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Jun 10. 2023

* 같은 마음 갖기 (2023.06.10.토) *

같은 마음 갖기 (2023.06.10.) *      


  A 선생님이 몸이 아파서 조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간표를 살펴보니 오후에 수업이 2시간이나 있었다. 몸이 아프다고 수업을 하지 않고 갈 수는 없고 수업을 교환하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업을 교환하려면 해당 선생님과 미리 연락을 해서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고 수업계 선생님께 연락을 해야 하고 또 결재를 올리는 등 뒤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많다. 여기저기서 의견이 나왔다.     


 - 내가 대신 들어갈 줄게. 그냥 빨리 가요~

 - 몸이 그렇게 아픈데~

 - 다른 사람이 보강 처리해 주겠지~     


  그사이에 내가 말했다.     


 -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수업 교환하고 가야 해요~     


  다행히 A 선생님을 포함한 다른 선생님들이 모두 이 말에 동의하였고 그 시간에 교무실에 있던 8명이 모두 다 달려들어서 수업 교환을 도왔다. 수업 교환 프로그램을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A 선생님을 위해서 B 선생님이 수업 교환 프로그램을 직접 하나씩 하나씩 클릭하며 수업 교환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어느 선생님과 교환할 수 있는지 체크해 주었다. 그런데 C 선생님과 수업을 교환하면 되었는데 C 선생님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동아리 시간이어서 선생님들이 교무실에 계시지 않았고 핸드폰 연결도 되지 않았던 상황….      


 머리가 아파서 힘들어하는 선생님을 보며, 안되겠다 싶은 나는 C 선생님의 동아리가 무엇인지 체크하고 교실로 뛰어가서 찾았고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다시 교무실로 가보았는데 계시지 않아서 이것을 몇 번 반복하다가 그사이에 교무실에 계신 C 선생님을 발견했다.     


 - (거의 소리지르며) 선.생.님!!!

 - ???

 - 선생님! A 선생님이 아프셔서 수업을 교환하려는데 블라블라~~

 - 아니 그런데 왜 선생님이??
  - A 선생님이 너무 힘들어해서요….     


  다행히 괜찮다는 허락을 받고서 다시 1학년 교무실 문을 열면서 소리쳤다.     


 - A~~ C 선생님이 괜찮다고 해요!

 - 와아~~     


  모두 다 기뻐서 소리를 질렀고 수업 교환 프로그램으로 완료를 했는데 C 선생님이 내려오셨다.   

  

 - 선생님~~ 어떻게 하죠?? 

   제가 수행평가를 봐야 해서 교환을 못할 것 같아요!

 - 아!!!     


  그때 D 선생님이 소리지르셨다.   

  

 - 그럼 그다음 주로 교환하면 되죠!

 - 아!!!     


  우리는 이 말에 모두 다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다른 학년에 계셨던 E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내가 있던 학년에서는 보지 못하던 모습인데??     


  A 선생님이 무사히 수업을 교환하고 조퇴할 수 있도록 도운 우리들은 그제서야 점심을 먹기 위해 움직였다. 별일이 아닐 수도 있었을 듯한 이 일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주었는데, 평상시의 나라면 ‘A 선생님이 알아서 수업을 교환하고 가겠지’라며 점심을 먹기 위해 이미 30분 전에 움직였을 것이다. 직접적인 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어제는 왜 그랬을까???     


  아마도 A를 위해서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서 함께 걱정해주고 움직여주는 다른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었기에 차마 나도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F 에게 말했다.     


 - G 선생님은 일을 잘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서부터 막히면 어려움이 있을텐데, 해야 하는 일에 대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진행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어제 밥 먹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던 것이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못 본 척 하지 않는 자세가 늘 배어있던 사람들 틈에 내가 아주 잠시 끼어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지….     


  무슨 일에, 누군가에 같은 마음을 품고 함께 걱정하고 기뻐했던 적이 있었던가…. 언제였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A 선생님이 괜찮아졌다고 하니, 다행이다.     


**********************************     


  *** 오늘 2023 교향악 축제에 다녀왔다. 1989년부터 시작된 예술의전당의 연중 프로그램인데 보통 3월에 열리던 것이 코로나 이후부터 일정이 조금씩 바뀌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내가 놓쳤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6월에 열린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서 모두 매진이었던 음악회 중 간신히 몇 좌석을 건졌다. 피아노 일색인 협연 프로그램을 피해서 찾아보던 내 눈에 들어온 첼로 협연….     


  금관악기와 타악기군의 실력이 대단했던 강릉시립교향악단, 끝나지 않는 앵콜 박수에 수십 번을 드나들었던 첼리스트 최하영, 모르고 보더라도 실력이 뛰어났던 지휘자, 정명훈 아들 정민을 알게 된 공연.     


  같은 마음을 가지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갈 때 폭발하는 놀라운 찬란함과 완벽한 웅장함과 빛나는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던 교향악 공연….     


* 2023.06.10.(토) 2023 교향악축제 강릉시립교향악단 연주     


#같은_마음_갖기  #조퇴  #수업_교환  #2023_교향악_축제  #강릉시립교향악단  #첼로_협연  #정민  #최하영



작가의 이전글 * 학년 부장 (2023.06.03.토)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