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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ul 22. 2023

* 학교에 가기 싫어요 (2023.07.22.토) *

학교에 가기 싫어요 (2023.07.22.) *      


 - 학교에 가기 싫어요!!!     


  매일 아침 출근하는 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편도 40Km가 되는 길이니 매일 80Km가 넘게 달리는 건데, 밤에도 1시간은 넘게 걸리고 아침에는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정상적인 퇴근을 했을 때 어떤 날은 2시간이 넘게 걸린 적도 있다. 오후 5시 30분에 나왔는데 7시 30분에 도착했으니…. 그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었다.     


 - 숫자 5를 보고 나왔는데, 숫자가 7이 되어 있다니!     


  퇴근이야 집에 늦게 도착해도 되니 크게 상관없지만 정해진 시간까지 딱 도착해야 하는 아침에는 그야말로 ‘출근 전쟁’이었다. 물론 내가 더 일찍 나오면 좋겠지만 그게 말이 쉽지, 아침의 5분을 앞당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왜 이렇게 차들은 많은 건지! 그리고 보통은 6월로 넘어가면 방학을 시작해서인지 조금씩 차가 줄어들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유독 6월이 넘어서부터 차가 훠~~얼씬 많아졌다. 정말 깜짝 놀라서 나와 비슷한 길을 오는 A에게 물었었다.     


 - 선생님~~ 차가 갑자기 많아지지 않았어요???

 - 그러니깐요~ 많아진 것 같네요~~     


  보통 지각을 하게 될 것 같으면 관리자분께 전화를 드려야 하는데 올해 1학기에는 아침마다 B에게 얼마나 많이 전화를 했는지 모른다.      


 - 선생님~~ 저 늦을 것 같아요~~ㅠㅠ     


  오죽하면 내가 이 전화를 하면 매번 B가 웃었던 것 같다. ㅠㅠㅠ. 그야말로 ‘유유유’였다. 전화하는 시점과 시간이 있었는데, 이 시점에서 이 시간이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운전하다가 버튼만 딱 누를 수 있도록 아예 B의 전화번호를 띄워놓고 시동을 걸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결국 ‘지각’을 해서 복무 상신을 한 날도 있었으니…. 오죽하면 더 이상 지각 건으로 전화를 못하겠다 싶어서 신호를 무시하고 냅다 달린 적도 있었다. 아…. 힘들었던 출근의 기억들….     


  이런 전쟁 같은 출근길 중에 접촉 사고도 있었다. 좌회전을 하는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너무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사잇길로 빠져서 끼어들어가는 방법을 택했었는데 매번 성공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높이 앉아계셔서 끼어들던 내 차를 보지 못한 덤프트럭 아저씨께서 나의 예쁜 빨간 차의 운전석을 그냥 밀어버리셨던 것! 그래서 B에게 또 전화했다.    

 

 - 선생님~~ 접촉 사고가 나서 늦을 것 같아요~~     


  결국은 쌍방과실로 각자 해결하기로 했고 내가 느꼈던 충격에 비해 스크래치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아직 고치지 않은 상태로 다니고 있지만, 그날 아침의 접촉사고는 나를 다시 정상적인 좌회전 길로 들어서게 해서 더 조바심나는 길고 긴 출근 시간이 되도록 해주었다. ㅠㅠㅠ 그야말로 ‘유유유’….     


  매주 화요일에는 교사 기도회가 있어서 오전 8시까지 가는 것이었는데,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지만 20분 정도의 그 기도 시간이 너무도 좋아서 그 시간에 맞춰서 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었다. 나의 목표는 ‘결석하지 않기’였는데, 결국 6월의 어느 날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석하고 말았다. 제시간에 나왔건만 차가 너무도 많아서 30분이 더 걸린, 8시30분에 도착했던 것.     


  ‘비(눈)오는 월요일’은 각오하고 운전해야 하는 날이었고, 화요일 기도회까지 끝나면, 수목금의 출근시간은 비교적 마음이 ‘편안한’ 날이었다. 목요일 정도에는 아침에 생각한다.     


 - 아…. 이제 이틀만 나가면 된다.     


  아침 라디오에서 자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생인데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연을 보낸 청취자가 있었다. 진행자도 웃었고 듣는 내 얼굴에도 사르르 미소가 번졌다. ‘학교에 가기 싫어요!!!’라는 말을 했을 초등학교 1학년생이라니….      


 - 귀여워! *^_^*     


  C가 말했다.     


 - 학교가 도피처인 학생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학교가 도피처’가 되다니! 집에 있는 것보다 학교에 있는 게 더 편안하고 좋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방학을 하기 전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 방학이 기다려지는 사람~

 - 저요! 저요!!

 - 혹시, 학교에 오는 것이 더 좋은 사람도 있을까요??

 - 저요~~~ 저요~~~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집에 있는 것보다 학교에 오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학교가 시원해서’ ‘급식이 맛있어서’ ‘집에 있으면 공부를 하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가 있었다. 이런 이유라면 수긍할만하지만, 혹시 다른 이유로 인해서 ‘학교가 도피처’가 되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본다.

     

  전쟁 같은 출근길을 당분간 멈추게 되었다. 오늘부터 방학이 시작된 것! 방학을 기다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학교가 도피처인 것은 아니지만, 전쟁 같은 출근길이었어도 그걸 즐겼던 사람으로서 길지 않은 이번 방학이 빨리 지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말을 한번 외쳐보며…. 

    

 - 매일매일 학교에 가고 싶어요~~     


 *****************     


  *** 방학하기 하루 전, 한마음 큰잔치가 진행되었다. 오전에는 동아리 발표회, 오후에는 비전 콘서트 식으로 진행되었었는데 작년부터 오전에 학급 부스활동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중간중간 아이들의 활동을 보는 식으로 보냈었는데 올해는 작정하고 하루 내내 아이들 활동을 지켜보았다. 특히 비전 콘서트는 2시간 내내 감상하면서 나름 흡족했었는데, 공연을 보고 온 아이들이 찾아와서 해준 말에 더 감동했다.     


 - (1학년) 같이 보는 관객들 수준이 높아서 좋았어요!

 - (2학년) 1학년에 재능있는 아이들이 많던데요!!!     


  아마도 아이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 매일매일 학교에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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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한마음 큰잔치 리플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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