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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Mar 18. 2023

* 갈 비와 당신 (2023.03.18.토) *

갈 비와 당신 (2023.03.18.) *    

  

 - 어제 몇 시에 잤을까요??     


  별생각 없이 질문했던 내용에 의외의 대답들이 많았다.     


 - 어디… 밤 11시부터….

 - 저요~

 - 12시…1시…2시….     


  새벽 2시에 자는 아이들도 꽤 있었는데 손을 안든 아이들이 있기에 이어서 질문했다.     


 - 아… 3시… 4시??     


  새벽 4시에 자는 아이가 있었다. 이어서 질문했다.     


 - 일어나는 시각을 물어보죠…. 새벽 4시….

 - 저요~

 - 아니, 몇 시에 잤는데요??

 - 저녁 7시요….

 - 네??



  피곤해서 가자마자 잤다는 A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는데 그사이에 다른 아이들이 말한다.     


 - 선생님, B는 잠을 안잤대요~

 - 네???   

  

  할 게 많아서 밥을 꼴딱 새웠다는 B에게 물었다.     


 - 그럼 오늘은 몇 시에 잘 건가요??

 - 생각해 보고요….

 - 생각?? 그럼 안잘 수도 있다는 건가요??

 - 네…. 할 일이 많아서요….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들에 모두들 한바탕 웃었지만 정말 깜짝 놀랐다. 시험기간도 아닌 평일에 밤을 새우다니…. 그리고 잠을 안 잘 수도 있다니…. 놀래서 말했다.     


 - 우리가 몇 시까지 공부해야 할까요??

 - 1시! 2시! ~~~

 -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밤 10시까지만 공부하면 어떨까요. 밤 10시까지만 나의 삶이 있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면, 중간에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했다.     


 - 야야자 하는 학생이 있나요??



  몇 명이 손을 든다.     


 - 야야자(밤 10시 이후에 10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하는 야간자기주도학습)는 고3 되면 하도록 하고요.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에 집중해야 해요. 그리고 밤 10시에는 책을 탁! 놓고, 쉬어야 해요. 50분 수업하고 10분 꼭! 쉬어주어야 하고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에는 꼭! 쉬어주어야 하고요. 쉼이 있어야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있거든요.     


  아이들에게 늘 말하는 것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이고 선생님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요점은, 제대로 된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제대로 된 ‘몰입’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쉼’이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나도 잘 지키지 못하는, 진심으로 그렇게 몸에 배기를 바라는 ‘이상적인’ 법칙이기도 하고….  

   

  그토록 기다리던 주말, 토요일…. 아이들에게는 ‘진정한 쉼’을 권했으나 온통 머릿속이 복잡한 토요일을 보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했던 말을 나에게 다시 한번 해 본다.    

 

 - 5일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잖아. 좀 쉬자. 그래야 다시 일주일을 보내지….    

 

 *****************************   

    

*** 일하고 있는 나에게 C가 말했다.     


 - 오늘은 좀 일찍 가지. 너무 힘들 것 같아.

 - 제가 하고 있는 D 프로젝트가 지금 거의 90페이지가 되어가고 있거든요. 이걸 내년에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그냥 넘기죠?? 정말 말도 안되는 말이지만, 이걸 보니 내년에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까워서요 ㅠㅠ.. 

 - (한바탕 웃으며) 지금 그 말, 딱! 이해된다!     


  집중하고 몰입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나인데, 3월이 온통 집중과 몰입이다. 주 5일 동안 다른 것이 끼어 들 틈 없이 일하고 있는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이번 주 토요일, 봄학기 예술의전당 아카데미가 개강했다. 토요일에 다시 나간다는 말에 엄마께서 말씀하신다.     


 - 좀 쉬어야지!

 - 이게 쉬는 건데요!     


  5일 동안 집중을 해서 그랬을까. 오늘의 2시간 강의가 너무도 달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쏟아내는 직업이기에, 틈만 나면 듣고 읽고 배워서 내 안에 무언가를 채워 주어야 하는데, 주된 매체는 라디오와 토요 강의다. 라디오는 늘 듣는 것이지만 토요 강의는 12월부터 기다렸던 것. 생각했다.     


 - 이게 진정한 쉼인 것 같아….

 - 다른 사람의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 좋다….

 - 아이들도 이런 느낌으로 학교 책상에 앉아있을까??

 - 배운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3월 내내 같은 사람들, 같은 장소, 새벽, 밤의 풍경에 익숙했던 나에게 토요일의 모든 것, 보는 것, 듣는 것은 정말 큰 쉼이었다. 예술의전당까지 걷는 시간이 15분 정도인데 오늘은 생전 처음 다른 길로 들어서서 집으로 왔다. 항상 같은 길로만 다녔었는데 오늘은 왜 다른 길로 들어서고 싶었을까…. 늘 다니던 길은 좀 넓은 길이었고 황량한 아파트만 보였는데, 오늘 들어선 길은 좀 더 좁은 골목길이었고 주변에 주택들과 허름하고 작은 가게들이 있었다. 깜짝 놀랐다.     


 - 아…. 이 길, 뭐지?? 맘에 든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리 풍경에 내 눈을 사로잡았던 간판 하나…. 이런 단어 조합이라니…. 피식 웃어본다. 왠지 다음 주는 잘 살아갈 수 있을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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