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Aug 05. 2023

*회사원이 되고 싶어요!!! (2023.08.05.토)

* 회사원이 되고 싶어요!!! (2023.08.05.토) *

회사원이 되고 싶어요!!! (2023.08.05.) *     


 - 회사원이 되고 싶어요!!!     


  아주 오래전 우리 반 아이 A와의 상담 중 그가 했던 이야기가 가끔 떠오른다. A는 우리 반의 상위 그룹에 있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 꿈이 뭐야??

 - (주저함 없이) 회사원이요!

 - (깜짝 놀라며) 회사원이라니…. 다른 직업을 말해봐~

 - 저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 같아요. 모두 다 회사에 다닐 거면서, 왜 회사원이 꿈이 되면 안 되는 거죠??



  1학년 때부터의 진로가 수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던 그 시절, 날카롭게 현실을 비꼬는 A의 말이었지만, 담임교사로서 있는 그대로 수긍할 수는 없었다.     


- (흠칫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흠…. 아직 1학년이니까 그래도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과계열로 가고 싶어하니까, 의사나 아님 공과 계열은 어떨까??

 - 아뇨…. 그냥 회사원으로 적어 주세요.

 - 정말?? 진짜로 네가 원하는 건 뭔데??

 - 회사원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난, 그 녀석의 마지막 말에 폭소를 하고 말았다. 회사원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겠다니! 하지만 결국 A의 말대로 ‘회사원’으로 적어 주었고, 2년 뒤 그는 H대 공대에 진학했다. 지금쯤 돈을 많이 벌고 있어야 할텐데!!!    

 

  이런저런 일로 교사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다른 것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아마도 ‘방학’일 것이다. 물론 방학 중에도 ‘방과후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기에 학생들의 방학은 교사들에게도 방학이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각각 3주~4주 정도이고, 여름방학을 2주 정도로 짧게 보내고 겨울방학을 길게 잡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 방학 기간에 석면이나 화장실 공사를 진행하는 학교들이 많아서 방학이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중고등학교의 방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학교의 방학은 1년에 4달이나 되니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기간은, ‘연구 또는 연수’라는 명목하에 수업 연구나 연수 기간으로 채워야 하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쉬는 날’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에 하나는 교감과 교장은 방학이 없이 서로 번갈아서 매일 학교에 나간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교감 B는 교장선생님과 서로 나누어서 학교에 나가는 날을 정했다고 한다. B는 월화수만 학교에 나가고 목금은 나가지 않는 반면 교장선생님은 그와 반대로 하기로 했단다. 물론 교장선생님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교감과 교장은 방학이 없다는 말에 C는 이렇게 말하며 놀라워했다.     


 - 아니, 그럼, 누가 교장과 교감을 하려고 하겠어요??     


  교사에게 방학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방학을 온전히 보낼 수 없는 교장과 교감을 왜 하려고 하는 걸까?? 옛날 D는 이렇게 말했다.     


 - 아이들을 직접 접하고 실랑이를 벌이는 교사보다는 나을 것 같아~     


  물론 내가 알고 있는 B나 E를 보면, 차라리 아이들을 접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학교에 매일 나가든 나가지 않든, 교사건 교감과 교장이건, 방학은 학기 중과는 좀 더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기간인 것은 확실하다. 방학에 거창한 일을 계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나는 미뤄놓았던 다큐멘터리 두 편을 보았다. 그중 하나는 지난 겨울에 F에게서 소개받았던 다큐멘터리였지만 별로 마음에 당기지 않았던 프로그램을 왜 이번에는 보고 싶었을까?? 처음 들어보는 G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중간에 그에 대한 자료들도 쭉 검색해 보면서 감상했는데, 다 보고 난 후 의문점이 들었다.     


 - 왜…아쉬운 거지???      


  아픈 사람들에게서 번 돈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쓰지 않겠다는, 이런 놀라운 말을 하는 사람이라니! 돈은 쌓아놓는 것이 아니라니! 1,000명도 넘는 사람들에게 장학금이라니! 저렇게 많은 단체에 후원을 하다니! 자기가 세운 학교를 국가에 헌납하다니! 이 많은 것들을 하면서도 인터뷰 한번 하지 않다니!     


  놀라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 위대한 분임에도 불구하고 왜, 무언가가 아쉬웠을까??    

 

  또 하나의 프로그램,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해준, 인도 공과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는 인도 청소년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한 60~70년대 정도의 비참한 생활이지만, 빈부격차와 신분세습을 넘어갈 수 있는 길은 ‘오직 공부’라는 동기를 부여잡고 온 가족이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인도인들의 이야기였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까지 인도 공과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 ‘돈을 잘 벌기 위해서’였지만…. 마치 ‘판검사, 의사가 되기만 하면 모든 성공의 시작!’이라고 외치던, 지금도 외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나 할까….     


  정신세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도인들의, 현실을 향한 강렬한 의지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니, 삶의 의욕이 불끈 치솟기도 하면서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 회사원이 되고 싶어요!!!     


  ‘내일 면접이 있다. 이제는 정말 회사원이 되고 싶다’는 사연에 진행자는 이렇게 답했다.    

 

 - 저라면, 예상 질문에 능숙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면접 연습을 많이 할 거 같아요. 달달 외워버리세요! 꼭! 회사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회사원이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었던 그날 H에게 말했다.     


 - 회사원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돈을 많이 벌어서 집안을 일으켜 세우든지, SKY에 진학하든지, 판검사나 의사가 되든지, 번 돈을 조용히 다른 이들에게 쏟아붓든지, 번 돈을 나자신만을 위해서 쓰든지 아니면, 누구나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든지,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관은 모두 다르지만, 이런 모습,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매일매일의 시간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두고 조금은 성실하게, 조금은 움직이면서 가꿔가기를 바라본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오늘을 보내고 있을까….     


**********************     


***아이들에게 방학 중 메시지를 보내 보았다.     


매일 보내던 학년조회와 종례를 이번 방학에는 쉬었지만, 매일 아이들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혹시 나처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여기서 ‘나처럼’이란, 늦게 일어나서 밥 2끼만 먹거나, 늦게 잠자고 드라마에 빠져있거나 뭐 그럴까봐….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회사원  #회사원이_되고_싶어요!!!  #방학  #교사  #교감  #교장  #어른_김장하  #다큐멘터리  #장학금  #다큐인사이트  #인도  #인도_천재  #공부하는_이유  #공부



작가의 이전글 * 틀리지 않을 때까지 반주하려고요!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