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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Sep 23. 2023

* 아! 이루마의 Kiss the Rain이에요! *

* 아! 이루마의 Kiss the Rain이에요!(2023.09.23.토

이루마의 Kiss the Rain이에요! (2023.09.23.) *     


 - 음악 시간에 연주했던 곡 제목이 무엇인가요??  

   

  여름방학에 수강한 연수에 대한 통계 자료를 받았다. 평상시에도 열심히 연수를 받는 선생님들이 꽤 많지만, 대부분은 방학 기간에 받는다. 나 또한 방학 시작 전에 듣고 싶은 연수들을 쭉 검색해보고 그중에서 몇 개를 수강하는 스타일이었고 지금까지의 방학 때마다 그렇게 진행했었다. 수강한 연수들은 연수 카테고리에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 연수 내용을 저장해 놓는 것이 마지막 코스다. 그런데 사실 근래에는 그 열심이 사그라들어있는 상태였다.      


  올해 여름방학 전에는 전체 교사에게 필수 연수 목록이 전달되었고 어쩔 수 없이(?) 나도 연수 몇 개를 수강했다. 내가 원해서 듣는 연수가 아니라 ‘들어야 하는 연수’이기에 틀어놓고는 다른 일을 하기도 했었던, 그런 내용들이었다. 4가지로 연수 주제가 분류되어 있었는데 목록을 보니 나는 그중 2개를 들은 것으로 되어있었다. 갑자기 ‘응??’ 하는 생각에 내가 들었던 연수 목록을 쭉 확인해 보고 A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 선생님…. 2월에 들은 건 아닌 건가요??

 - 원래는 3월부터 체크합니다만…. 어쩌고저쩌고….     


  4개 모두에 동그라미가 되어있는 분도 있었는데 나는 2개만 되어있으니 갑자기 무언가가 발동한 것이었다.

     

 - 다른 사람이 하는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고 더 했어야 하는 스타일인데 그것보다 부족하게 되니 뭐가 이상해서요….*^_^*….

 - 다른 것은 이미 작년에 하신 것들인데요….

 - 아…. 그런가요?…?*^_^*….     


  짧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 중 몇 가지는 다른 이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집중해서 하다보면 무언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교사라는 일이 그렇고 특히 고등학교에서의 음악이라는 독립된 과목이어서 그렇고, 무엇보다 일하다가 멈칫하는 성격이 아니고 앞으로 직진하는 열정적인 스타일이다 보니 이것저것에서 나만의 독특함과 개성을 지니게 된 것 같다. 또 고유한 특색을 가지고 교육하는 우리 학교에서 각자의 스타일로 교육을 하는 시대이기에 누구와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었고 그러니 누구보다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조차 없는데 갑자기 동그라미 2개에 눈이 커지는 나를 보며 큰 웃음이 났다.     


 - 뭐야, 이 반응은….*^_^*….     


  기업가 B가 쓴 글 중 이런 문구를 읽었다.     


 -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찾아보니 ‘압도적인’은 이런 뜻이었다.    

 

 - 압도적인 : 너무도 강력한, 엄청난, 저항하기 힘든     


  B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살아남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압도적인 차이’를 영어로 보니 ‘Overwhelming Difference’ 즉, ‘무언가 엄청난 것을 뛰어넘는 다른 점’이라는 말이다. 압도적이라는 말은, ‘뚜렷한’ ‘비교 불가’ ‘확실한’ ‘강력한’, 무엇보다 ‘독특함’으로 들린다. 나에게는….


  모차르트 피아노곡은 피아니스트들이 잘 치기가 어렵다고 한다. 다른 작곡가들의 피아노곡보다 상대적으로 쉽다고 느껴져서 기교를 나타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조수미가 ‘학교 종이 땡땡땡’ 노래를 잘 부르려고 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쉬운 곡을 잘 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가 모차르트 곡을 잘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압도적으로 잘 치는 것보다 세밀하고 미묘한 어떤 차이점, 독특함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 C가 말했다.     


 - 음악 시간에 연주했던 곡 제목이 무엇인가요??

 - (내가 피아노를??) 무슨 곡 말씀인가요??

 - 음악실에서 들리던데…??

 - 멜로디를 흥얼거려 주세요~

 -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

 - (생각해 보다가) 아…. 이 멜로디 말씀인가요???

   따라라 라 라 라~ 라라라 라 라 라~

 - 아! 맞아요!

 - 아! 이루마의 Kiss the Rain이에요! 제가 쳐 드릴 수 있어요~     


  피아노로 연주해 줄 수 있다는 내 말을 들은 C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이루마의 곡을 검색해서 이루마의 연주를 들었을 것이다. 내가 연주하는 이루마의 곡도 뭐 별로 나쁘지는 않았겠지만, 전문연주자이면서 작곡가인 이루마가 본인이 작곡한 곡이니 ‘압도적인 차이’로 멋지게 연주했겠지…. ㅠㅠㅠ


  4개 중에서 2개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어서 발끈했었던 내가 지향하는 삶은 ‘압도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교 불가’의 삶을 지향하고는 있다. 다른 것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독특함과 개성과 장점과 강점을 가지고 있는 그 무엇을 지향하고 싶다고나 할까…. 나와 D 중에 고민 없이 선택하는 그 무엇이라고나 할까….     


  담임을 했을 때도, 학년 부장을 하고 있으면서도, 콘서트콰이어 동아리를 맡았을 때도, 음악을 가르치면서도, 업무를 맡으면서도,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진 그 무엇이었으면 하는 것….  

   

  갑자기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고 생각해 보는 저녁이다.     


************************


*** (2023.09.16.(토))에 있었던 30기를 위한 입학 설명회.     


  다른 학교의 프로그램과 다른,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주는, 독특한 우리 학교만의 프로그램, 수능 촛불 응원….     


  30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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