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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Mar 11. 2023

* 먼저 다가가기 (2023.03.11.토) *

 먼저 다가가기 (2023.03.11.) *      


  작년 3월부터 내내 내 눈에 계속 밟혔던 A.. 언제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해야 할까 생각만 하고 있던 A... 언젠가 스쳐 지나가던 A를 붙들고 말했었다.     


 - 언제 너랑 이야기 좀 해야 하는데....     


 하지만 시간을 내지 못해서 애타는 시선으로 바라만 보던 A...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일로 찾아온 A가 나에게 말했다.     


 - 선생님~ 사실 저도 선생님에게 3월부터 찾아오고 싶었어요..

 - 진짜??

 - 선생님이 저에게 말씀하시기 전부터 선생님에게 가서 상담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 정말???? 나도 네가 계속 보였거든!

   (이 때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왜 그랬지...)

 - 선생님이 쓰신 글도 찾아서 쭉 봤어요~ 

   제 생각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 진짜?? 

   내 글을 봤다니까, 무엇보다 네 눈에 내가 보였다니까 너무 좋다!!!     


  그토록 이야기하고 싶던 A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중요한 회의를 놓치고 말았지만,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무언가 간절한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는 것을....     


  멀리서 조심스럽게 바라만 보다가 친밀한 사이로 바뀐 A를 학년이 올라간 뒤 다시 보게 되었다. 우연히 만난 A에게 물어보았다.     


 - 아~~A~~~ 잘 지내고 있어??

 - 네! 선생님!

 - 친구는 좀 사귀었어??

 - 네! 선생님! 많이 사귀었어요~

 - 진짜??

 - 작년까지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요, 올해는 제가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갔더니 많이 사귀게 되었어요~

 - 아~~ 잘 됐다!!! 나는 먼저 다가가는 거 못하는데...     


  오랜만에 만난 A는 작년과 다르게 밝은 분위기였고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간다는’ 그 문구가 내 귀에 확! 꽂혔다.     


  지난주 주말 편지(매주 금요일에 발송하는 학년 편지) 말미에 이런 내용을 넣었었다.     


 - 겉은 웃고 있지만 아마도, 두렵고 떨리고 무섭기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늘 3월 학기 초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추운 날씨, 서늘한 교실, 모르는 아이들, 더 더 모르겠는 선생님들, 거기에, 잘하고 싶은 마음 한가득….

아마도 아이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정말 그랬다. 나는 매년 3월 초가 너무너무 싫었다. 3월이라는 어감은 봄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너무 춥고 싸늘하고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그 환경들…. 추운 날씨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처음 보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새로 사귀고 익혀야 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의지를 가지고’ 무언가 ‘노력을 해야만’ 익숙하게 되고 친밀하게 되는 것에 힘이 딸렸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가…. 나는 담임을 할 때도 늘 맨 처음 물어보는 질문이 이것이었다.     


 - 너랑 맞는 친구를 발견했어??


  아직 친구가 없다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아직 말을 해 보지 못했더라도 ‘저 친구랑 사귀고 싶다’는 아이가 있을거야. 한번 천천히 잘 둘러봐. 

 - 누군가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네가 먼저 다가가 봐

 - 또 누군가가 먼저 다가오기를 바라는 것 같은 친구가 보일거야. 마치 너처럼..     


  그럼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아~~ 네~~ 그런 친구가 보이기는 해요...

 - 그럼, 그 친구에게 네가 먼저 다가가 봐~     


  친구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 1학년 때 잘 맞는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2학년 때 만날 수 있어. 그리고 대학교나 사회에 가서도 만날 수 있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오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말한다. 어른들은 서로에게 먼저 다가가기가 쉽지 않고 그냥 혼자 있기를 택하지만, 아이들은 우리와 달라서 친구를 금방 사귄다고.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고등학교 아이들은 좀 다르다.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은 아이들이 많고 특히 고등학교 1학년의 3월은 더 그렇다. 새로운 환경 적응이 쉽지 않은데다, 밝고 활달한 아이들 사이에서 내성적인 아이들은 더 괴로운 시절이기도 하다. 밝음이 뚜렷하면 그 밝음에 가려진 어둠은 더 짙게 가라앉으며 묵직해지니까.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해본다.      


 - 처음 보낸 고등학교 1학년에서의 3월…. 너무 조바심 갖지 않기를 바라~

 -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서 나를 낚아채 주면 완전 고맙지만, 행여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나와 비슷한 분위기’의 친구, 즉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 보는 건 어떨까~

 - 마치, 나에게 손을 내미는 것처럼 말야~



  누군가와의 진정한 만남이 있으려면, 둘 중의 한 명이 ‘먼저 다가가 주어야’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새롭게 시작하는 3월, 우리 모두, ‘먼저 다가가기’에 주저하지 말아보기를….     


********************     


***B의 핸드폰 액정이 깨져서 내가 쓰던 핸드폰을 주었다. B가 말한다.     


 - 저장된 연락처가 없어서 전화가 오면 누군지를 모르겠어. 이번 참에 관계를 정리할까 봐. 나에게 전화하는 사람들을 저장해 놓으려고.     


  C의 말이 생각난다.     


 - 너를 이해하려고 하고 있어.

 - 너에 대해 지금 익혀가고 있어.

 - 서로 노력해야 해.     


  먼저 다가온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관계가 지.속.되려면,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익숙하게 되기 위한 익힘의 과정과 지속적인 애씀과 노력이 수반된다는 것을 배워간다. 이런 배움이 인생 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이라는 걸까….     


* 먼저 다가가고 싶게 만드는 모습 중 하나….     


#먼저_다가가기  #상담  #친구  #고등학교_1학년  #3월  #진정한_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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