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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May 27. 2023

* 의심과 질투라는 녀석 (2023.05.27.토) *

의심과 질투라는 녀석 (2023.05.27.) *   

   

  부부가 서로 다른 활동을 하는 A에게 물었다.     


 - 왜 함께하지 않는 거야??

 -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니까요…

 - 그럼, 남편 혼자 다녀도 괜찮아? 열심히 활동하시던데….

 - 믿는 거죠…. 신뢰하니까요….     


  나 같은 사람은 전혀 할 수 없는 넓은 ‘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A의 말이 가끔 떠오른다. ‘부부라면 함께 활동해야 해’라는 (당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다른 (여자) 사람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남편을 ‘홀로’ 내보내는 A가 정말정말정말(X 무한대) 신기하고 놀랍게 느껴진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어떻게 믿을 수 있는 걸까….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음악회보다 연극을 더 좋아하게 된 가족들과 매년 2~3회 정도의 연극을 관람하는데, 오늘 연극 <오셀로(Othello)>를 관람하고 왔다.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의 공연이었는데 정.확.하게 끝났다. 연극이 끝난 뒤 우렁찬 박수와 함께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 와~~ 정말 대단한데!!!



  <오셀로(Othello)>는 이탈리아 원로의원의 딸 데스데모나가 수많은 구혼자를 뿌리치고 아버지의 허락 없이 인품과 실력이 뛰어난 흑인 장군 오셀로와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일구지만, 원하던 자리를 얻지 못하게 된 부하 이아고의 계략에 속아 데스데모나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 오셀로가 결국 아내를 목 졸라 죽이게 되고, 모든 것이 이아고의 거짓이었다는 것이 밝혀지자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한편이다.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의 사랑을 의심하게 되고 확신하게 되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과정, 다정하고 따뜻했던 성격이 분노로 가득 찬 거친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정말 생생하게 잘 표현한 수작(秀作)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가는 오셀로를 극단의 코너로 몰고 가는 것은, 이아고의 ‘(거짓) 말’이었다. 단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으면서도 형체가 없는 ‘말’이 오셀로라는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가는 것을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오셀로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너무도 사랑했던 데스데모나에 대한 ‘의심’과 그로 인한 ‘질투’였다. 엄청나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의심의 씨앗’이 한번 뿌려지자 걷잡을 수 없이 그의 마음과 정신과 육체에 가득 차서 비참하게 무너져내리는 것을 너무도 훌륭하게 잘 표현한 배우들의 호연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더욱더 찬란하게 빛내주었고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의심과 질투….     


  (정말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게 되고 질투로 괴로워하며 죽을 것 같이 힘들어하는 오셀로를 보면서 ‘왜 저럴까?’라고 이상하게 느낄 사람이 있었을까…. 아마도 ‘절실하게’ 사랑했던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한 번 이상은 경험해 봤을 감정이 아닐까 싶다. 오셀로를 보면서 나는 옛날 어느 시점의 나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눈을 뗄 수가 없었으니까….     


  그 어느 시절의 (불쌍했던) 나는,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머릿속은 터질 것 같았고 마음속은 전쟁터였고 붕붕 떠다녔으며 혼자 있을 때는 눈물로 베갯잇을 적셨고 괴로워서 미칠 것 같았으니까…. 물론 이아고처럼 누구의 말로 인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누군가를 신뢰하지 못하는 감정 때문이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 내가 무얼 할 수 있었을까…. 매달릴 수 있었을까…. 그때의 나는 때마다 눈물범벅이었던 기억밖에 없었다. 그때 생각했었다.     


 - 사랑이 매달린다고 되는 건가??

 - 사랑이 억지로 되는 건가??

 - 억지로 하는 건, 사랑이 아니지 않아???

 -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 내가 속상할 걸 모르는 건가….     


  그때 내가 그를 더 신뢰했어야 했던 걸까…. 나는 그를 왜 신뢰하지 못했던 걸까…. 내 잘못이었던 걸까…. 남편을 여자 사람들 속에 홀로 보내던 A처럼 그냥 무조건 믿었어야 했던 걸까…. 정말 다시 생각해도 A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걸까…. 혹시 조금만 덜 사랑하면 할 수 있는 일일까….     


  조금, 아주 조금, 정말정말 아주 쪼금 마음이 넓어진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 본다. 내가 먼저 떠나보내지는 않겠다고…. 내 눈앞에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내 인생에 아직 네가 있고 내 마음은 똑같으며 그걸 너도 알고 있으니까…. 이게 믿고 신뢰하는 거라고 한다면, 그래 보겠다고…. 하지만, 힘들 때가 있다고…. 나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고….     


  1622년에 발간된 소설 속의 오셀로나 2023년의 내 모습이나, 천국 같은 삶을 살 수도, 지옥 같은 삶을 살 수도 있는 게 사랑 때문이라니,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오셀로>를 찬찬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     


*** 2023년 5월 27일(토) 오늘 보았던 연극 <오셀로(Ot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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