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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Feb 11. 2023

* 섭씨 22도의 온도 (2023.02.11.토) *

 섭씨 22도의 온도 (2023.02.11.) *      


  A가 나에게 질문했다.     


- 올해 개인적인 목표가 뭐야??

- 아...글쎄요.... A는요..??

- 나는, 주유소에서 직원에게 카드를 두 손으로 주는 것..

- (완전 놀란 목소리로) 네??? 자기에게 너무 엄격한 것 아닌가요??     


  간혹 놀라운 삶의 기준을 두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다른 사람을 존대하는 태도를 갖추지 못하는 ‘것’ 같은 본인의 모습을 심각하게 반성하면서, 겸손한 태도가 몸에 배도록 하겠다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으려 한다니! 나의 시각으로는 심히 놀라울 뿐이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가장 적당한 온도는 섭씨 22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9월 초 날씨에 맞는 온도라고 하는데, 평균기온 22도의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성격이 온화하고 안정되어 있으며 개방적이고 우호적이라고 한다. 22도보다 낮은, 추운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비교적 나 자신만을 챙기기에 급급한 개인주의적인 성격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온도에 따라 나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데 사실인 듯 하다.   

  

  그렇다면 추운 지역보다 따뜻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이 좀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집에 난방이 더 잘 되면 성격이 좀 더 부드러워지는걸까??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친절함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우리집 보일러 온도를 조금 올려야 할텐데, 난방비가 부쩍 올라간 요즘, 어떻게 해야 하나??    

      

  유럽 여행이라고 하면 단연코 1, 2위에 들어가는 이탈리아는 고대부터 유적과 예술품의 보고(寶庫)로서 역사 이래로 이탈리아 땅을 직접 밟아보겠다는 여행자들로 넘쳐났었고 지금도 가장 선호되는 국가다. 무엇보다 이탈리아 여행은 유럽 귀족 자녀 교육의 필수 코스였고 유능한 인재들의 필수 유학 코스일 정도로 반드시 가 보아야 하는, 보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문화 선진국이었다.



  대가족 중심의 생활, 인생의 목적이 먹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한 음식문화, 곳곳에서 인생은 살만하고 아름답다는 노래로 가득찬 이탈리아는 추운 지역의 사람들, 즉 저기 북쪽에 있는 러시아 사람들을 환상에 빠지게 하는 온화한 날씨까지 가지고 있다.     


- 이탈리아 사람들은 항상 행복하게 보여!

- 저 나라를 반드시 가 보고야 말겠어!     


  따뜻한 남쪽 나라, 이탈리아로의 여행을 평생 꿈꾼다는 러시아 사람들은 혹한의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보드카를 마신다고 한다. 40도가 일반적이지만 47 ~ 95도까지도 있다는 보드카는 ‘가난’의 상징으로 러시아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다. 몸을 뜨겁게 덥혀서 추위를 이겨보고자 하는 모습이 비단 러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빛나는 태양의 기운에 젖어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실제로 삶에 접근하는 태도가 우리와 굉장히 다르다. 여유가 넘치는, 좀 더 다르게 말하면 ‘느리게 느리게’로 삶을 표방하며, ‘빨리 빨리’의 삶으로 정신없이 활보하는 우리를 무색하게 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저)>는 책과, 관련 영화에 비교적 잘 나타나 있다.     


  섭씨 22도의 온도는 날씨뿐만 아니라 내가 속해있는 사회에서도 해당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적당하게 온화한 기온을 갖추고 있으면 우리의 역량이 최대치가 된다는 말일까??     


  B가 말했다.    

 

- 몰아쳐서 하지 말아 봐~

- 우당탕탕 일해도 괜찮아~     


  아주 뜨겁거나 아주 차갑거나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일하는 스타일도 그렇다. 왕창 몰아붙여서 하거나 아예 손을 대지 않고 무관심하거나... 그래도 예전보다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은데도 늘 극과 극을 왔다 갔다 하고 있어서 애틋하게 보여지나 보다.     


  섭씨 22도의 온도를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환경이 쾌적하면 나만 생각하는 추운 지역 주민 코스프레를 벗어나서 여유있게 다른 사람을 돌아볼 마음도 생길텐데 말이다.      

 

- 올해 개인적인 목표가 뭐야??     


  A의 말을 듣고 내가 대답했다.     


- 그럼 나는...사람을...쪼금...사랑해 보는 것..???..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아직까지도 이기적인 것은, 추웠기 때문이라고! 온도를 올려야 한다고! 아! 어떻게 내 주변의 온도를 올릴 수 있을까??      


  아! 이번 겨울방학에 학교 냉난방 공사를 했으니, 올해는 작년보다 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까...  

    

  사실 섭씨 22도도 나에게는 춥다. 26도까지는 올려보아야겠다. 더워하는 사람들 눈 피해서..     


  아! 마음이 가난한 나에게 맞는 보드카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한 100도까지 올려주는 것으로다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직도 무언가를, 누군가를 계속 찾고 있는 나는 언제 온전해질 수 있을까!     


-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나에게 맞는 보드카를 찾는 것으로 할게요!


****************    

 

***이탈리아를 생각하고 있는 중에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지진이 발생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들..     


  날씨까지 춥다고 하니 더 걱정이다. 어떻게 이런 갑작스런 일들이 생기는걸까...     


Pray for Turkey and Sy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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