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Jun 24. 2023

* 사람 찾기 (2023.06.24.토) *

사람 찾기 (2023.06.24.) *           


 - 그런 신발은 도대체 어디에서 산 거예요??

 - 그런 옷은 도대체 어디에서 구매한 건가요??     


  좀 특이한 것들을 선택하는 내가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다. 사실 대답은 너무도 간단하다.     


 - 인터넷에서요! 


  그럼 뒤이어서 이런 질문들이 나온다.     


 - 어떻게 검색하는 건데요??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 원하는 검색 조건을 넣으면 되는데….     


  내가 원하는 검색 조건을 넣어서 찾으면 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원하는 검색 조건을 통과해서 검색되었더라도 내가 수용할만한 가격대가 아닐 수도 있고 모든 조건이 맞더라도 왠지 선택하기에 주저되는 제품들도 있으니까. 무언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슷한 용어로 바꾸어서 다시 검색하기도 한다. 며칠을, 몇 주일을 주구장창 검색만 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에 딱! 맞아야 하니까. 이렇게 단번에 구매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쇼핑은 늘 주말에 한다. 그리고 쇼핑하기 전에는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야 한다. 나에게는 쇼핑이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니까….     


  그런데 사실 물건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것은 제일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구매하지 않으면 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조건은 더 중요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그냥 눈감고 넘어가면 되니까. 그리고 이것저것이 모두 없어도 그냥 눈 한번 딱 감고 이번만 구매해 버리면 되니까.     


  가장 어려운 것은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이다. 완전 오래전 한참 젊었을 때 나에게 사람을 소개해 주던 사람들은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그들 나름대로 판단해서 만나게 해 주었었다. 소개해 주던 분들은 제일 먼저 직업을 맞추려고 애쓰셨던 것 같고 그다음은 학력, 3번째의 기준이 종교였다.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종교였는데, 교회 다니던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종교는 나의 조건에서 밀려났었다. A가 나에게 말했었다.     


 -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보지 말고, 바꿀 수 없는 부분을 봐.     


  바꿀 수 없는 직업이나 학력을 갖춘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의 대화가 겉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다시 종교를 앞선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쉽지 않았다. 괜찮은 직업이나 학력을 갖추었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과, 교회에 다니는 신실한 사람이지만 학력이나 직업이 마땅치 않은 경우,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뭐 고민할 만한 예가 많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모든 조건이 맞았던 경험이 많지 않다. 학력이나 직업이나 종교가 다 맞았지만 ‘이 사람은 아니야’라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S대를 나온 판사가 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아마 나와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닌 사람인 것 같은데 내가 생각했던 이런저런 조건은 맞았을 것 같지만 ‘우리가 만약 만났다면 대화가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일면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이 일면 나와 비슷했지만,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이 사람과 있었으면 모래알 같이 흩어지는 느낌이었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나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라고나 할까.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학력도 직업도 종교도 맞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 이전에 어떤 일에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가에 따라서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마도 그런 것이 성격이겠지?? 성격이 맞는 사람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성격이란, 같이 오랜 시간 지내보아야 알 수 있는 건데…. 같은 성격이면 좋은 건지, 서로 반대인 성격이 좋은 건지…. 서로 반대인 성격이어서 매력적이기에 끌렸지만 결국 그 반대인 성격 때문에 싸우고 헤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무수히 많이 들었는데…. 그럼 결국 성격이 같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걸까??     


  서로 맞는 MBTI가 한참 유행이었던 적도 있고 혈액형과 나이 차를 보기도 하지만 일단 사람은 직접 경험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며, 또 같은 사람이라도 대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니, 정말 나와 맞는 사람을 찾고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생각해 본다.      


  물건을 구매하면서 검색 조건을 넣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 조건을 넣어서 검색되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옛날에는 왜 겉껍데기만을 보고 사람을 찾고 만났었을까….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과 맞추도록 나를 바꿔야 하는 걸까….     


  매번 티격태격하지만 그래도 그냥 좋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핸드폰 프로필 수정을 하다가 나에게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쭉 보면서 (까탈스러운) 나와 맞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확인해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맞춰주고 있는’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보며….     

 

  나도 당신에게 맞출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은 하겠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할테니, 조금만 더 참아주고 인내해주고 기다려달라는, 그리고 그냥 이 모습대로 받아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또 해 보며….     

********************      


*** TV에서 이런 내용이 나왔다고 한다.     


 - 예쁘지만 별로 똑똑하지 않은 여자 친구와 별로 예쁘지는 않지만 똑똑한 여자 친구 중에서 어떤 분을 원하나요?     


  많은 청년들이 후자를 선택했다며 요즘 사람들은 다르다고 B여사님께서 말씀하셔서 내가 말했다.    

 

 - TV에서는 그렇게 말했더라도 실제에서는 다를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 누가 요즘 예쁜 사람을 찾나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을 찾아야죠~     


 ***채플 시간에 나왔던 말씀 중….     


  사람 속을 볼 줄 아는, ‘깊이’ 볼 수 있는 눈이 있기를….     


 #사람_찾기  #검색_조건  #개인주의자_선언  #문유석  #학력  #성격  #종교  #사람_속 



작가의 이전글 *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