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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May 13. 2023

* 이해할 수 있겠어? (2023.05.13.토) *

이해할 수 있겠어? (2023.05.13.) *      


 - 이해할 수 있겠어??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7세, 즉 만 5세부터의 학교생활 중에 제일 좋았던 과목은 물론 음악이었다. 엄마가 늘 노래를 하셨기 때문이기도 했고 피아노를 계속 쳤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늘 ‘소리’에 민감했다. 지금도 가장 중요한 ‘눈’과 함께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귀’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아무 소리나 귀에 들려지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음악 시간에 늘 말한다.     


 -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을 좇아가고 그것에 흔들리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요. 옛날부터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의 엄청난 힘을…. 그래서 보이지 않는 ‘음악’을 다루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신(神)과 통하는 존재로 여겨졌고, 제사, 예배, Worship을 주관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소리’가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아름다운 음악 소리이건, 사람들의 말이건, 그 무엇이건, 아무것이나 내 귀에 들려지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수다의 자리에 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들은 (좋지 않은) 것을, 집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물론 전혀 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서 치아가 빠지면 빨리 치과병원에 가야 하는데, 윗니 아랫니가 서로 부딪혀서 씹는 활동이 뇌를 자극해서 뇌를 살아있게 하는 활동이 멈추어서 치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귀가 어두워져도 빨리 병원에 가서 보청기를 해야 하는데, 소리가 뇌를 자극하는 활동이 멈추어져서 뇌가 굳어지고 역시 치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대의 가장 무서운 질병은 치매이니까…. 여하튼 ‘귀’가 중요하다.     


  음악과 더불어서 좋아했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법칙대로 풀면 정답이 딱! 떨어지는 것이 신기했고 명쾌하고 분명해서 좋았다. 내가 수학 과외를 했다고 하니 믿지 않던 A가 생각난다. 물론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세계사나 지리같은 암기과목도 좋았고 자신이 있었다. 제일 싫어했던 것은 ‘국어’였는데, 시(詩)의 단어를 이리저리 해석하면서 교과서에 까맣게 써넣어야 하는 것과, 나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이 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 국어 시험을 보고 나면 늘 생각했다.     


 - 이런 말장난 같으니라고!     


  그랬던 내가 지금 매주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예전에는 이해력과 암기력이 있으면 공부하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창의력, 응용력, 발표력 등등 더 다양한 능력들이 요구되고 있으니, 아이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B와 이야기했다.     


 - 요즘 같으면 나는 대학교 들어가지 못했을 것 같아….     


  배우는 아이들도 어렵지만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암기력’을 필요로 하는 과목보다 ‘이해력’을 필요로 하는 과목의 가르침이 훨씬 더 어렵다. 음악은 실기와 이론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작곡은 ‘이해력’이 바탕이 되는 학문이다. 특히 화성학이 그렇다. 화성학은 수학과 비슷한 원리여서,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다음 단계로 나가기가 힘들다. 예전에 ‘화성학 개론’을 수업할 때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끝냈던 적이 있다. 그때 수학 선생님인 C와 이야기했었다.     


 -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해서 너무 힘드시죠!

 - 진도 나가기가 힘들죠…. 그래도 모르면 그냥 모른 채로 넘어가는 거죠.     


  학교 다니며 수학 공부를 할 때는 나름 작동했던 ‘이해력’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족하다는 것을 매번 느끼고 있다. 함께 회의했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나를 보고 D가 말했다.     


 - 회의 시간에 다른 생각하고 있지?

 - 네….

 - 들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봐야 해.

 - 제가 이해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회의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도 부족하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더 부족하고 힘들다.     


 - 이해하다 (理解하다) : understand, comprehend, figure out

   :  깨달아 알다. 잘 알아서 받아들이다.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이다.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하다.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이나 ‘이해한다는 것’은, ‘깨달아 알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세상 이치에 대한 것은 어찌어찌해서 늦게라도 어떻게든 이해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즉, 어떤 이에 대해서 깨달아 알고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인다는 것이 나에게는 늘 어려운 일이다.     


  왜 공부하는 것과 다른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걸까….     


 - 공부가 제일 쉬운 거야.     


  세상사(史)는, 사람들은, 왜 수학처럼, 딱딱 정답이 떨어지지 않을까….     


 - 이해할 수 있겠어??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겠어??

 - 잘 모르겠어요….

 - (나를) 이해할 수 있겠어??

 - 정말 잘 모르겠어요. 이해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     


***언젠가 채플 시간에 예화로 나왔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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