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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ul 29. 2023

* 틀리지 않을 때까지 반주하려고요! *

* 틀리지 않을 때까지 반주하려고요! (2023.07.29.토) *

틀리지 않을 때까지 반주하려고요! (2023.07.29.) *      


 - 계속 반주하겠다는 말이네~     


  기타, 가야금, 바이올린을 잠깐씩 배워본 적이 있다. 결론은,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아쉽게도….      


  기타는 대학교 합격 발표가 나고 입학하기 전까지 아주 잠깐 배웠었는데 지판을 짚는 것이 나에게 무척 어려웠고, 가야금은 소리는 마음에 들었지만 역시나 원하는 소리를 내기가 까다로웠다. 바이올린은 악기 관리 자체에 시간이 많이 들어갔고 내가 ‘귀’로 알고 있는 소리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았다. 모두 어려운 악기들이고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한 것들이었는데 나에게는 그러한 인내심이 없었다. 조바심만 있었을 뿐.

     

  가야금을 배웠었던 대학교 때 내가 다루던 악기에 형광펜으로 줄을 표시해 놓았었는데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는 쩌기 뒤에 있는 다른 악기로 바꿔서 연주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씀에 악기를 바꿔서는 엉망진창으로 연주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는 미련 없이 내려놓았다.     


  현악기가 잘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A는 이렇게 말했었다.     


 - 피아노는 누르기만 하면 소리가 나는데, 현악기는 내가 원하는 소리를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찾아야’ 하니까 훨씬 어려운 것 같아.     


  정말 그런 것 같았다. 확실하고 명쾌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림짐작으로’ 위치를 때마다 찾아서 짚어야 하는 현악기가 잘 맞지 않았다. 그리고 손가락이 중요한 나에게 손가락 허물이 벗겨지고 두툼해지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기도 했고.     


  그런데 첼로는 왠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낮은 소리가 너무 좋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현란한 멜로디가 아닌, 가만히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또 주로 같은 음을 연주하는 베이스를 맡는다는 것이 좋다. 낮은음은 쉽게 들리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무척 마음에 든다. 다만 악기가 커서 이동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일 뿐. 언젠가 몇 년 뒤에는 첼로를 연주할 수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나에게 현악기만 어려운 것도 아니다. 관악기는 더 어렵다. 중학교 1학년 때 음악 선생님은 국악을 전공하신 분이셨는데 1학년 때는 모두 단소를 ‘해야만’ 했었다. 여중이었던 우리 학교에 붉은색 도포로 기억되는 유니폼을 입은 국악취타대도 만드셨을 정도로 정말 국악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고 국악 분야에서 엄청 유명한 분이셨다. 운동장에서 울려 퍼졌던 취타대의 악기소리들, 피리소리, 특히 태평소의 날카로운 소리는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하다. 1년 동안 단소만 했었던 그 시절은 나에게 3가지를 남겼다.     


 - 할 줄 알았던 단 하나의 곡인 아리랑도 잘 모르겠어.

 - 1년을 배워도 소리가 나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아.

 - 내가 좋아한다고 그걸 아이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되는 것 같아.     


  사실 대학교 이후로 ‘국악’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고 그 매력을 전하기 위해  나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좋지 않니?’ 라며 열심히 국악을 권하는 수업을 했었던 내가 단소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 시절의 혹독한 훈련에 진저리가 났기 때문이다. B 선생님께 죄송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 선생님이 어린 시절의 나에게 분명하게 알려준 것이 있다.     


 -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온 학교를 들끓게 하는 사람이 있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B 선생님이 국악으로 그토록 열정을 태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뜻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사람들, 관리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중적이지도 않은 국악취타대와 그 악기들과 그 복장들과 연습시간과 장소가 어떻게 운영될 수 있었을까! 나는 중학교 이전과 그 이후로도 국악취타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때의 교장님의 성함이 어떻게 되었더라….     


  악기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하지 못하는 나에게 노래의 또 다른 면을 알려준 선생님이 계셨는데, 연세가 좀 있으셨던 C 선생님은 발성 연습만 근 30분을 하셨다. 노래를 하고 싶은데 30분 동안 입을 벌리고 ‘아~~~~’를 하던 어느 날, 발성 연습을 하던 입을 벌린 채 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의 생생한 기억은 나에게 또 몇 가지를 남겼다.     


 - 발성 연습하다가 졸 수도 있다는 것.

 - 발성 연습은 짧게.

 - 아니면 하지 말자. 서론이 너무 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C 선생님 또한 나에게 명확한 것을 하나 알려주셨다.     


 - 발성 연습을 이렇게 길고 중요한 것으로 승격시켜 주다니!     


  노래하기 전 잠.깐. 하는 발성 연습을 이렇게 온 정성을 기울여 하는  C 선생님은, 체육 하기 전에 운동장 달리기만 30분을 해서 운동 못하는 나를 기진맥진하게 하고 온 힘을 다 빠지게 한 뒤 체육 자체를 싫어하게 했던 D 선생님을 생각나게 한다. 입가에 사르르 미소가 번지게 하는, 그리운 옛 시절의 기억들….



  현악기도 관악기도 노래도 어설픈 내가 조금이나마 잘 다룰 줄 아는 악기는 피아노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즉각적으로 확실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 원하는 곳을 누르면 원하는 소리가 나니까. 물론 원하지 않는 곳이 눌려져서 생각지도 않은 소리가 나서 연주하는 사람을 곤혹스럽게도 하지만!      


  만 7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9세 때부터 반주하기 시작했으며 80세까지 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는 내가 E에게 말했다.    

 

 - 틀리지 않을 때까지 반주하려고요!     


  E가 웃으며 말했다.     


 - 계속 반주하겠다는 말이네~~     


  그러니깐! 틀리지 않을 때가 되면 그만두겠다는 말은, 계속 틀리고 있는 나로서는 계속 반주하겠다는 말이니까…. ㅠㅠ     


  ‘언제까지 반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중에 피아노를 바꾸는 일이 생겼다. 남동생 집에 있는 피아노를 우리 집으로 가져오게 된 것. 어쩔 수 없이 우리 집에 있던 피아노는 학교로 가져가게 되었다. 학교 음악실에는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 2대가 있는데, 이제는 업라이트 피아노 3대가 되었다.     


  새로 바뀐 피아노를 바라보면서 생각해 본다.     


 - 흠….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봐야겠군!     


  E에게 다시 말해 본다.     


 - E~, 어쩌면 진짜로, 틀리지 않을 때까지 반주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 (2023.07.22.토)에 보았던 뮤지컬 <그날들>.     


 군복과 검은 정장만으로도 이토록 화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뮤지컬.     


 옛날과 현재가 교대로 나오는 복잡한 정치 이야기에 쓰인 편곡된 본인의 음악을, 통기타에 어울리는 소박한 노래를 주로 만들었던 김광석이 들었으면, 보았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F가 말했다.     


 - 뮤지컬 <다시, 동물원>도 꼭 봐! 김광석 이야기야~     


 왠지 <다시, 동물원>에는 김광석의 음악이 더 잘 어울릴 듯….     


 3시간 동안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 배우들이 힘겹지만 즐거워 보인다.     


 뮤지컬 배우가 바이올린 연주도 직접 해야 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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