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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Feb 04. 2023

*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샘물같은 청년 *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샘물같은 청년 (2023.02.04.토) - 1*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샘물같은 청년 (2023.02.04.) - 1 *    

- (2편 중 첫 번째 이야기) *

- (이번 주는 글이 쏟아져 나와서 2편의 글을 썼습니다) -     


   학교 일을 하면서 언제까지 무슨 일을 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그야말로 ‘즉각’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즉시 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기한을 놓치기 일쑤여서 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미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급한 성격 때문이었다. ‘잘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일단은 ‘제일 먼저’ 해야 했다. 아주아주 젊은 시절 이야기다.     


   그런 방식으로 한동안 하다 보니, ‘제일 먼저’ 하면 어차피 나중에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하는 사람이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다시 재공지되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당장 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래서 기한을 지키지 못해서 따로 공지를 받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나는 이미 이런 면에서 한걸음 물러선 사람(욕심을 걷어낸 사람)이 되었지만 아직도 부지런하게 움직이시는 분들을 보면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年)를 넘겨서 1월에도 생활기록부 작성을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부지런한 분들은 11월에 이미 작성을 마쳤다고들 한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이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는 카피문구가 기억이 나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책이 검색되었다. 제목 한번 시원하게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문구들도 검색이 되었다.     


 - 세상은 1등만 기억하니까 실패는 마음껏 하길

 -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고?? 아니!! 난 2등을 원한다!!

 - 세상은 1등도 기억하지 않는다      


   ‘세상은 1등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문구에는 빵 터졌다. 사실 기억되는 순간은 아주 잠깐이고 금방 잊혀져 버릴 뿐만 아니라 그다음에 나타나는 또다른 1등에 쉽게 환호하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했던 A 전자의 B 회장이 떠오른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한 사람의 천재로 인해서 10만 명의 운명이 좌지우지된다는 말인가…. 적당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C도시에 있는 A전자가 망하면 모든 사람이 실직자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10만 명의 일반인보다 1명의 천재가 더 필요하다는 ‘천재 경영론’에 대한 교육계의 다양한 의견들이다.    

 

 - 수 만명의 보통 사람들은 한 명의 천재에게 얻어 먹으면서 살고 있다고 표현해야 하는가? 교육은 천재와 영재만을 위한 교육이 될 수 없다.

 - 1명의 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지 않겠다고 하면 10만 명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 1명의 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모든 학생을 자기 삶의 주체가 되도록 교육해야지요.     


   ‘천재’라고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지만, 주로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해 왔던 우리 학교는 어떤 교육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걸까…. 또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걸까….     


   2007년 미국 하버드대학 최초로 여성 총장으로 취임한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는 취임식에서 이렇게 연설했다고 한다.      


 - 교육과 학교는 목수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곳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교육자 D가 말했다.     


- 교육은 사람을 의사나 판검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사나 판검사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10만 명을 살릴 ‘천재 한 사람’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한 사람이 없어도 10만 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10만명의 사람들을 각자 ‘세워야’ 한다. 10만 명이 그 ‘한 사람’을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게 해서는 안되니까….          


   올해 1월 초 신입생 연수에서 선배이야기를 하던 E가 이런 이야기를 하며 마지막을 정리했다.     


 - ~~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샘물같은 청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어디선가 들었었던 문구였는데 하며 기억해 놓고 오후에 E에게 질문했다.     


 - 어디서 들은 문구일까요??

 - 우리 학교에서 먼저 사용한 문구인걸요??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기 위해 임시번호를 입력하였을 때, '합격하셨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샘물 같은 청년으로 성장하길..'이라고 적혀있었어요. 이 문구가 제게는 뜻깊게 다가와서 그때부터 이 문구를 붙들고 동산고 생활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저의 기도제목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과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샘물 같은 청년’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다른 말일까, 아님 같은 말일까….     


   ‘천재’와 ‘샘물 같은 청년’의 차이점은 뭘까….     


   ‘한 사람의 천재...’에서는 강한 거부감이 들었었지만, ‘~~ 샘물 같은 청년’의 문구는 왜 내 마음에 또렷하고 깊게 들어왔을까….     


   천재는 애당초 될 수 없었지만, 샘물 같은 청년은 될 수 있을 것 같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흐르고 흘러 넘쳐서 주변을 살아나게 솟아나는 샘물의 역동성은, 변화의 가능성 없이 이미 결정되어 태어나 버린 천재의 멈춰져 있는 정체성과 비교 자체가 될 수 없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도 필요하고 샘물 같은 청년도 필요한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샘물 같은 열정을 가진 천재, 청년을 키우고 싶은 뜨거운 마음이 내 안에 다시금 솟아나기를 바라며...또 함께 하고픈 사람들을 알아보기를 바라며...     


*****************     


***26회 졸업식이 있었다.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을 누리지 못했던, 많이많이 아쉽고 안쓰러운 기수, 26기...     


   많은 것을 주지 못했는데도 어디서 무얼 먹고 이렇게 쑥쑥 자랐을까….     


   한 명의 천재가 되든, 샘물 같은 청년이 되든, 물 댄 동산 같은,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은 사람으로 성숙하기를!     


   그래서 오래 황폐된 곳, 파괴된 곳, 무너진 곳들을 알아보는 눈을 갖기를!     


   그리고 바라보며 비판만 하고 누군가 하기를 바라는, 입만 살아있는 사람이 되지 말고, 직.접. 찾아가기를!   

  

   그리고! 그 기초를 쌓고, 무너진 데를 보수하고,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사람을 살리고 주변을 변화시키는 자가 되기를!     


   네가 속한 곳을 이전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를!     


   그리고 그런 뜻을 품었다가 행여 낙심하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툴툴 털고 거뜬히 다시 일어나기를!     


   그리고 일어나서는, 품었었던 그 푸르른 뜻을 잊어버리지 말기를!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같은 뜻을 품은 사람들을 순적하게 만나기를!     


   그리고 행여, 그 사람들과 뜻이 달라지더라도, 낙망하거나 흔들리지 말고 튼튼하게 두 발로 뚜벅뚜벅 너의 길을 걸어 가기를!     


   하나님께서 숨겨놓았던 칠 천명이 모두 다 같은 뜻은 아니었을테니까!     


   하지만 결국, 하나님의 뜻은 펼쳐지게 될테니까!     


   네가 그걸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더라도!     


* 나 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케 하며 네 뼈를 견고케 하리니 너는 물 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 네게서 날 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 너는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으리니 너를 일컬어 무너진 데를 보수하는 자라 할 것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 하리라" (사 5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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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EnuYxLhFF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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