번 주에 비전홀에서 감상회를 진행했다.     


   12개 학급의 브이로그를 먼저 감상하고 잠깐의 퀴즈가 있은 뒤 12개 학급의 온라인 찬양을 감상하는 순서였는데, 뜻밖으로 굉장히 큰 감동을 준 행사였다. 1년이 지나서 이미 알고 있는 학급의 특징들이 이 2가지의 동영상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었고,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딱! 17살의 정서를 지닌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이 꺼진 비전홀의 뒤편에 앉아서 감상하던 나는, 특히 아이들의 브이로그를 보면서 크게 울컥했는데, 학교에서의 일과를 찍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아이들의 부지런함과 애잔함과 안쓰러움과 애틋함 등 쏟아지는 온갖 감정이 나를 심하게 흔들어 놓았다.   

  

   세면장으로 향하는 기숙사생의 새벽, 편의점으로 향하는 자취생의 아침, 알람과 함께 시작하는 집생(집에서 다니는 사람)의 하루, 다시 학원으로 향하는 모두의 밤, 새벽 6시의 캄캄함과 밤10시의 캄캄함이 달랐다는 것도 신기했다. 또 쉬는 시간에 팔씨름을 하며 장난하는 아이들, 수업시간의 열띤 모습들, 엎어져서 자는 모습들, 그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넘길 수 없는 명장면들이었다.     


   그 날 따라 내 감정이 잔잔한 모드여서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이들의 일과를 보면서 내 일상이 그대로 이입되어서 더 뭉클했다. 나의 일상도 아이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새벽부터 시작해서 밤까지 진행되는 나의 학교 생활....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요란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마치 내 모습으로 보였다....

      

   출근해서 맡은 업무와 수업을 하고 다시 업무를 하고 퇴근하는 일상가운데 만나는 사람과 하는 행동이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정해져 있고, 주5일과 주말의 일상도, 또 느끼는 감정들도 거의 비슷하다는 것..      


   무언가를 맡으면 100중의 1도 남겨놓지 않고 온전한 100을 쏟아붓는 성격을 사람들은 걱정하지만, 그렇게 해야 온전해지는 내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지는 못할 듯 하다는 것을, 아이들의 브이로그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눈에 카메라가 달린 듯하게 찍은 영상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나중의 결과가 어떠하든지에 상관없이 지금의 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박수를 쳐 주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마치 내가 오래전 C에게 직접 듣고 싶었던 말을 아이들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 이렇게 많은 일들을 했었던거야...??

 - 진.짜. 힘들었겠다...

 - 정.말. 수고했어...

 - 고생했어....

 - 오해 할 만 했네...

 - 너를 이해해....

 - 알고 있어....

 - 걱정하지 마...

 - 잘하고 있는거야..지금..



  - 선생님의 눈에 카메라를 달면 어떤 것들이 촬영될까요...



    B의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아마도... 중심에 있는 것 말고, 구석에 있는 것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것들,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 물건 말고 사람, 그 사람의 눈동자, 눈썹, 움직이는 것 말고 움직이지 않는 것들, 9명과는 다른 1명, 내 눈에 띈 것은 시간을 들여 지그시, 오랫동안 지켜보는 편이야...



   아마도 이런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주로 내 시선을 끄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니까.. 그래서 내가 찍는 브이로그는 아마도 이런 작은 것들로 채워져 있을 듯..     


   나의 삶을 보여준다는 것은, 즉 브이로그를 찍는다는 것은 아마도, ‘나를 알아주세요’라는 말과 동일한 말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보며, 2022년도의 마지막 한 주를 남긴 지금, 오늘까지 숨차게 달려온 우리의 삶은 한 명도 빠짐없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늘 생각하지만, 작고 작은 우리의 삶 모두, 귀하고 소중한 어떤 의미가 있으니까.....     


   오늘도, 이번 주의 브이로그를 글로 써본다....     


****************     


*** (2022.12.22.목) 28기 아이들과 함께 했던 학급 브이로그 영상 및 학급 찬양 영상 감상    

              




#브이로그  #V-Log  #카메라  #학급_브이로그  #학급_온라인_찬양  #일상 

작가의 이전글 * 돕는 손길 (2022.12.17.토)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