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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Mar 25. 2023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2023.03.25.토)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2023.03.25.) *   

   

  오래전 A가 말했다.


 - 목소리 좀 낮춰 봐….          



  B 연예인이 아내 C를 만난 이야기를 들었다.     


  B와 C는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참가자로 잠깐 스쳤던 사이인데, B는 C의 얼굴이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목소리가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방송국 주변의 카페에 들렀다가 어디선가 들리는 C의 목소리를 듣고는 무작정 목소리가 나는 테이블로 찾아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말했단다.     


 - 당신 목소리를 따라서 왔다. 나랑 결혼하자.     


  이런 황당한 이야기에 덤덤하게 반응한 C가 더 놀랍다.     


 - 기다려 달라. 정리하고 오겠다.     


  재미교포인 C는 B의 결혼 이야기에 당연히 놀랐지만 B의 (불안한) 눈을 보고서는 깨달았다고 한다. 

    

 - 이 사람은 내가 아니면 안되겠구나.     


  B와 C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교제해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한 것도 물론 놀랐지만, ‘목소리를 따라서 왔다’라는 말이 너무 멋있었다.      


 - 어떻게 목소리로 사람을 찾았을까….     

     

  사람마다 독특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 목소리…. 하지만 외모처럼 천성적으로 타고난 것이니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어떻게 바꿀 방도는 없다.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다룰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은데….

           

  D학급에서 E학생이 마지막 기도를 했다.     


 - 하나님 아버지 ~~~     


  우리는 깜.짝. 놀랐다. 발음이 무척 또박또박하고 목소리도 너무 멋있었던 여학생이었다.      


 - 아나운서 같은데요!

 - 네~ 방송반에 지원했어요~

 - 와우~~~



  올해 1월에 K본부 클래식 라디오에서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라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 ‘목소리로 보내는 편지’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딸이 부모님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등등 다양한 음성 편지가 있었고 감동적인 내용이 많았다. 그중, 자기 자신에게 음성 편지를 쓴 사람도 있었다.      


 - F~ 힘들지~ 잘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힘을 내 보자~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라니…. 멋있었다.           



 - 선생님~ 목소리가 아나운서 같아요~  

 - 그래서 가만히 듣다 보면 졸려요~

 - 뭐!!!     


  아이들이 내 목소리를 아나운서 같다고 해서, ‘설마 진짜?’ 라는 생각에 내 목소리를 녹음해 본 적이 있다. 내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와 녹음해서 들어본 목소리는 좀 달랐는데, 생각보다 두껍고 저음이었다. 또 객관적으로 볼 때 발음도 비교적 또박또박했고 아나운서 같은 느낌이 아주 쪼금 나기는 했다(글을 읽는 분들에게 죄송….). 얇고 높은 목소리가 아니어서 더 좋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 선생님은 성악 전공이 아니에요. 

 - 그래서 여러분이 떠들면 제가 노래를 할 수도 있어요.

 - 듣기 힘들 거예요~     


  그런데 아이들은 가끔 들려주는 내 노래를 듣고는 잘한다고 한다. ㅠㅠ….  아마도, 잠깐씩, 가끔씩, 조금만 하니까 그러지 않을까…. 뽀록 나기 전에 그만 멈춰야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 목소리를 사용해야 하는 ‘합창의 시즌’이 도래했다. 목소리를 잘 관리해야 하는데, 오늘 보니 음악실 마이크가 이상하다. 마이크가 없으면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 목소리 좀 낮춰 봐….



  흥분하면 목소리가 올라가고 빨라지는 나에게 A는 이렇게 말했었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 하이톤으로 목소리를 올려요~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해야 상대방의 마음이 움직이고 열려진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목소리를 올리라고 하지만, 그래서 나는 더 차분하고 낮은 (내)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려고 (노력)한다.      


  이번 주 내내 목소리가 잠겨서 중저음의 목소리로 보냈다. 피곤해서인 걸까….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일까….      


  잠겼지만 중저음으로 약간은 두꺼운 내 목소리를 사랑한다.     


***********************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에 나오는 아리아,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는 삼손의 머리카락을 얻기 위해 델릴라가 유혹하는 노래인데, 애절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유명하다.      


  대부분 오페라의 여자 주인공은 소프라노가 맡지만,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카르멘’,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로지나’, 그리고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의 ‘델릴라’는 메조소프라노가 맡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목소리가 중저음이고 두툼하며 풍성하고 듣기 편한 소리를 낸다.     


  요즘 들어 노래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누군가의 음성에 마음이 열린 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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