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Jun 17. 2023

*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 *

*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 (2023.06.17.토) *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 (2023.06.17.) *     

 

 - 복기(復棋, 復碁)해 봐!     


   지금까지의 삶 중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 중 하나를 꼽자면 너무너무 좋아해서 아끼고 아꼈었던 나의 오렌지색상 여름샌들을 채 10번도 신지 못하고 버렸던 일이다. 오래전 어느 해, 지금도 사랑하는 나의 색상 오렌지컬러에 러플이 달린 예쁜 샌들이 있었는데, 그 샌들을 너무도 사랑해서 일부러 가끔씩만 신었었다. 신발은 자주 신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신기 위해서는 신고 싶은 마음을 지금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보기만 해도 심쿵했었던 그 샌들을 고이 넣어놓았다가 그다음 해에 꺼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한 발을 넣었을 때, 가죽이 아니고 비닐이었던 표면이 그대로 갈라지고 부서지는 것을 경험했다. 자주 신어주지 않았더니 그대로 벗겨져 버렸던 것…. 신을 수도 없었던 그 신발을 그렇다고 차마 버릴 수도 없어서 몇 달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던 샌들이었는데! 차라리 닳고 닳게 신어서 해어져서 버렸다면 더 나았을까!     


  이 경험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너무도 아끼던 것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더니 내 눈앞에서 허무하게 그대로 사라져버린 경험…. 30년이 된 가죽구두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싸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나로서는 이때 이후로 골고루 신으려고 노력한다. 무엇이든 나중, 미래를 생각해서 지금 조금 괴로운 상태를 참는 것이 삶에 체득되어있는 나로서는 잘되지 않는 일이지만 말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단어 중에 ‘욜로(YOLO)’가 있다.      


 - 욜로(YOLO) :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     


  지금, 현재의 만족을 위해서 인생을 살라, 미래의 행복보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무언가 더 지혜로운 삶이다, 또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에 괴로운 것은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이런 내용에 나는 동조하기 어려웠으며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붓고 있던 적금을 깨서 유럽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고개가 갸우뚱해졌고,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떠나고 싶은 유럽여행은 조금 참아야한다는 것이 나의 삶의 관점이었으니까….     


  그러던 내가 몇 년 전부터는 ‘현재’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번 주에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 – 고등학교에서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출간되었다. 작년 7월에 출간된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1 – 고등학교에서의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보다 한 달 앞당겨졌다. 작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휘리릭 진행되었던 첫 작품이었다고 한다면, 올해는 아주 쪼금 아는 상태에서 진행이 되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일단은 책이 훠~~얼씬 두꺼워져서 두 권으로 만들려던 것을 한 권으로 묶게 되었고 꼼꼼하게 수정하느라 정말 많이 힘들었다. 무엇보다 대형서점에 내놓기로 하여서 손이 더 많이 갔다고나 할까. 하는 김에 작년 2021버전도 대형서점에 내놓기로 하여서 조금 수정을 하고 있다.    

 

  2022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의 이야기, 60편이 들어가 있는데, 점검하기 위해 60편의 글을 다시 읽으면서 마음이 얼마나 뭉클했는지 모른다. 2021 책을 점검할 때도 그랬지만,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이런 감정이 들었었구나’ ‘힘들었군, 엄청’ 등등 나의 온갖 감정들이 느껴지면서 나 스스로가 안쓰러웠다고나 할까.     

  이번 주에 책이 나왔는데 내 책을 벌써 읽었다며 A가 연락을 주었다.     


 - 단숨에 읽히던데. 그런데 여운이 길게 남아…. 운전하는 도중에, 산책길에, 러닝 머신 위에서 문득문득 떠오른다. 한두 가지씩 팝업처럼. 깊은 생각거리 주어서 고마워….     


  A의 말이 다 좋았지만 여운이 남는다는 말, 문득문득 떠오른다는 말, 깊은 생각거리를 주었다는 말들이 너무 좋았다. 내 글이 그랬다니!     


  내 글 중에 가장 좋은 문장을 고르라는 B의 부탁을 받았을 때 나는 이 문장을 선택했다.   

  

 - 너희가 없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도 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문장은 <작가의 말>에 적힌 가장 마지막 한 줄이다.     


 - 과거를 기억하며 현재에 글을 쓰지만, 결국 미래를 준비하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오래전 C가 나에게 ‘복기(復棋, 復碁)해 봐!’라고 말했을 때, 그 단어가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었다. ‘복기라니? 무슨 말이지?’ 찾아보니, 바둑에서 나오는 단어다. C의 말을 풀어보니 이런 뜻이었다.     


 - 네가 한 말을 기억해서 다시 한번 살펴봐! (얼마나 잘못했는지!)     


 - 복기(復棋, 復碁) :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하여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보다.    

 

  ‘복기’라는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내가 자주자주 하는 일은 ‘과거를 돌아보기’ ‘과거를 기억하기’이다. 현재에 글을 쓰기 위해서. 그리고 현재에 글을 쓰는 이유는, 과거를 후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이고.     


  그때 나에게 (과거를) 복기해 보라고 했던 C에게 뒤늦게라도 이렇게 대답해 본다.     


 - 복기해 보았어요. 저는 그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후회하지 않아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과거를 후회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밝혀두며,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3 – 고등학교에서의 ?? (무엇이 될까)>을 기대해 본다. 아마도 2023년 3월부터 6월 지금까지의 내용보다, 지금 2023년 6월부터 2024년 2월까지의 내용에는 좀더 즐거운 이야기가 많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처럼 아이들과의 학교생활 이야기가 많겠지만 좀더 고대해 본다면, 새로운 만남, 새로운 사랑 이야기도 등장하는, 풍성한 2023 버전이 되기를 꿈꾸어본다. 아마도 좀 더 단단하고 건강한 나로, 지금 현재를 살아가기로 한다면, 과거를 ‘복기 – 기억’할 때, 그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튼실한 나의 미래를 이끌게 되지 않을까….      


  미래에 더 잘 살기 위해서 지금 힘들고 싶지는 않다고, 지금 힘든 것은 과감하게 벗어버리겠다고, 나는 그냥 지금 현재 내 앞에 있는 상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이 모습대로 가겠다고, 힘들게 애쓰지는 않겠다고….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3>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며….     


*********************     


*** 작년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1>을 본 D가 질문했었다.     


 - 파스칼이 누구예요?

 - 그림책에 나오는 할아버지인데요!     


  올해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를 본 E가 질문했다.    

 

 - 파스칼이 누구예요??

 - 할아버지!     


...라고 말했지만 아마도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3>에서는, 파스칼이 할아버지가 아닐 수도, 아니면 ‘파스칼’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도 내 인생은 수도 없이 계속 바뀌고 있는 중이니까….     


  아니면, 파스칼은 여전히 변함없는 나의 파스칼일 수도....


*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 – 고등학교에서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슬기로운_고등학교_생활  #슬기로운_고등학교_생활_2022  #슬기로운_고등학교_생활_2021  #슬기로운_고등학교_생활_2023   #복기  #과거  #현재  #미래  #욜로  #YOLO  #파스칼  #Pascal  #에세이  #Essay     


https://han.gl/SiJVHc

작가의 이전글 * 같은 마음 갖기 (2023.06.10.토)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