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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ul 01. 2023

* 1학기 2차 지필고사를 마치고 *

* 1학기 2차 지필고사를 마치고 (2023.07.01.토) *

* 1학기 2차 지필고사를 마치고 (2023.07.01.) *      


  - 글을 쓰는 이유가 뭐야??     


  1학기 2차 지필고사 기간인 이번 주, 정감독과 부감독으로 여러 학급을 들어갔다. 1학년은 중학생의 티가 아직 벗겨지지 않은 ‘아기 같은’ 심성이어서 눈이 반짝이고 얼굴빛이 밝고 생동감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세상을 알아버린 듯한 ‘고뇌에 찬’ 눈빛과 무언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올려놓은 듯한 묵직한 모습들이다. 늘 보는 1학년도 반갑지만 오랜만에 보게 되는 2, 3학년 아이들은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3학년 어느 학급을 들어갔을 때 나는 그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 1학년 때만 해도, 아니 작년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왜 이렇게 건조한 눈빛들이지….     


  선생님들과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A가 이렇게 말했다.     


 - 선생님들도 그런 것 같아. 한 명씩 만나면 그렇지 않은데 전체를 보면 이런 느낌들이 있지. 아이들도 한 명씩 보면 괜찮은데 같이 보면 지친 얼굴들이야. 어떻게 해야 할까….     


  세 번째 날 3교시에 2학년 시험 감독을 들어갔다. 그날따라 1교시는 쉬었고 2교시는 부감독이었는데 3교시 정감독으로 편성이 되어서 마음이 조금 바빴다. 쉽게 선택하는 과목이 아니어서 (나름 기대하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갔더니 1학년 때 장난꾸러기였던 녀석들이 꽤 많이 있었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 이렇게 어려운 과목을 선택하다니!

 - (아이들 폭소) 하하하하~~*^_^*..

 - 왜 선택한 걸까요??

 - (아이들 폭소) 하하하하~~*^_^*..

 - (아이들) 쉬울 줄 알았어요~

 -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

 - (아이들 폭소) 하하하하~~*^_^*...     


 시험지를 배부하기 전에 답안지를 나누어 주고 학번을 마킹하도록 하는데 맨 앞에 앉은 B가 답안지에 무언가를 쭈욱 표시하고 있다. 아직 시험지를 나누어 주지도 않았는데 시험지를 보지도 않고 같은 답으로 마킹을 한 것! 놀라서 말했다.     


 - 이게 뭔가요! 정답을 벌써 표시하다니!

 - (아이들 폭소) 하하하하~~*^_^*..

 - 그 답안지는 나에게 주시고, 50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마킹하세요~~

 - (아이들 폭소) 하하하하~~*^_^*..

 - 5분마다 1문제씩 체크하세요~ 

   같은 답을 표시하더라도 고민하면서 표시해야죠!

 - (아이들 폭소) 하하하하~~*^_^*..

 - 형아, 오라고 하세요~~ (내가 담임했던 학생의 동생이다)

 - (아이들 폭소) 하하하하~~*^_^*..     


  같은 답으로 표시했던 답안지를 나에게 뺏겼던 B는 나름 50분 동안 시간을 들이며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였다. 귀엽고 예뻤던 B! 아직은 개구장이같은 모습들이 남아 있었던 그 녀석들을 생각하며 피식 웃어본다.     


  1학기 1차 시험은 학기 중 첫 시험이어서 조금 쉽게 출제하는 편이지만 2차 지필고사는 그것보다는 조금 어렵게 출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학년마다 과목마다 다르겠지만. 그래서 모든 시험이 끝난 뒤 아이들의 얼굴이 어둡고 힘든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1학년 1학기 2차 지필고사를 끝낸 아이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마지막 날 마지막 교시의 국어 시험이 끝난 뒤 C가 나에게 달려와서 말했다.     


 - 선생님! 저 이번 시험 잘 본 것 같아요!

 - 진짜?? 완전 잘됐다!!!     


  그런데 교무실 앞 복도에서 늘 나를 맞이하는 여학생 학급의 아이들이 나를  보자 마자 D를 찾더니 함께 무언가를 내밀었다. 무언가 보니 ‘자퇴서’라고 쓰여 있는 종이였다. 그걸 받아보는 내 얼굴을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며 쳐다보길래 단번에 말해 주었다.     


 - (박수를 치며) 와우! 완전 환영이야!!!     


  예상치 못한 나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고, 받았던 ‘자퇴서’를 D에게 되돌려 주면서 물었다.     


 - 언제 할 건데?? *^_^*...     


  모든 것이 우리 인생의 처음이어서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실망했다가 다시 웃고 하는 일의 반복이지만, 이런 경험이 쌓여지면 조금씩 차차 덤덤해지고 무뎌지는, 일명 지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번 29기 1학년 녀석들도 엄청 걱정하면서 또 내심 기대하면서 1학기 2차 지필고사를 맞이했을텐데, 모든 것이 끝난 지금은 지혜롭게 넘어가고 있기를 바라본다.      


  늘 하는 말이지만, 지금은 무언가 엄청난 잘못을 한 것 같고 실패한 것 같아서 나 자신이 후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지나도, 한점으로도 기억되지 않는 아주 자그마한 인생사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때의 실패나 후회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믿기를 권해보며….



  - 글을 쓰는 이유가 뭐야??     


  나에게 질문했던 E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 매일 매일의 삶이 귀하고 소중해서요….

 - 나의 삶을 기록해 놓고 싶어요….    

 

  이번 주 나의 삶의 한 장면을 기록해 놓으며 2023학년도 1학기 2차 지필고사 시즌을 마감해 본다.     


**********************     


*** 매일 있는 학년의 일을 기록해 놓고 함께 협의하는 교무일지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배부하는 ‘나의하루’라는 노트를 사용하고 있다. 재작년에도 2권을, 작년에도 2권을 1년 동안 사용했는데, 이번 주에 2023년도의 첫 권이 끝났다.     


  무언가 비어있고 휑한 것을 힘들어하는 나는 겉표지를 내가 가진 스티커로 장식한다. 보통은 사용하다가 시간을 내어서 스티커를 붙이지만 이번 주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스티커를 붙였다.      


  2023학년도의 1월부터 6월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나의하루’ 1권과 앞으로의 이야기가 담겨질 ‘나의하루’ 2권….     


  귀하고 소중한 매일매일의 나의 학교생활이 담겨질 2023학년도의 하반기를 기대해 보며….     


#1학기_2차_지필고사  #감독  #선택과목  #물리학  #나의하루  #매일의_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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