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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May 20. 2023

* 잘 놀기도 하는! (2023.05.20.토) *  

잘 놀기도 하는! (2023.05.20.) *      


  토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 들렸다. 계속 잔기침이 나오는데 중간에 병원에 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사실, 며칠 있으면 잠잠해지는 기질이어서 병원에 잘 가지 않는 버릇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잠잠해지지 않는 기침에 온 가족이 나에게 ‘병.원!’을 외쳐서 마지못해 시간을 내기로 했다. 사람이 많아서 예약은 받지 않고 오후 12시까지만 환자명단을 정리한다기에 예술의전당 강의를 가야 하는 나로서는 오전 9시 시작 시간에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게으름뱅이인 내가 그 시간을 맞출 리 만무했다. 겨우 오전 9시20분경에 도착했는데 내 앞에 미리 온 환자가 15명이라고 한다. 얼마나 놀랐던지!     


  기침소리로 가득 찬 환자 대기실을 나와서 복도에서 50여분을 서서 기다리다가 겨우 들어갔다. 진료시간은 한 5분 정도였을까…. 진료비를 계산하면서 질문했다.     


 - 얼마인가요?

 - 15,000원입니다.

 - 와…. 비싸네요…. 5분 정도 진료했는데….

 - 토요일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초진이어서 그렇기도 해요.     


  5일 치의 약값은 또 10,000원이었다. 예술의전당을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생각했다.     

 

 - 뭐가 이렇게 비싸지??     


  그런데 그사이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진료했던 의사 A였다. 한 30대 중반이나 되었을까 싶은데, 앞머리를 멋진 웨이브 파마로 살짝 넘긴, 잘생긴 외모에 약간 ‘날라리’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떠오른 그 이미지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 딱 잘 놀 것 같은 이미지인데 그걸 잘 참고 열심히 공부했나 보네….    

 

  정말 그랬다. 잘 놀 것 같은 이미지! 집에 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여동생님이 말한다.     


 - 맞아! 딱 날라리 느낌! 그 의사 알아!     


  어디에서나 ‘교사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Y대를 나왔다는 그 의사 A를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의대를 가고 싶다면,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해!

   나중에 가서 그 끼를 발산해도 되니까!

   지금은 참아보는 건 어떨까!     


  잠깐 만난 5분으로 의사 A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인지 알면서도 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일반적인 의사의 모습보다는 재미있고 끼 넘치는 아우라를 물씬 풍겼던 것이 신기해서라고나 할까….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 공부도 잘하고 잘 놀기도 하는 게 요즘의 트렌드인가….     


  예전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고 하면 두꺼운 안경에 패션감각도 없고 사회에 대해 꽉 막힌 ‘고리타분한 외골수’ 스타일이 연상되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실력도 있고 옷도 잘 입고 인간관계도 원만하고 이것저것을 잘하는 만능인이 많다. 실력도, 패션감각도, 인간관계도,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잘 안되면서 잘 놀 줄도 모르는 나로서는 놀 줄 아는 끼도 많으면서 자기 분야에서 마음껏 역량을 나타내는 이들이 무척 부럽고 신기하다.      


  아…, 젊은 사람들과 비슷한 점은 있다. 요즘은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 흐름이 대세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인간관계의 룰이 훨씬 더 강조되는 것 같다.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극히 개인적인 일은 먼저 묻지도 않고 상관하지도 않는 것이 예의다. 딱! 나와 맞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MZ의 특징이라는 이 글을 읽고는 B에게 말했다.     


 - 저는 예전부터 MZ 세대였던 것 같아요….



  물론 B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봄기운이 만연한 5월 중순의 주말, 아이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공부를 하고 있을까…. 드라마를 보고 있을까…. 혼자 있을까…. 누구와 함께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혼자서 놀고 있을까….  방안에서….   

  

  끼도 많고 잘 놀 줄도 아는 것 같으니, 공부도 잘했으면 하는 C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     


*** 어느 어머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 잠깐 들른 시간에 아들의 무한끼를 발견했네요.ㅎㅎ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무한한 끼를 보았었던 (2023) 한마음 올림픽 현수막.     


  공부는 모르겠지만, 잘 놀기는 하더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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