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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Apr 15. 2023

* 마음껏 사랑하기 (2023.04.15.토) *

 마음껏 사랑하기 (2023.04.15.) *      


 - 우리 학교 교훈이 뭔지 알아요?

 - 아…. 정직, 근면…, 성실??

 - 으이구! 친.절!

 - 아??     


  언젠가 갑작스럽게 묻는 A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했다. ‘친절’이 들어가 있었군…. 기억나지 않았었다. 또 B는 이런 질문을 했었다.   

  

 - 부모님에게 친절한가요?

 - 친절하지 않죠…. ㅠㅠ

   오히려 더 무뚝뚝해요.



  ‘친절’이라는 단어는 왠지 ‘따뜻함’을 풍기는 단어인데, 평소에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 아닌 나로서는 많이 찔리는 단어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     


 - 친절(親切) :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     


  ‘정겹고 고분고분’하면 좋으련만, 차갑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찬 바람이 부는 쌀쌀맞은 태도가 나에게 더 맞을 수 있겠다. 이런 나에게 아이들은 이런 말을 붙여 주었다.     


 - 선생님의 매력(?)은 츤데레인 것 같아요.      


 - 츤데레 :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     


  이 자리를 빌어 아이들에게 말해본다.     


 -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는 건 맞고, 실제로도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은 아니야.      


  이런 나에게 C는 말했었지.     


 - 선생님은 친절하지 않아서 좋아요. 진실함이 느껴져서요.     


  이런 말을 하며 나에게 달려드는 C를 ‘신기해하며’ 매번 밀쳐내는데도 이런 ‘불친절한’ 나를 아직도 찾는 C를 이제는 품고 있는 나를 본다. 불친절함이 좋다는 녀석이 있다니…. 뭐 이 말은 나에게 맞는 말이기는 하다.     


 - 진실함이 느껴져서요….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잘 품지도 않지만, 그런 마음을 ‘약간’ 품었다고 할지라도 그 속마음을 애써 표현하지 않고 살아온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쏟아붓는 일이 있다면, 그건 정말, 진짜, 찐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아주아주아주 드물지만….      


  이런 모습은 나를 오랜 시간 경험해 본 사람이어야 알 수 있는 모습인데, 아주 드물게 보이는 나의 다정한, 친절한 모습이 멈칫하며 ‘딱!’ 멈추는 경우가 있다. 내가 부어주는 그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져서 일명 ‘상처받게 되었을 때’…. 아마도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더라도 머리로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만 사랑하자     


  이런 이야기를 들은 C가 말했다.     


 - 뭐가 그렇게 복잡해.  

   그냥 마음껏 사랑해주고 상처받으면 되지

 - 헐!

   상처받으면 된다고요??

   회복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들었던 그 놀라운 말은 나에게 뚜렷하게 각인이 되었다. ‘마음껏 사랑해주고 상처받으면 되지’라니! 그야말로 ‘헐!’이라는 말을 외칠 수밖에 없는 말이었지만, 만약에 된다면, 진짜로 만약에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말이기도 하니까…. ‘상처받기를 각오하고 마음껏 사랑하기’라….     


  - 괜찮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심하게 있던 나의 눈물샘을 한순간에 터지게 만들었던 D의 말은, 내가 얼마나 약한 사람인가를 보여주었다. 강한 척 하는 모습이 진짜가 아닌 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사랑하는 마음을 절제하지는 말라는 C의 말을 기억해 보며, 상처 따위는 생각하지 말고, 또 행여 상처받더라도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보며, 아니 상처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며, 머리가 먼저 움직여서 계산하던 것을 이젠 멈춰보며, 마음이 움직이는 것에 그냥 나 자신을 내어 맡겨 보기를 바라는, 그런 복잡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주말 저녁이다.

     

  ********************     


***부활절 학급 달걀 콘테스트를 위해 편의점에서 찐 달걀을 사 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달걀 4개를 4,400원에 사오는 E의 이야기를 들으며 깜짝 놀랐다.    

 

 - 아니! 무슨 달걀이 이렇게도 비싸!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F가 나에게 무언가를 내민다.     


 - 선생님~ 찐 달걀이에요~ 받으세요~

 - 아?? 사 온 거야??

 - 아뇨! 제가 쪄서 만든 거예요~

 - 나 주는 거야??

 - 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찐 달걀을 받았다.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달걀 30개를 받은 것보다도 더 뭉클했다는….     


  달걀을 찌고 작은 상자를 만들어서 그 안에 조심히 담았을 F의 사랑과 정성을 생각하며….

                                       

#마음껏_사랑하기  #친절  #kindness  #츤데레  #상처  #달걀  #찐_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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