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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Apr 08. 2023

* 개천에서 용 나기를 (2023.04.08.토) *

개천에서 용 나기를 (2023.04.08.) *   

   

 - 어린 시절에 가난했었어요???       


  늘 강원도로 가던 수련회를 충청도로 바꾸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수련원에 도착하기 전에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는데 코스 구성을 위해 다양한 곳을 추천받았다. 좋은 곳들이 많았는데 선생님들의 설문 결과, 대천해수욕장, 대천 스카이바이크와 보령 석탄박물관으로 결정이 되었다.     


  수련회 이전 3월 초에 미리 답사를 다녀왔는데, 동해안과는 좀 다른 풍광의 대천해수욕장도 좋았고 바로 옆에 있는 대천 스카이바이크는 더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 연결해 놓았을까 싶은 멋스러운 곳이어서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 역시나 이번 수련회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며 환호했던 코스가 되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닷가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고 생각보다 길이도 길어서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차례대로 아이들을 태우고 있는데 어느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 선생님, 저기 앞에 스카이바이크가 너무 천천히 가서 여기 모든 차가 정체되었어요….     


  어느 어르신 부부께서 스카이바이크를 탔는데 너무 천천히 가서 뒤에 있는 다른 스카이바이크들이 기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고개를 들어서 바라보니 차량들이 다 붙어서는 천천히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그런데 어떻게 할 것인가. 중간에 들어가서 끌어줄 수도 없고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좀 지나고 보니 조금씩 돌아가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페달을 밟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그래도 얼마나 즐거우셨을까 싶었다. 나도 선생님들과 함께 타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었고 반대편에서 오는 녀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A 에게 말했다.     


 - A도 꼭! 스카이바이크를 타 보아야 해~~~     


  해수욕장과 스카이바이크를 가기 전에 들렀던 곳은 보령 석탄박물관이었는데 그곳은 나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AI를 논하는 요즘에 ‘석탄’이 적당한가 하는 우려도 있었고 대전 국립과학관을 비롯한 다른 박물관 탐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등 고민이 있었으나 코스를 고려하여 선택한 곳이었다.     


  수련회 전 학급 임원들에게 하던 안전교육시간에 B가 이렇게 질문했다.     


 - (고개를 갸우뚱하며) 석탄이요?? 챠콜(charcoal) - (숯) - 말씀인가요??

 - 네~ coal (석탄), 석탄박물관입니다~     


  석탄박물관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현대식으로 단장이 되어있었고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구성이 되었다. 연대기별로 구성이 된 1층과 체험 위주의 2층과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통과하여 밖으로 나가게 되어있었는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겠다고 같이 답사를 온 선생님들과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나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들은 별 감흥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았으면 좋았을텐데 휘리릭 훑어보고 말았다고 한다.     


  답사하면서 내 걸음을 멈추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하며 마음을 울렸던 것은 지하에서 밖으로 나가는 통로에 있었던 글귀들이었다.     


 - 출근할 때는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 출근하려고 집을 떠날 때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퇴근 후에 막걸리를 마시지 않으면 규폐(먼지가 폐에 쌓여 흉터가 생기는 질환)에 걸린다

 - 도시락에 밥을 담을 때 4주걱을 담지 않는다

 - 출근하기 전 여자가 방문하지 않는다

 - 갱내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직장생활을 했을 이곳 사람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글귀들이었다. 이 글귀들과 함께 어린아이들과 아낙네들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들도 걸려있었는데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검은 석탄가루로 인해 폐질환이 많았을 것이고 빨래를 해도 검은가루가 지워지지 않지 않았을까…. 여자들도 석탄을 나르는 일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자들을 일명 ‘재수 없는 존재들’로 생각했던 것도 마음 아팠다. 탄광촌에서 자랐을 어린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생각도 하게 되었고….     


  마지막 코스에 있었던 글귀와 사진들을 보고 울컥하고 짠한 마음을 C에게 말했다.     


 - 아이들이 무언가 느꼈으면 좋겠는데요….

   생각할 게 많은 것 같아요….

 -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마지막 코스에 있었기에 아마도 아이들은 제대로 볼 시간도, 여유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혹시 눈여겨본 아이들이 있었을까….     



 - 개천에서 용 난다 :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예전에 ‘개천에서 용 난 사람’은 결혼 상대로 만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은 온 집안이 그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결혼생활이 힘들다는 말이었다. 가장 좋지 않은 말은 ‘홀어머니가 키운 개천에서 용 난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사실 옛 시절에는 ‘홀어머니가 키운 개천에서 용 난 사람들’이 내가 다니던 대학교에는 (엄청) 많았었던 것 같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어려운 환경에 주저앉지 않고 노력하여서 성공한 삶을 이루어냈다는 말이기에, 희망과 꿈이 담긴 좋은 말이고, 지금도 이 말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그런데 지금은 실현되기가 무척 어려운 시대가 되어서 많이 슬프다.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성공하고 싶다는 ‘꿈’이 있으면, 인생길에서 나를 일으켜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기회가 생기게 될텐데, 이런 꿈조차도 꾸지 않고 또는 꾸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돌아보게 된다.     


  석탄박물관 한쪽에는, 박물관이 만들어질 때 기증한 사람들의 이름이나 단체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왠지 뿌듯했다. 광부로의 지난한 삶의 기록을 이곳에 자기의 이름으로 뚜렷하게 남겨 놓다니…. 감사했고 고마웠다. 환경에 주저앉지 않아서….     


  만약 내년에도 이곳을 가게 된다면 아이들이 마지막 글귀와 사진을 보고 지금의 본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탄광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곳을 거쳐 갔을 사람들과 그 후손들의 삶이 지금은 조금 더 편안해지고 여유 있기를 바라보며…. 그리고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계속 유효하기를 바라보며….     

     

 - 어린 시절에 가난했었어요???  

 - 그랬죠….     


  오래전 D와의 대화 중 나왔었던 이야기…. 이렇게 응답했다.     


 - 잘 자랐네요….

   저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잘 자란 사람이 좋더라고요….


*****************


***보령 석탄박물관에 있었던 글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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