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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un 03. 2023

* 학년 부장 (2023.06.03.토) *

학년 부장 (2023.06.03.) *    

  

  무언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던(없는) 나에게 아주 오래전 A가 가르쳐 준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는 숫자를 읽는 법도 있었다.     


 - 아…, 이게 어떻게 읽는 거죠?? 

 - 자, 천천히 읽어봐.

 - (뒤에서부터 세면서)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 

   아, 3억…5천…7백…3십6만6천원!

 - 맞아!

 - 아…. 이렇게 읽는 거구나!     


  ‘숫자도 못 읽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들이 나에게는 늘, 항상, 자주 있다. 언젠가는 학생들을 데리고 출장 가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 내용을 간단하게 표현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무언가 적절한 단어가 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고 시간이 없어서 그냥 결재를 올렸다.     


 - 사유 : 학생 인도


  나중에 B가 말했다.     


 - (웃으며) 뭐라고 했는지 알아?

 - (민망해 하며) 아…. 보셨어요?? ㅠㅠㅠ 학생 인도….

 - 인도가 뭐야…. 인솔이지….

 - 아…. 그 단어가 나중에 떠오르더라고요….     


  7일을 장기 결석으로 본다는 말을 듣고 C에게 질문했다.     


 - 그럼… 연속해서 7일이니까, 월화수목금 그리고 그다음 주 월화까지인가요?? 휴일은 세지 않고??    

 

  C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 그럼, 휴일을 계산하면 되겠니??     


  왜 항상 무언가가 부족한지…. 그래도 그 부족함을 (크게) 탓하지 않고 채워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어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많이 불편하겠지만….      


  이렇게 어설프고 함량 미달인 나에게 올해 7월에 하는 융합프로젝트 주제라면서 인터뷰를 부탁한 (엉뚱한) 녀석들이 있었다. 나에게 인터뷰를 원했던(?) (놀라운) 아이들은 늘 (많이) 있어서(ㅠㅠ) 응답했던 자료들이 꽤 있었다. 아이들에게 말했다.     


 - 그럼 파일을 보내봐~

 - 어떻게 보내요?

 - 카O으로~

 - 없는데요??

 - 이렇게 하면 되지~     


  녀석들을 친구 추가해서 카톡을 만들었더니 나와 개인 카톡을 하게 되었다며 너무들 좋아한다. 그렇게 해서 받았던 주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의 인터뷰 주제는 대부분 ‘교사’ ‘음악 전공’ ‘음악 선생님’ ‘교직 이수’ 등에 관계된 것들이었는데, 이번에 받은 주제는 ‘학년 부장’에 대한 내용이었다. 학년 부장이라니….   

  

 1. 학년 부장 선생님만의 특별한 업무 (일반 교사와 차이점)

 2. 직업 고충

 3. 학년 부장 장단점      

 4. 출퇴근 시간

 5. 학년 부장 되는 과정

 6. + 우리학교만의 장점     


  학년 부장의 단점 중 하나는, 아이들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이 조금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반대로 장점 중 하나는, 학생들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재미있었다. 개인적인 관계는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인 것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을 하고는 있지만, 이번 주 내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과의 개인적인 만남과 챙김을 더 신경 써 보려고 한다.     


  그런데 답변을 작성하다가 막힌 부분이 있었다. 5번 학년 부장이 되는 과정은 사실 나의 경우, 할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경우라 D에게 솔직하게 그렇게 쓰겠다고 말했다가 꿀밤을 맞을 뻔했다. 무엇보다 6번 우리학교만의 장점에서는 술술 써 내려가지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왜 그랬을까…. 예전과 많이 달라진 학교상황이어서 그랬을까…. 우리 학교만의 장점이 무엇이 있을까…. E가 말했었지.     


 - 노을~~. 벧엘관에서 보는 노을이 예쁘지….     


  갑자기 생각이 깊어지는 융합프로젝트 주제였다고나 할까…. F가 말했었다.     


 - 학교 홍보할 때마다 마지막에 제가 이렇게 마무리하죠.

   선생님들이나 졸업생들이 자기 자녀를 보내는 학교면 다 끝난 이야기 아닐까요??     


  이 말들이 생각나서 마지막 질문에 이 대답을 추가했다.     

 

- 벧엘관(3학년 도서관) 에서 보는 아름다운 노을

- 선생님들이, 졸업생들이 자기 자녀를 보내는, 놀라운 학교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내가 왜 지금 학년 부장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면서, 또 올해 맡겨진 아이들이 잘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1학기 후반을 맞이한다.     


****************************     


*** 학급마다 있었던 방을 올해는 학년 전체방으로 만들었다. 29기 전체 학생들이 들어오는 방이다. 전입한 학생까지 들어온 방에 이런 내용을 올렸다.     


 ***이제, 여기에 있는 방 학생들,     

모두 그대로 2학년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29기 370명 모두, 그대로 2학년으로 올라가기를 바라며….  

   

#학년_부장  #숫자읽기  #인솔  #장기결석  #융합프로젝트  #학년_전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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