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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an 28. 2023

* 꽃 (2023.01.28.토) *

 꽃 (2023.01.28.) *      


 - 고모는 왜 꽃무늬만 있어요??

 - 예쁘지 않아??

 - 아뇨~~     


   내 핸드폰 케이스를 보며 던졌던 조카의 질문에 별 생각 없이 대답을 했는데, 예상외의 너무도 솔직한 조카의 대답에 함께 있던 가족들이 모두 박장대소했다.     


   눈을 들어서 내 주변을 살펴보니 글쎄, 모든 것들이 꽃무늬이다. 핸드폰 케이스, 마우스 패드, 원피스, 치마, 블라우스, 하다못해 바디로션 겉 표지까지...      


   그러니깐... 왜 나에게는 꽃무늬만 있을까...      


   무늬가 없는 것은 굉장히 허전한 느낌이 들고 다른 무늬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꽃, 꽃 무늬가 내 눈에는 제일 예뻐 보인다.      


   언젠가 B와의 대화 중...     


 - 꽃을 좋아해? 우리 어머님도 꽃 좋아하시는데..

 - 그래요?? 꽃무늬가 예쁘죠..

 - 아니... 꽃을 좋아하신다고..

 - 아.....꽃무늬가 아니라..?? *^_^*..



   오랜만에 찾아온 졸업생 C가 나에게 꽃 조명을 주면서 말했다.     


 - 선생님! 이거 보자마자 선생님 생각이 나서 샀어요!

 - 와... 무슨 이런 것을... 예쁘다~~     


   돈도 없는 녀석이 박제된 꽃을 유리 안에 넣어 놓은 조명을 사왔다. 충전용 배터리도 아닌 건전지를 넣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나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C가 생각나서 코끝이 찡했다.     

 

 - 뭐야... 힘들게 아르바이트해서 이런 비싼 것을 사 오다니...녀석..     


   C가 가져온 꽃 조명을 D에게 자랑하며 말했다.     


 - D ~, 이거 봐요..

 - 꽃 조명??

 - 네... 그런 듯..

 - (전원을 넣으니 조명이 들어온다)

 - 이게 끝??? (나도 꽃이 빙글빙글 돌아가거나 할 줄 알았다...)

 - 네...*^_^*... 

 - 꽃을 좋아하니까 이런 선물을 가져왔나 보네..     


   E는 내 책상 위에 있는 조화(造花)를 보고 말했다.     


 - 조화가 있으면 우울하다고 해요.. 

 - 그런가요?? 전, 괜찮은데..

 - 치우는게 좋아요..

 - 아...네...*^_^*..     


   물론, 나는 치우지 않았다. 나는 꽃 모양, 꽃무늬를 좋아하는 것이지, 생화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생화는 금방 시들어 버려서 조화를 더 선호한다. 오랜 시간 두고두고 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내 책상 위에는 아이들이 선물했던 조화나 꽃무늬 카드 등이 그대로 놓여져 있다.      


   E가 물었다.     


 - 어떤 꽃을 좋아해??

 - 장미..백합..?

 - 나는.. 코스모스..

 - 아... 코스모스는 왠지 쓸쓸해 보이는데..

 - 나는 그런 들꽃이 좋더라..     


   하긴 E가 장미나 백합을 좋아한다고 했다면 더 이상했을 듯... 그런데 나는 들꽃, 코스모스는 쓸쓸하고 허전하고 슬픈데...     


   꽃을 좋아하지만 누군가의 프로필에 있는 꽃은..왠지 춥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추운 느낌보다 따뜻한 느낌을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그림으로 그려진 꽃을 찾는다. 진짜가 아닌 만들어진 꽃에서 더 위안을 받는다고나 할까...그래서 내 메신저 프로필 사진들도 모두 그려진 꽃들, 디자인된 꽃들이다. 생화는...춥고 쓸쓸하다.....추운 건, 아프다...     


   읽고 싶었던 시집을 드.디.어. 주문했다.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제목에 맞게 꽃에 대한 시가 많다. 그 중 대표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     


모든 꽃나무는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

봉오리를 열어

자신의 봄이 되려고 하는    

 

너의 전 생애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니     


꽃이 필 때

그 꽃을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시집을 읽으며 ‘꽃’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몇 편을 적어보았다. 내가 최초로 구입한 그림도 꽃 그림이며 얼마 전 아파트 앞에 새로 생긴 가게가 예쁜 꽃집이라는 것도 함께 적어보며...     


   갑자기 F의 질문이 떠오른다..     


 - 인내심이 있어??

 - 있죠!!!     


   그 대답이 진짜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와 F는 알고 있었다는 것...   

  

   꽃이 피기에 너무도 추워진 날씨, 그래서 더 따뜻함이 생각나는 오늘...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꽃이 피는 계절이 오겠지.. 더, 좀 더 오래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게 성격 급한, 인내심 부족한 나에게는 참 힘든 일이지만....     


***********************     


***그토록 기다리던 방학식이 있던 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내 책상에 있던 꽃 한송이..     


   이렇게 예쁜 장미꽃 한 송이는 오랜만에 보는 듯..     


   나를 잘 따르던 F와 G가 갖다 놓았다.

   나에게 완전 어울리는 꽃이라며..     


   1년을 가르쳤더니 나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가르침의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_^*...     


   한 학기, 아니 1년의 모든 피곤함이 다 사라지는 듯했던 감사함...     


   흠.... 이런 따뜻한 생화는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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