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Feb 18. 2023

* Good to Great *

* Good to Great (2023.02.18.토) *

 * Good to Great (2023.02.18.) *      


  70대의 A여사님께서 피아노를 배우고 계신다. 몇 년 전까지 피아노를 배우셨지만 혼자서 연습하시다가 다시 배우고 계신 것. 선생님이 말씀하셨단다.     


 - 단계를 조금 올리셔야 하는데요..     


  눈이 나빠서 악보가 잘 보이지도 않으시건만,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넘치시는 A여사님을 보면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절실하게 음악을 공부하시는 분이다. 정말, 못하는 게 없으신 A여사님에게서 삶의 지혜를 많이 좀 배워놓아야 할텐데..ㅠㅠ     


  92세에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B의 이야기.. 역대 우리나라 최고령 박사학위를 받은 B는 87세에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시도가 가능한걸까... 87세에 대학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가 있는거지..??     


  60세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와 넘치는 열정의 C, 믿어지지 않는 나이인 91세의 여의사 C의 이야기를 읽었다. 기자의 질문에 C는 이렇게 답변했다.     


- 인생이란 무엇일까

- 사람이 태어나려면 수십만개의 정자가 엄청난 경쟁을 뚫고 하나의 난자와 만나야 한다. 이렇게 소중한 생명이, 그저 아무 의미없이 태어나겠나. 반드시 사람은 자신만의 중요한 소명을 타고 난다. 그러니 헛되이 살아선 안 된다. 내겐 그 소명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64세의 나이에 토익 990점 만점을 받은 D의 기사를 읽었다. 만점 받기까지만 시험 보겠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만 했고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조용히 공부해 왔다고 한다. 토익을 도전했다니, 만점을 받았다니, 소리소문없이 공부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1994년생인 바이올리니스트 E가 이번 1월에 생애 7번째 음반을 발매했다고 한다. 역시 S대 피아노과 출신의 DJ가 놀라면서 질문한다.     


 - 29세인데, 7번째 음반이라면, 굉장히 부지런하네요!     


  2015년 22세의 나이로 쇼팽 콩쿨에서 우승하였던 피아니스트 F는 올해 2월에 6번째 음반을 발매했다.      


  음대에 시간강사로 임용되기 위해서도 매년 연주회를 열어야 한다. 대부분 자비로 충당되는 초대권으로 1년마다 준비해야 하는 음악회 준비가 너무도 힘들어서 음악을 그만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보다 레퍼토리를 준비하고 연습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일 것이다. 임용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비정규직을 위해서 매년 준비해야 하다니...     


  하물며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 레퍼토리를 구상하고 연습하는 일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세도 되지 않은 E와 F는 거의 매년 한 장씩 음반을 내고 있어서 그 열정과 부지런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 음반을 위해서, 아마도, 친구 만나는 시간도, 드라마 보는 시간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내놓아야 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에, 또 다른 무언가를 더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처럼 보내고자 하는 욕심을 낼 수는 없으니까….  

        

  방학을 맞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이것저것 ‘해야만 하는 일들’에 치이고 있는 나를 보고 A여사님께서 말씀하신다.     


 - 아무것도 하지 말고 좀 놀아라!

 띵가띵가 놀기도 하고 그래야지 원!     


  나에게 가장 맞는 일을 해야 할텐데,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텐데, 제대로 하고 있는건가... 

    

- 좋은 것(good)은 큰 것(great), 거대하고 위대한 것의 적이다. 

거대하고 위대해지는 것이 그토록 드문 이유는 대개 바로 이것 때문이다. 

거대하고 위대한 학교는 없다. 대개의 경우 좋은 학교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하고 위대한 정부는 없다. 대개의 경우 좋은 정부가 있기 때문이다.      


- 위대한 삶을 사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대개의 경우 좋은 삶을 사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 대다수의 회사들은 위대해지지 않는다. 

바로 대부분의 회사들이 제법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주된 문제점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저)>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을 듣고 G에게 질문했다.     


- ‘위대한’이라는 단어는, 기억에 남을만한, 무언가 다른 것들과 다른, 안주하려고 하지 않는, 좋은 것을 넘어서는 등의 의미라고 생각돼요. 저는 ‘위대한’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 빙고!     


  G는 왜 그 단어를 좋아하지 않을까.. 나는 또 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을까.. 내가 보기에는 G가 추구하는 것도 ‘좋은’을 넘어선 ‘위대한’인데, G는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표현의 다른 모습인데..     


  우리 대부분은 A나 B나 C와 같은 삶을 살지는 않는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대하는 자세도 다르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삶이어야 성공한 삶인 것도 아니다. 다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들의 삶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과 그들의 ‘움직이는 삶’이 영향을 준다는 것..     


  편안하고 여유 있고 쉼이 있는 인생도 부럽고, 그걸 넘어서는 위대한 삶도 소망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모두 벗어던지고 싶기도 하고, 이걸 넘어서서 무언가 제대로 해 놓고도 싶고..     


  아마, 모두들, 이런 갈등을 겪었을테고, 그걸, 용케도 잘 이겨냈겠지..??     


  나도 이 과정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     


***피아니스트 F의 6번째 음반 제목은 일명 ‘헨델 프로젝트’..     


  제목을 듣고 생각했다.      


- 헨델?? 바흐가 아니고??     


  바로크의 대표 작곡가인 바흐가 아닌 헨델을 연주한 F...      


  그의 선택이 무척 맘에 든다.

  딱! 내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하프시코드로 연주해야 하는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한 것도, 쇼팽을 뒤로 하고 바로크로 돌아가서 헨델을 연구한 것도 마음에 든다. 풋풋하고 앳된 청년에서 이제는 30대로 넘어가는 성숙한 모습과 장발도 무척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나를 감동시킨다. 태어나서 가장 많이 연습했던 시간들이었다는, 매일 8시간씩 연습했다는, 홀로 방안에서 피아노와 대화했다는, 그의 그 열정이 너무도 부럽다.    

  

  책은 침묵으로 쓰는 것이라고 한다. 조용하고 묵직한 적막 가운데서, 마음과 머리에 가득찬 글들을 쏟아내는, 오롯이 나홀로만의 ‘침묵’의 작업으로 책과 글이 남는다고 한다.      


  다른 누구와 함께가 아니라, 활자와 책과 논문과 피아노와 독대(獨對)하여, 편안함과 좋은 것을 넘어서서, ‘위대한’의 영역에 들어갔던 이들은, 아마도 가장 외롭고 슬프고 고독했을 이 ‘침묵’의 시간을 버티고 참고 견디어 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발 그런 때, 가장 외롭고 슬프고 고독했을 그때, 조금이라도 아쉬움과 미련을 가지고 뒤돌아보거나 곁눈질 하지 말기를..      


  곁눈질 하지 않은 F가 Great로 가는 과정 중에 만들어 낸 음악 한 곡...      


 https://youtu.be/03QImI00Eyo     


#Good_to_Great  #92세_박사학위  #이상숙  #이길여  #토익_990점_만점  #정윤선  #에스더_유  #조성진  #짐_콜린스  #좋은_위대한  #헨델_프로젝트

작가의 이전글 * 섭씨 22도의 온도 (2023.02.11.토)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