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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ul 08. 2023

* 풀을 베는 농부는 들판의 끝을 보지 않는다 *

* 풀을 베는 농부는 들판의 끝을 보지 않는다(2023.07.08.토)*

풀을 베는 농부는 들판의 끝을 보지 않는다 (2023.07.08.) *     

   

 - 정직한 여행사가 되고 싶어요.     


  시험 기간 중 하루를 잡아 오후에 선생님들을 위한 비전 특강이 진행된다. 신앙을 비롯한 다양한 강의가 진행되었었는데 이번에는 A 강사가 와서 ‘열등감’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1시간 정도의 강의에서 제일 많은 나왔던 단어는 이런 것들이었다.     


 - 열등감 / 자존감 / 성공 / 불행 / 행복 / 비전 / 꿈 ….


  또 제일 많이 나왔던 문구는 ‘자기 책을 내자’였는데, 분명 의미 있는 좋은 권유였으나 너무 많이 반복해서 말씀하셔서 의미가 곡해된 듯한 느낌이 있었다. 강의를 듣고 올라온 우리는 장난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 자기는 책을 냈다는 걸 왜 그렇게 많이 반복해서 말하는 거야.     


  또 ‘S대생도 열등감이 있다’는 말을 빗대어 A는 B를 가리키며 말했다.     


 - S대생도 열등감이 있대!!!     


  선생님들과 강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는 나에게 다가왔던 문구는 사실 이런 것들이었다.       


1. 열등감을 하나님께서 사용하신다

2. 교사로서의 비전을 갖자

3. 앞으로의 나의 비전은 무엇인가

4. 학교 밖 청소년은 누가 가르치는가...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는 정성껏 온 하루를 쏟아내지만 정작 내 자식에게는 정성은커녕 그렇게까지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 교사인 듯 하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꿈을 가져라’ ‘비전을 가져라’라는 말을 하며 같이 진로를 모색하고 구체적인 인도를 해주기도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의 꿈과 비전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교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주 오래전 나의 젊은 날, 서로의 ‘비전과 꿈’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C와 교무실에서 이런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 (C) 아니다 싶으면 지금 당장 그만둘 수 있어요??

 - (나) (완전 강하게) 그럼요!

 - (C) 저도 그런 생각이예요!

         이곳이 아니다 싶으면 구차하게 있지 않을 겁니다.

 - (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곳이다 싶으니까 아직 있는 거죠!


  ‘월급쟁이 교사’로서의 삶을 싫어했던, ‘교육적인 의미’와 ‘신앙인의 삶’을 표방했던, 자기 생각이 있었고 과감했던 C는 결국 이곳을 떠나 새로운 모습으로 또 다른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의 나에게 C가 질문한다면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     


 - (C) 아니다 싶으면 지금 당장 그만둘 수 있어요??

 - (나) 아니다 싶은 것은 모르겠지만,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 보려고요.

 - (C) 월급쟁이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건가요??

 - (나) 아뇨! 돈은 나에게 의미 없는 거 알고 있잖아요.

 - (C)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 건가요??

 - (나) 다른 것에는 시선을 두지 않았어요, 원래. 

         당신이 알고 있듯이..

         지금 나의 모든 시선은 아이들에게 있어요.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려고요.

 - (C) 원래 아이들에게 집중했었잖아요.

 - (나) 지금은, 더 그런 마음이예요. 오히려 더.

         예전보다 주변에 더 신경 쓰지 않기로 했거든요….

 - (C) 그게 무슨 말인가요??

 - (나) 내가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려고요.

         지금은 아이들과의 생활에 집중하고 싶어요.

         퇴직하기 전까지 그걸 기록해 놓으려고요.


  아마도 C는 나에게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 당신의 비전이, 꿈이, 이루어지기를요!     


  언젠가 출장을 다녀온 D가 말했다.     


 - 가이드했던 여행사 사장님에게 ‘꿈이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했는데, ’정직한 여행사가 되고 싶다‘는 대답을 하셨어요. 그 나이에도 꿈이 있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 손자가 태어났어요.

   제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됩니다.     


  라디오에서 나왔던 저 단어, ’살아야 하는 이유‘가 마음에 박히면서,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비전, 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기 책을 내는 것을 살아야 하는 이유로 삼아도 좋을 것이고, 요즘 아이들의 꿈처럼 돈을 많이 벌어서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백수로의 삶을 사는 것을 살아야 하는 이유, 비전, 꿈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정직한 여행사가 되기 위한 비전을 위해서 오늘의 삶을 즐겁게 사는 여행사 사장님처럼 말이다.     


  어떠한 이유, 비전, 꿈이건 그것이 나의 삶을 이끌게 된다는 것을 모두가 경험하기를 바라고 결국은 이루어지는 기쁨을 맞이하기를 바라며….   

  

  예전, E에게 묻고 싶었다. 사실.     


 - 비전이 무엇인가요?

 - 꿈이 무엇인가요??     


  그의 대답은 무엇일까 궁금했었는데….     


****************************     


*** 지난 1학기 1차 지필고사 때 감독했던 어느 3학년 교실의 칠판 위에 붙어있던 문구.     


  무슨 의미인지 물었더니 이렇게 답해 준다.     


 - 들판의 끝을 보면서 미리 걱정하지 말고 지금 주변의 풀을 베다 보면 어느 순간에 들판의 모든 풀을 벨 수 있다는 말인데요, 걱정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프랑스 속담인 이 말을 매일 보면서, 오늘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다보면 결국은 공부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비전과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으며….     


#풀을_베는_농부는_들판의_끝을_보지_않는다  #열등감  #자존감  #비전  #꿈  #살아야_하는_이유  #최원호  #정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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